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베이징 올림픽 이어 2연속 우승 도전

NBA 간판 코비 브라이언트(왼쪽)가 17일(한국시간) 미국 워싱턴DC 버라이즌 센터에서 열린 미국 남자농구 대표님과 브라질의 친선경기에서 상대 선수를 제치며 드리블을 하고 있다. 워싱턴DC=AP 연합뉴스
미국 남자 농구대표팀은 멤버가 화려하다. 미국프로농구(NBA)를 대표하는 스타 플레이어들이 총 출동해 '드림팀'이라 불린다.

런던 올림픽에는 NBA 간판 코비 브라이언트(LA 레이커스)를 비롯해 챔피언 결정전 최우수선수(MVP) 르브론 제임스(마이애미), '득점 기계' 케빈 듀런트(오클라호마시티) 등 뛰어난 공격력을 갖춘 선수들이 대표팀에 이름을 올렸다. 타이슨 챈들러(뉴욕)와 케빈 러브(미네소타)가 버티는 골밑의 높이가 과거 드림팀에 비해 열세지만 이들은 수비, 리바운드 등 궂은 일에 강점을 보인다. 때문에 화려함과 내실을 동시에 갖춘 라인업을 완성했다.

▲원조 드림팀과 '실력 논쟁'

이번 대표팀은 1992년 원조 드림팀과 실력 논쟁을 벌였다.

설전의 발단은 브라이언트에서 시작됐다. 브라이언트는 런던으로 떠나기 전 라스베이거스에서 진행된 대표팀 훈련 캠프에서 "원조 드림팀에는 키가 큰 선수가 꽤 있었지만 나이가 많았다"며 "지금 멤버가 원조 드림팀보다 강할 것"이라고 으스댔다.

'농구 황제' 마이클 조던(오른쪽)은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에 남자농구 대표팀으로 출전해 금메달을 목에 걸며 기쁨을 만끽했다. 조던은 최근"1996년 미국 드림팀이 역대 최강이다"는 발언을 해 화제를 모았다. AP 연합뉴스
이에 '농구 황제' 마이클 조던은 "웃음만 나왔다"면서 "브라이언트가 현 대표팀의 분위기를 끌어올리고자 그랬던 것 같다. 이해한다"고 맞받았다. 이어 "당시 선수들 대부분이 20대의 나이였고, 나 역시 29세밖에 되지 않았다. 당연히 원조 드림팀이 한 수 위다. 비교하는 것 자체가 현명하지 못한 일"이라고 덧붙였다. 원조 드림팀은 바르셀로나 올림픽에서 월등한 실력을 뽐내며 6전 전승으로 우승했다. 6경기 평균 점수 차는 51.5점이었다. 농구광인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도 원조 드림팀의 손을 들어줬다.

▲선수촌 대신 고급 호텔 생활, 경기력 지장 없나

미국 농구 대표팀은 런던 올림픽 선수촌 입성 대신 런던의 한 고급 호텔을 통째로 빌렸다. 앞서 2008년에도 호텔을 숙소로 사용했고, 1992년 원조 드림팀도 호텔에서 머물렀다.

경기력에 지장이 없다면 괜찮지만 2004년 아테네 올림픽 때는 하룻밤 숙박비가 1,000유로(약 140만원)인 초호화 유람선에 머물며 방탕한 생활을 하다 3위에 그친 아픈 기억이 있다.

이번 대표팀은 호텔 생활로 인한 경기력 저하는 아직까지 나타나지 않고 있다. 런던에 오기 전 두 차례 평가전에서 브라질(80-69)과 아르헨티나(86-80)를 힘겹게 꺾고 불안한 출발을 했지만 런던에 도착해 경기를 치를수록 안정을 찾고 있다. 영국을 118-78로 손쉽게 따돌린 데 이어 최대 라이벌인 스페인 역시 100-78로 제압했다.

그러나 평가전은 평가전일 뿐이다. 100% 전력을 다 쏟아 붓지 않았기 때문에 방심은 금물이다. 스페인이 패했지만 골밑 자원은 미국보다 뛰어나다. '가솔 형제' 파우 가솔(213㎝∙LA 레이커스), 마크 가솔(216㎝∙멤피스)과 '블록왕' 서지 이바카(208㎝∙오클라호마시티)의 포스트 진이 위력적이다. 이들의 컨디션이 올라갈 경우 본선 경기 승부는 쉽게 예측할 수 없다.

▲런던 올림픽을 끝으로 드림팀 못 보나

런던 올림픽은 드림팀을 볼 수 있는 마지막 무대가 될 수 있다.

NBA와 국제농구연맹(FIBA)측에서 런던 대회를 마지막으로 올림픽을 23세 이하 대회로 변경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브라이언트는 출전 선수 연령 제한을 두려는 NBA 사무국의 움직임을 비판했다. 브라이언트는 "나이 제한은 어리석은 생각"이라며 "구단주들의 투자를 보호하려는 의도일 뿐이며, 올림픽 정신도 저하시키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올림픽 농구의 질도 분명 떨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데이비드 스턴 NBA 총재는 올림픽과 세계선수권대회 등에 스타 선수들이 차출됐다가 다칠 것을 우려하며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부터는 농구도 축구(23세 이하)처럼 출전 선수의 나이를 제한하는 방안을 국제농구연맹(FIBA)과 협의하겠다고 밝혔지만 아직 확정된 것은 아니다.



김지섭기자 onion@sp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