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남주
엄마 혹은 아내로 불리던 드라마 속 40대 여성이 달라졌다. 일과 사랑 사이에서 고민하던 어린 여주인공들과 차원이 다른 일과 육아 사이의 딜레마에 놓인 40대 주부들이 우리 사회에 경종을 울린다. 10년간 감옥 같은 시댁에서 지낸 희생적인 엄마는 뜨거운 모성애 하나로 버티는 강한 내면을 보여준다. 어느덧 누군가의 삶에 귀속된 듯한 엄마들의 인생과 달리 새 사랑을 찾아 재혼을 감행한 소녀 같은 엄마도 있다. 등 40대 여우들이 안방극장을 쥐락펴락하고 있다. 작품의 인기와 함께 캐릭터는 물론 배우 자체의 매력도 재조명되고 있다.

▲'넝굴당'의 차윤희-

● 닮고 싶은 프로필- '국민 며느리' 반열에
는 전국시청률 40%(AGB닐슨미디어리서치 기준)를 돌파한 KBS 2TV 주말극 '넝쿨째 굴러온 당신'(극본 박지은ㆍ연출 김형석ㆍ이하 넝굴당)으로 '국민 며느리'의 반열에 올랐다.

극중 차윤희는 닮고 싶은 인물이다. 외주제작사 PD인 그는 후배들의 당돌함에도 까딱하지 않는 능력자다. 하루라도 그가 없으면 회사엔 크고 작은 사건이 터진다. 남편 방귀남(유준상)과의 금실은 덤이다. 시댁과의 갈등은 허심탄회한 대화로 푸는 신세대 며느리다.

● 따라하고 싶은 패션- '당당한 며느리룩' 완성
당당한 캐릭터는 패션에 반영된다. 임신을 원하는 시댁어른들이 "건강에 좋지 않을 텐데 구두 굽이 그렇게 높아서야…"라고 압력을 주는 대목에서도 차윤희의 패션은 도도함을 잃지 않았다. 가 극중 차윤희를 완성하기 위해 활용한 액세서리와 의상, 헤어스타일과 메이크업 스타일 등은 3040대 커리어우먼의 '머스트 아이템(Must Item)'으로 등극했다.

채시라
홍보대행사 apr측은 "회사와 결혼 생활 모두 영리하게 해내는 당찬 여성의 캐릭터를 반영한 '당당한 며느리룩'을 제대로 보여 주고 있다"며 "클래식한 느낌이 물씬 나는 손정완 디자이너의 원피스를 비롯해 칙칙함을 잃지 않은 네온 컬러의 니트를 착용해 주목을 끌고 있다"고 밝혔다.

▲ '다섯손가락'의 채영랑-

● 부러운 프로필- 제 세상 만난 '재벌가의 며느리'
지난 4년간 사극으로 강한 여성상을 어필한 배우 는 '럭셔리의 끝'을 보여주고 있다. 주말극 1,2위를 다투는 SBS 주말드라마 '다섯손가락'(극본 김순옥ㆍ연출 최영훈)의 타이틀롤인 채영랑 역을 맡았다.

극중 채영랑은 여자라면 한번쯤 꿈꾸는 삶을 살고 있다. 자신의 미천한 과거 때문에 재벌가의 며느리가 된 후부터 하루도 편할 날 없이 시댁이라는 감옥에서 살았지만 이제 자기 세상을 만났다. 목을 죄던 남편 유만세(조민기)는 죽었고 치매에 걸린 시어머니(나문희)는 요양원에 갇힌 신세다. 부성그룹의 회장직을 꿰찬 영랑에게 남은 건 자신의 '순수혈육'인 유지호(지창욱)를 후계자 자리에 앉히는 일이다.

● 강남서 뜨는 패션- 럭셔리의 끝판왕
강하고 센 채영랑 캐릭터를 살리는 건 역시 패션이다. 희생적인 엄마이자 아내, 며느리의 면을 드러낼 땐 긴 생머리 헤어스타일과 누드톤 의상으로 차분한 이미지를 연출한 는 최근 방송부터 과감해졌다. 붉은색 립스틱과 짙은 아이라인은 강단 있는 여성을 재연한다. 200만원을 호가하는 명품백과 기하학 패턴의 블라우스나 팬츠는 스타일의 귀품을 살린다.

황신혜
의 스타일을 담당하고 있는 한 관계자는 "대중적인 패션은 아니지만 '럭셔리 끝판왕'이란 수식어처럼 요즘 청담동에서 뜨는 스타일로 각광받고 있다"며 "비싼 제품이 무조건 좋다는 인식보다 믹스 매치를 통한 우아함까지 연출하는 게 포인트다"고 설명했다.

▲ '닥치고 패밀리'의 우신혜-

● 매력적인 프로필- 순수한 사랑 찾은 완벽 비주얼
데뷔 약 20년 만에 시트콤에 도전한 배우 . KBS 2TV 일일시트콤 '닥치고 패밀리'(극본 서재원 외ㆍ연출 조준희, 최성범)에서 새로운 사랑을 찾은 엄마 우신혜 역으로 시청자와 만나고 있다.

극중 우신혜는 우에스테틱을 운영하고 있는 원장이다. 우성집안이라 불릴 정도로 완벽한 비쥬얼을 자랑한다. 한국의 모니카 벨루치라 불리는 프로필도 부러움을 산다. 그의 캐릭터를 완성하는 가장 매력적인 점은 50대의 나이에 순수한 사랑을 찾았다는 것. 열성집안을 대표하는 꾀죄죄한 이미지의 열석환(안석환)과 재혼했다.

● 20대도 넘보는 패션- 프린트 티셔츠+정장 매치
물과 기름처럼 당최 섞이질 못하는 양쪽 식구들은 우신혜와 열석환의 재혼이 얼마나 '꿈'같은 일인지 짐작하게 한다. 그만큼 우신혜의 사랑은 세상 모든 풍파를 겪은 현명한 엄마이자 여자만이 누릴 수 있는 행복한 감정이라는 것도 알 수 있다.

이러한 감정선의 연장선상에서 의 극중 이미지도 연출되고 있다. 의 소속사 관계자는 "나이만 많지 '최강동안'을 자랑하는 캐릭터기 때문에 스타일에 신경을 많이 쓰는데 20대 여성 사이에서 '완판'된다더라"고 전했다.

의 대표 '우신혜 패션'은 귀여운 느낌의 프린트 티셔츠를 정장에 매치하는 것. 쇼트팬츠에 재킷을 걸치는 발랄한 오피스룩도 요즘 새 학기가 시작된 대학가에서 여대생들이 1순위로 꼽는 가을유행 패션이다.



강민정기자 eldol@sp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