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란 / 연합뉴스
2012 런던올림픽이 어느새 막판으로 치닫고 있다. 매 경기마다 각본 없는 드라마를 써가고 있는 이번 대회는 전 세계 수많은 팬들에게 감동과 희망을 선사하고 있다. 그 동안 올림픽을 위해 수많은 땀을 흘린 선수들은 때론 환희의 눈물, 때론 아쉬움의 눈물을 흘리고 있다. 다양한 눈물의 의미가 올림픽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정말 기뻐서

저스틴 게이틀린, 약물 오명 딛고 부활

▲환희의 눈물 - 약물 파동 딛고 부활한 저스틴 게이틀린

모든 이의 시선이 '세계에서 가장 빠른 사나이' 우사인 볼트(26ㆍ자메이카)에게 향했을 때 성조기를 두른 한 남자가 복받치는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그는 약물 오명을 딛고 8년 만에 올림픽 무대에 선 저스틴 게이틀린(30ㆍ미국)이었다.

진종오, 최영래
2004 아테네올림픽 100m 금메달리스트인 그는 지난 6일(이하 한국시간) 열린 남자 육상 100m 결선에서 볼트(9초63)와 요한 블레이크(자메이카ㆍ9초75)에 이어 3위(9초79)로 결승선을 통과,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게이틀린은 2004 아테네올림픽 100m에서 우승을 차지했고 2005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서 2관왕(100m, 200m)에 올랐다. 그러나 2006년 4월 금지 약물을 복용한 사실이 드러나 그 해 8월부터 8년 동안 트랙에 설 수 없다는 중징계를 받았다. 2008년 1월 4년으로 징계가 완화됐지만 베이징올림픽에 출전할 수 없었다. 재기를 위해 피땀 흘린 그는 마침내 2010년 트랙에 복귀해 조금씩 예전 기량을 회복했고 마침내 고대하던 올림픽 무대에 다시 섰다.

경기 후 그는 흐르는 눈물을 주체하지 못했다. 그는 "8년을 기다려 여기에 왔다. 돌아온 것이 기쁘다"며 "나의 길과 여행이 다시 시작되기까지 많은 일을 겪어야 했다"고 감격스러워 했다.

못내아쉬워서

장미란, 부상 투혼 속 4위 성과 거둬

▲아쉬움의 눈물 한국 여자 역도의 간판 장미란

바벨을 내려놓은 한국 여자 역도의 '간판' 장미란(29ㆍ고양시청)이 무릎을 꿇고 기도를 했다. 그리고 그와 함께 했던 바벨에 손으로 간접 키스를 한 뒤 관중을 향해 환하게 미소를 지으며 손을 흔들었다. 끝까지 그를 응원해준 팬들을 위한 마지막 배려였다.

장미란은 지난 6일 75㎏ 이상급 경기 용상 3차 마지막 시기에서 170㎏의 바벨을 들어올리다 채 버티지 못하고 플랫폼에 떨어뜨렸다. 세계 기록을 다섯 번 경신하며 2000년대 세계 역도계를 평정했던 장미란이 안타깝게 4위에 그치는 순간이었다.

경기장을 빠져 나온 뒤 장미란은 꾹 참았던 눈물을 하염없이 흘렸다. 2010년에 당한 교통사고 후유증으로 팔을 올리기조차 힘든 가운데에서도 묵묵히 고통을 감내하며 바벨을 매일 30톤 넘게 들어올린 지옥 훈련이 떠올라 그랬을지 모른다. 그는 대회 전부터 금메달이 힘들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그러나 후회를 남기지 않기 위해, 부상 때문에 못했다는 핑계를 대고 싶지 않았기에 바벨을 다잡았다.

장미란은 "아쉬움은 있지만 부상을 입지 않고 끝나서 다행이다"라며 "어떤 선수든 올림픽이 부담스럽고 힘들었지만 이렇게 준비할 수 있어서 너무 행복했다"고 말했다. 세상을 들어올렸던 최고 역사의 올림픽 마지막 무대는 그렇게 끝이 났다.

미안한 마음에

진종오, 후배 최영래 제치고 역전승

▲미안함의 눈물- 후배를 극적으로 제친 사격 '간판' 진종오

한국 사격의 간판 진종오(33ㆍKT)의 마지막 10발 째 총성이 울리고 후배 최영래(30ㆍ경기도청)가 아쉬움에 고개를 떨궜다.

5일 영국 런던 그리니치 파크 왕립 포병대 기지 사격장에서 남자 사격 50m 권총 결선에 출전한 최영래는 시종일관 선두를 유지했다. 본선을 569점으로 1위로 통과했던 그는 마지막 한 발 전까지 선두를 지켰고 당시 562점으로 다소 부진했던 진종오는 흔들림 없는 사격으로 순위를 2위까지 끌어올렸다.

그리고 운명의 마지막 10발. 최영래와 진종오는 각각 8.1점과 10.2점을 쏘며 두 선수의 총점 합계가 661.5점과 662.0점으로 뒤바뀌자 둘은 눈물을 흘리며 서로를 끌어안았다.

진종오는 대회 2관왕 및 올림픽 2연패를 달성한 기쁨과 함께 후배에 대한 미안한 마음에 눈물을 흘렸다. 최영래는 마지막에 금을 놓친 아쉬움과 메달을 땄다는 후련함에 둘은 한동안 떨어지질 못했다.

진종오는 후배 최영래에 대해 "(내가) 2004 아테네올림픽에서 똑같이 역전을 허용해 그 기분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어 결과가 나온 뒤 영래에게 가서 미안하다고 했다"며 "올림픽 메달을 맛봤기 때문에 앞으로 영래가 더 열심히 할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이재상기자 alexei@sp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