5번째 싱글 '내가 먼저'남친에 차일 것 같은 예감'2030 여성팬'에 공감백배단숨에 음원차트 1위로

'늦은 저녁 날 불러놓고 고개 숙여 눈을 피하고 미안하단 말만하면서 깊은 한숨만 내쉬고 있어.' 이런 남자를 마주한 여자들 중 십중팔구는 직감한다. 그가 나와 헤어지고 싶어한다는 것을.

가수 길미의 다섯 번째 싱글 타이틀곡 '내가 먼저'가 여성 팬들 사이에서 인기다. 영화 '건축학개론'의 승민을 보며 '멘붕(멘탈붕괴)'된 30대 남성 관객들처럼 2030대 여성 팬들이 '내가 먼저'를 들으며 공감하고 있다. 음원 발매 직후 멜론 벅스 올레뮤직 등 각종 음원차트 실시간차트 1위에 오른 이유다.

"'헤어질 것 같은데… 내가 먼저 말할까?' 이런 생각해 본적 다들 있지 않을까요? 사실 이 곡은 제 경험에 살을 좀 입힌 노래예요. 여태까지 발표한 곡들은 영화나 드라마를 보며 감정선을 살리고 상상을 덧대곤 했는데, '내가 먼저'는 달랐죠. 그래서 가사도 큰 고민 없이 쉽게 썼던 기억이 나요."

'연애는 항상 도움이 된다'는 지론을 가진 길미는 '내가 먼저'로 이별의 아픔을 극복했다. 올 초 한 남자와 아픈 사랑을 나눴다는 길미. '내가 먼저 헤어지자 말하고 너를 차버릴 거야'라는 가사 속 주인공이 자신이라고 털어놓기도 했다.

"감정을 이끌어내는데 거짓이나 가식적인 방법은 한계가 있더라고요. 그래서 '남녀의 소통은 중요한 음악적 창구구나'라는 생각도 들었어요. 그 사랑이 설령 지독하고 외롭다 해도 인생의 '디테일'이 생기는 과정이잖아요."

길미가 이번 싱글로 성장폭을 넓혔다고 자부하는 부분은 바로 소통에 있다. 앞서 이야기한 남녀관계에만 국한되진 않았다. 사회와의 소통은 길미에게 '대중가수'로서 터득해야 할 지혜를 안겨줬다.

"중ㆍ고등학교 때 쓴 시나 소설을 보면 저도 가끔 '뭔 말인가' 싶은 글귀들이 있어요. 대학에서 철학을 전공한 영향인지 저의 20대를 회상하면 가끔씩 이해하기 힘든 부분도 떠오르고요. 음악도 그 영향을 받았었죠. 하고 싶은 노래를 고집하는 것도 좋지만 막상 듣는 사람이 없다면 그건 혼잣말일 뿐이잖아요. 이번 앨범에서는 표현은 쉽게, 가치관은 명료하게 포인트를 잡았어요."

'지혜'라는 표현은 사실 '포기'의 또 다른 말이기도 했다. 나이를 먹으며 진짜 사회를 알게 되고, 그 사회에 자신을 맞추는 과정은 나의 일부를 포기하는 일이기도 했다. 길미가 "다른 사람들이 만들어 놓은 틀에서 벗어나 힙합동아리나 알앤비동아리를 만들고 마음껏 노래하던 10대가 아련하다"는 푸념을 늘어놓는 이유이기도 하다.

"19세의 유관순은 쉬워도 30세의 유관순은 어렵더라고요.(웃음) 그렇다고 불만은 가질 순 없죠. 상위 1%로 태어나지 않은 이상, 저는 지금의 제 탤런트를 즐기는 삶에 만족할 거에요. 대중에게 마음의 문을 열고 어떠한 스트레스도 없이 노래하며 사는 게 꿈이에요."

꿈을 말하는 표정에서 천진난만함이 느껴진 길미. 평생 함께 호흡할 선후배와 동료들이 있어 더욱 행복하단다. 그 중에서도 고마운 사람은 가수 은지원이다. 힙합그룹 클로버로 뭉치기도 하는 두 사람이다.

"이번 앨범 피처링을 (은)지원 오빠가 해줬어요. 감회가 새로웠어요. 데뷔곡도 지원 오빠가 도와줬거든요. 3년 전에는 제가 '제발 해달라'고 부탁했고 이번에는 오빠가 먼저 '내가 하면 좋지 않을까?'라고 했는데, 순간 두 장면이 머리 속에 겹치더라고요.(웃음) 클로버 앨범이나 본인 앨범보다도 '내가 먼저'에 신경 써줬다는 걸 알기 때문에 열심히 하고 있어요."



강민정기자 eldol@sp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