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타르 자본을 등에 업은 프랑스 파리 생제르맹은올시즌 유럽 축구 이적 시장에서 천문학적인 자금력을 발휘하며'큰손'으로 떠올랐다. 사진은 브라질 출신의 수비수 티아구 실바(왼쪽)가 8월25일 계약서에 사인한 뒤 구단주 나세르 알 켈라이피(가운데)와 기념 촬영을 하고 있는 모습. 파리=AP 연합뉴스
유럽 축구 여름 이적 시장이 마감됐다. 유럽 전체를 강타한 경제 위기에도 불구, 천문학적인 금액이 구단 사이를 오고 갔다. 올 여름 유럽 이적 시장의 주인공은 누가 뭐래도 프랑스 리그 1의 명문 파리 생제르맹이다.

프랑스 리그 1은 이른바 '빅 리그'에 들지 못한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스페인 프리메라리가(라리가), 독일 분데스리가, 이탈리아 세리에 A의 한 단계 아래로 평가돼 왔다. 그래서 프랑스 리그 1에 붙은 별명이 '빅 리거의 젖줄'이다. 지네딘 지단, 티에리 앙리, 로베르 피레, 클로드 마켈레레, 파트리크 비에이라 같은 프랑스 출신 선수로부터 마이클 에시엔(가나), 디디에 드로그바(코트디부아르), 에마뉘엘 아데바요르(토고) 등 아프리카 대륙 출신의 선수에 이르기까지, 프랑스 리그 1에서 뼈를 키워 '빅 4'로 진출한 선수는 이루 헤아릴 수 없이 많다.

그런데 프랑스 리그 1에 역으로 '빅 리그'로부터 선수를 사들이는 팀이 나타났다. 그것도 가진 건 돈 밖에 없다는 듯이 돈을 펑펑 써댄다. 맨체스터 시티(EPL), 레알 마드리드(라리가), 첼시(EPL) 등 '부자 구단'의 대명사인 빅 클럽 팀이 눈에 불을 켜고 선수를 영입하던 때를 연상시킨다. 검증되지 않은 선수에 천문학적인 돈을 들이는 걸로 따지자면 역대 최고라고 해도 손색이 없다. 카타르 자본을 등에 업은 파리 생제르맹이다.

파리 생제르맹은 2012 런던올림픽 브라질 대표팀에서 활약한 루카스 모우라를 내년 1월 이적시키는 조건으로 4,500만유로(약 628억원)의 이적료를 루카스의 현 소속 팀인 상파울루에 지불했다. 재미있는 것은 루카스가 런던올림픽에서 브라질의 주전으로 활약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한국과의 준결승에는 아예 출전조차 하지 못했다. 파리 생제르맹의 루카스 영입을 두고 일부에서 '눈 먼 돈을 마구 써댄다'고 조롱하는 까닭이다.

런던올림픽에서 브라질 대표팀 핵심 미드필더로 활약했던 오스카(첼시)의 이적료가 2,500만유로(약 355억원)라는 것과 비교해 파리 생제르맹이 과다 지출을 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파리 생제르맹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가 영입에 적극적이었던 루카스를 가로채는 과정에서 맨유가 제시한 금액의 두 배를 지불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파리 생제르맹의 '돈 잔치'는 루카스 영입에 국한되지 않는다. 런던올림픽 브라질 대표팀에 '와일드 카드(23세 이하 연령 제한 초과 선수)'로 발탁됐던 수비수 티아구 실바에겐 AC 밀란(세리에 A)에서 데려오면서 4,200만유로(약 598억원)의 이적료를 들였다. 아르헨티나 대표팀 공격수 에제키엘 라베치는 나폴리에서 파리에 입성하며 3,000만유로(약 426억원), 지난 시즌 이탈리아 세리에 A 득점왕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스웨덴)는 AC 밀란으로부터 파리 생제르맹으로 옮기며 2,300만유로(약 327억원)의 이적료를 각각 기록했다.

돈을 물쓰듯 썼지만 파리 생제르맹의 시즌 초반 행보는 순탄치 않다. 기대 이하다. 4라운드를 치른 6일 현재 프랑스 리그 1 선두는 4연승(승점 12)의 올림피크 마르세유. 반면 파리 생제르맹은 1승3무(승점 6)로 9위에 머물러 있다.

선수 영입에 쓴 거액을 떠올리면 지난 4경기의 내용은 한심하기까지 하다. 4경기에서 4골 밖에 넣지 못했고 3골을 허용했다. 개막전에서 지난 시즌 17위에 머물며 승점 1점 차로 강등을 면한 로리앙과 2-2로 비겼고 2라운드에서는 지난 시즌 16위 아작시오와 득점 없이 비겼다. 3라운드에서도 보르도와 0-0으로 승부를 가리지 못했고 4라운드에서 릴을 2-1로 꺾고 겨우 첫 승을 신고했다.

거액을 주고 영입한 이적생 외에도 하비에르 파스토레(아르헨티나), 티아구 모타(브라질), 제레미 메네스(프랑스) 등 호화 미드필드진을 갖춘 파리 생제르맹은 시간이 흘러 조직력이 다져지면 프랑스 리그 1에서는 독보적인 존재가 될 전망이다. 천문학적인 영입 자금을 투자했으니 프랑스 리그 우승은 당연해 보이기까지 한다.

2012~13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에서 어떤 성적을 올릴 지에 관심이 집중된다. 대진 운은 좋은 편이다. 디나모 키예프(우크라이나), 디나모 자그레브(크로아티아), 포르투(포르투갈)과 함께 A조에 편성되며 '빅 4리그'의 전통 강호를 모조리 피하는 행운을 누렸다.

유럽 시장의 새로운 큰 손으로 등장한 파리 생제르맹이 투자한 돈만큼의 성적을 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만약 파리 생제르맹이 올 시즌 프랑스 리그 1에서조차 우승하지 못하면 유럽 축구 역사상 최악의 투자 실패 사례로 기록될 전망이다.



김정민기자 goavs@sp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