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음악 산업화 기반 다져요"11월 개막 亞대표 음악마켓 서울뮤콘 준비 한창… 홍대 클럽문화도 소개'K-루키즈' '멘토링캠프'… 다양한 지원사업도

한 명의 가수가 오르는 무대 뒤에는 수 많은 스태프의 노력과 땀이 있기 마련이다. K-POP이 세계 전역에 울려 퍼지고 있는 최근에는 상황이 달라졌다. 무대 뒤를 지키는 이들의 구성이 폭넓어졌다. 음악 관계자뿐만 아니라 정부 부처나 산하 단체에서 대중음악 발전을 위해 뛰는 이들이 늘고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 전략콘텐츠본부 이현주 팀장은 엄밀하게 말해 음악을 만들고 부르는 무대 위의 주인공은 아니다. 가수를 비롯한 음악 관계자들이 원활한 창작활동을 벌이도록 지원하고 산업화를 꿈꾸는 국내 음악계의 토대를 닦고 있다. 오늘과 같은 K-POP의 영향력을 내일에도 기대하도록 만드는 이중의 한 명이다. 대중음악 산업화라는 큰 틀에서 볼 때 그 역시 K-POP을 만드는 사람이다.

"열악한 국내 내수시장의 현실이 역설적으로 해외시장에서 통하는 K-POP의 힘을 만들었어요. '강남스타일'만 봐도 우리 노래가 세계적으로 통할만한 코드를 많이 가지고 있는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해외 시장에 우리 음악을 꾸준하게 알리기 위해서는 산업화가 시급해요. 그 기반을 닦고 있는 셈이죠."

이 팀장이 속한 대중문화산업팀의 최대 현안은 11월1일부터 3일까지 서울 홍익대 일대와 상암동 누리꿈스퀘어에서 열릴 '서울국제뮤직페어'MU:CON Seoul 2012ㆍ이하 뮤콘)다. 국내외 가수 100여 팀과 아시아·미주·유럽 등 30여 개국의 관련 전문가 300여명이 참가할 이번 이벤트는 콘퍼런스·쇼케이스·비즈매칭(참여업체 간 사업교류 주선) 등 3개의 프로그램으로 꾸며진다. 최대 음악 마켓인 프랑스의 미뎀(MIDEM)과 쇼케이스 중심으로 특화된 미국의 사우스바이사우스웨스트(SXSW)을 모델로 한 아시아의 대표 음악 마켓이자 교류의 장이 될 전망이다.

"K-POP이 세계 음악 시장에서 화두로 떠올랐을 때 이를 산업적으로 공감시킬 수 있는 컨퍼런스와 쇼케이스를 메인 프로그램으로 마련했어요. 홍익대 인근을 중심으로 이번 행사를 계획한 건 국내 음악 시장에 댄스 아이돌 만이 있는 게 아니라는 걸 해외 음악 관계자들에게 보여주고 싶어서죠. SXSW처럼 홍대 부근의 클럽을 중심으로 한 젊은 문화를 소개하면서 관광과 음악을 자연스럽게 엮어 집중적으로 소개할 계획입니다."

엔터테인먼트 멘토링 캠프
음악을 사고 파는 마켓도 중요하지만 이번 행사의 꽃은 쇼케이스가 될 것으로 보인다. 7개 공연장을 중심으로 소규모 클럽 등지에서 행사 기간 내내 풍성한 음악 라이브 공연이 펼쳐진다. 싸이처럼 해외 유력 관계자의 눈에 띠여 세계 시장의 문을 두드릴 기회를 잡을 행운의 주인공이 나올 법하다. 현재 무대에 설 장르불문의 재능 있는 팀들을 공모 중이다.

"실력은 있는데 알려지지 못한 뮤지션이 상당해요. 이들에게 절실한 것이 바로 기회죠. 갤럭시익스프레스 같은 경우는 SXSW에 3년째 초대를 받을 정도로 해외에서 인지도가 급상승했어요. 이번 뮤콘에서 그런 팀들이 나올 거라 믿어요."

1992년부터 방송영상산업진흥원에서 드라마 다큐 제작지원과 인력 양성 사업으로 잔뼈가 굵은 이 팀장이 한국콘텐츠진흥원(이하 콘진원)의 대중문화산업팀장으로 음악지원사업에 합류하게 된 것은 2009년부터다. 86학번으로 이화여대에서 교육학을 전공한 그는 3년 만에 소위 '이 바닥' 사람이 다 됐다. 때론 일반 대중의 시각으로 때론 학부모의 마음으로 대중가요의 미래를 걱정하고 산업의 시스템을 고민하고 있다.

"처음에는 대중음악 지원에 배치된다고 했을 때 쉬울 줄 알았어요. 모든 국민이 자기 나름 한마디씩 할 수 있는 게 바로 노래잖아요. 하지만 오산이었어요. 음악 시장 자체가 산업화의 과도기에 놓여있다 보니 저변 확대나 인프라 구축과 같이 정부가 해야 하는 일이 산적해 있더군요."

콘진원은 3년째 인디 밴드를 대상으로 K-루키즈 사업을 벌이고 있다. 연간 6개 팀을 선발해 대중과 접점을 찾을 수 있도록 앨범 제작과 공연 무대 등을 지원하는 인큐베이팅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 과정을 거쳐 전기뱀장어와 망각화 등의 밴드는 유명인사가 되기도 했다. 서울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 마련된 230석 규모의 뮤즈라이브홀을 일반 음악인들에게 지원하는 사업도 벌이고 있다. "연간 100여 회의 공연에는 300명이 넘게 입장해 입석 관객이 있을 정도로 뜨거운 열기를 뿜어낸다"고 이 팀장은 자랑했다.

'서울국제뮤직페어' 조직위원회
이 밖에도 원로 연예인을 모아 전국을 돌며 공연을 여는 '복고클럽'과 연습생과 지망생을 대상으로 상담을 여는 '멘토링캠프'도 이 팀장이 마음을 쓰는 사업이다.

"아이돌의 화려한 면만 보고 고된 트레이닝 과정을 버티는 연습생을 볼 때는 저도 학부모의 한 사람으로 마음이 편하지 않아요. 이 젊은 친구들이 가수의 꿈을 이루지 못했을 때 나중에라도 사회에 적응할 수 있도록 관심과 도움을 주는 건 사회가 나서야 할 문제라고 생각해요. '복고클럽'의 어르신들도 마찬가지죠. 한 시대를 풍미한 당대의 스타들이 병과 싸우고 생활고에 시달리다 수년 간 무대에 서지 못했다는 말씀을 하실 때는 마음이 착잡하기도 해요. 이 분들이 꾸준히 무대에 서실 수 있도록 사회적 기업 활동 차원의 지원 방안을 모색 중입니다."


복고클럽 사업

김성한기자 wing@sp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