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SM타운 콘서트' 팬들 열광수차례 위기 딛고 다시 정상 등극

아이돌 그룹 슈퍼주니어의 태생은 2인자였다. 동방신기라는 걸출한 그룹이 한국을 넘어 아시아 전체를 장악하고 있었고 그들의 설 자리는 좁아 보였다. 데뷔 초기 13명이라는 멤버 구성 역시 파격적이었지만 주목받는 멤버는 손에 꼽을 정도였다.

하지만 데뷔 7년차를 맞은 슈퍼주니어의 위상은 남다르다. 5인조에서 2인조로 축소된 동방신기가 주춤하는 사이 슈퍼주니어는 무섭게 치고 올라왔다. 보아와 동방신기 등이 이미 선점한 일본 시장 공략은 더뎠지만 중국 대만을 비롯해 동남아 일대를 휩쓸었다. 대만에서는 1년 내내 슈퍼주니어의 노래가 1위를 차지할 정도였다.

올해는 슈퍼주니어가 일본 시장에서도 주류로 올라선 원년이라 할 수 있다. 지난 5월 도쿄돔에서 이틀간 콘서트를 갖고 11만명을 모았다. 그들의 위력은 4,5일 도쿄돔에서 열린 'SM타운 라이브 월드 투어 인 도쿄'에서도 빛을 발했다.

그들은 더 이상 2인자가 아니었다. 슈퍼주니어가 '슈퍼맨'을 부르며 장엄한 분위기 속에 등장하자 관객의 함성은 도쿄돔 천장을 때리고 메아리쳤다. 그들은 동방신기가 한곡씩 주고 받으며 무대를 이어나갔다. 어느덧 동방신기와 동급으로 올라섰다는 상징적 배치였다.

일본 현지에서 만난 한 프로모터는 "동방신기의 인기는 독보적이었다. 하지만 동방신기와 JYJ로 갈라서며 팬층도 분산됐다. 그 팬들 중 상당수가 슈퍼주니어로 유입됐다. 슈퍼주니어는 현재 일본 시장에서 가장 인기가 높은 한국 아이돌 그룹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고 말했다.

지난 5월 이미 도쿄돔을 홀로 장식했던 슈퍼주니어에게 도쿄돔은 더 이상 큰 무대가 아니었다. SM 소속 가수 중 가장 많은 멤버를 자랑하는 슈퍼주니어는 무대를 가장 넓게 쓰며 스탠딩 관객들과 가까이서 호흡했다. 리더 이특이 '미인아' 무대를 선보이며 윗옷을 벗고 식스팩을 갖춘 상반신을 드러내자 입을 가리고 오열하는 팬들이 속출했다.

슈퍼주니어는 얼마 전 핵심 멤버였던 김희철이 입대하며 한 차례 위기설을 맞기도 했다. 중국인 멤버 한경이 사실상 팀을 이탈했고 김기범 역시 연기에 집중하고 있다. 하지만 규현 려욱 등이 새롭게 부각됐고 얼마 전 군복무를 마친 강인도 합류했다. 이 날 도쿄돔 앞에서는 강인의 이름이 적힌 피켓을 들고 있는 일본팬들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었다. 멤버 1,2명의 공백이 생긴다 해도 슈퍼주니어가 흔들리지 않을 것이란 사실을 스스로 증명한 셈이다.

6일에는 SNS를 통해 공개된 슈퍼주니어의 뒷풀이 사진이 화제를 모았다. 단순한 사진 한 장이었지만 그 안에서 옹기종기 모여 앉아 웃고 있는 그들의 모습은 묘한 믿음과 신뢰를 준다. 그게 바로 슈퍼주니어라는 그룹이 가지는 이미지다.



안진용기자 realyong@sp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