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매번 같은 선수들끼리 맞붙어서야 팬들의 구미를 당길 수 없다. 라이벌전도 한 두 번이다. 당대 최강 복서로 평가되는 매니 파퀴아오(34ㆍ필리핀)의 다음 상대로 후안 마누엘 마르케스(39ㆍ멕시코)가 선정된 것이 좋은 예다. 파퀴아오와 마르케스는 이미 세 번이나 맞붙었고 파퀴아오가 2승1무로 앞서 있다.
'그 밥에 그 나물'에 식상한 복싱 팬들의 입맛을 돋궈줄 신선한 주먹이 필요한 상황. 멕시코 출신의 떠오르는 챔피언 사울 '카넬로' 알바레스(22)를 주목할 만 하다.
알바레스는 지난 16일(한국시간) 미국 라스베가스 MGM 그랜드 가든 특설링에서 열린 세계복싱평의회(WBC) 슈퍼 웰터급 타이틀전에서 도전자 호세시토 로페스를 일방적으로 두들긴 끝에 5회 TKO 승을 거두고 타이틀 5차 방어에 성공했다.
알바레스는 이날 승리로 37연승 행진을 이어가며 통산 전적 41승(30KO) 1무를 기록했다.
알바레스는 경기 후 "빅 매치를 원한다. 미겔 코토, 플로이드 메이웨더 주니어 같은 선수와 맞붙고 싶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알바레스는 2005년 10월 프로에 데뷔했고 이후 7년간 치른 경기에서 한 차례 무승부를 제외하고 모조리 승리를 거뒀다. 데뷔 후 5차전이었던 2006년 6월 4라운드 경기에서 호르헤 후아레스와 비긴 후 37연승 가도를 달리고 있다. 2011년 5월 매튜 해튼(영국)을 꺾고 WBC 슈퍼웰터급 챔피언에 올랐고 다섯 번의 타이틀 방어전을 성공적으로 치렀다.
알바레스가 화려한 전적에 비해 스포트라이트를 못 받은 것은 '빅 매치'를 치르지 못했기 때문이다. 연승 행진도 일부에서는 'B급 복서들을 상대로 쌓은 의미 없는 승리'로 저평가됐다. 그러나 알바레스의 최근 이런 비관론자들의 입을 다물게 할 경기력을 과시하고 있다. 지난 5월에는 백전노장 셰인 모슬리(41ㆍ미국)를 상대로 심판 전원일치 판정승을 거뒀고 만만찮은 로페스를 5라운드 만에 꺾었다.
알바레스는 복싱이 여전히 최고 스포츠의 지위를 유지하고 있는 멕시코에서 이미 '국민스타'대접을 받고 있다. 멕시코 국민들은 알바레스가 훌리오 세자르 차베스, 오스카 델라 호야의 뒤를 잇는 세계 최강의 복서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멕시코에서 국민적인 인기를 얻고 있다는 사실은 알바레스의 빅 매치 성사 가능성이 높은 이유 중의 하나다. 캘리포니아 등 미국 서부에서는 멕시코 이민자가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높다.
플로이드 메이웨더 주니어(35ㆍ미국), 미겔 코토(32ㆍ푸에르토리코), 세르히오 마르티네스(37ㆍ아르헨티나) 등이 알바레스의 상대로 거론되고 있다.
알바레스의 다음 경기는 12월, 그 다음은 내년 5월이다. '빅 매치'를 언제로 잡는지에 따라 상대가 달라질 수 있다. 미겔 코토는 12월2일 뉴욕 매디슨 스퀘어 가든에서 오스틴 트루(미국)와 세계복싱협회(WBA) 라이트 미들급 타이틀전을 치를 예정이다. 코토는 다음 해 5월 알바레스와 맞붙기를 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알바레스가 12월에 '빅 매치'를 희망할 경우 메이웨더 주니어와 격돌 가능성이 높다. 메이웨더 주니어는 지난달 4일 수감 생활을 마쳤다. 12월이면 링에 오를 수 있는 몸 상태를 만들 수 있을 전망이다. 마르티네스는 알바레스와 경기 일정이 같다는 점에서 12월 상대가 될 수 있다. 마르티네스는 지난 16일 훌리오 세자르 차베스 주니어를 판정으로 꺾고 WBC 미들급 타이틀을 빼앗았다.
김정민기자 goavs@sp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