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블채널 tvN '코미디빅리그'(연출 김석현ㆍ이하 코빅)가 정규 편성돼 돌아왔다. 지난달 25일 서울 상암동 CJ E&M 센터에는 '코빅'의 첫 녹화가 있었다. 녹화에 앞선 리허설 현장. 정규편성과 함께 팀 별 1대 1대결로 바뀐 프로그램의 룰 때문인지 출연 개그맨들은 긴장감은 그 어느 때보다 높았다. 실제방송을 방불케 하는 진지함과 리허설을 지켜보며 서로를 응원하면서도 또 견제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공개코미디의 2인자를 넘어서 정상을 넘보는 '코빅'의 리허설 현장을 공개한다.

# '소모임' 웃음 참지 못해

이날 리허설의 첫 테이프는 양세영 장도연 박나래가 끊었다. 소띠로 구성된 세 명의 개그맨으로 구성된 '소모임'은 최근 트렌드인 생활밀착형 개그로 관객들을 만날 채비를 하고 있었다. 그 어느 때보다 진지한 이들이었지만 이들도 웃음을 참지 못하는 순간이 있었다. 박나래가 섹시 가수 엄정화를 따라 하는 모습 때문이었다. 객석에 앉아있던 동료 개그맨들 사이에서 폭소가 터져 나오며 무대 위의 '소모임'도 따라 웃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내 진지한 모습으로 돌아온 양세영은 리허설이 끝난 후에도 평소의 장난끼를 한껏 빼고 코너의 실수를 일일이 다듬고 있었다. 하지만 대결 후 평가를 받는 중 CO2가 적게 나오자 김 PD가 "CO2가 조루냐"는 말에 긴장감을 내려 놓고 모두들 웃음이 터지기도 했다.

# 베테랑 '원달러'도 긴장

어제의 용사들도 '코빅'을 위해 다시 뭉쳤다. '개그콘서트'의 부흥기를 이끌었던 박준형에 '웃찾사'의 전성기 멤버 정만호 윤성한이 합세한 '원달라'가 바로 그들. 새로운 무대에 대한 평가를 앞두고 리허설을 갖는 이들의 모습은 신인과 다름 없었다. 왕년의 코미디 스타도 새 무대 위에서는 후배들과 똑같이 긴장하고 있었다. 무대 위로 올라와 후배 개그맨들을 향해 깍듯하게 인사를 하는 모습은 왜 그들이 정상에 오를 수 있었는 지 알 게 했다. 베테랑답게 실수 없이 리허설을 마친 '원달라'를 향해 객석에서는 탄성이 터져 나왔다. 여기 저기서 "개그계의 제왕이 돌아왔다"는 말들이 흘러나왔다.

# '초이스' '공사'가 뭐야

지상파와의 차별점은 '19금' 코드에서 드러났다. 김재우 김필수 윤진영 강준이 결성한 '따지남'은 호스트바를 은유한 콩트로 눈길을 끌었다. 유지원생이 놀이방에서 인형들을 고른다는 설정을 수위를 넘나드는 '19금' 풍자개그로 변형시킨 것. '초이스' '공사' 등 일명 화류계 전문용어가 등장하며 아슬아슬한 개그가 이어졌다. 팀을 이끄는 김재우는 팀원들의 연기를 점검하며 우승을 노리고 있었다. '섹드립'(야한농담)의 여자 달인 안영미의 '19금' 개그 수위는 '따지남' 그 이상이었다. 강유미 김미려와 함께 전편의 '아메리카노'의 명성을 잇는 '삼미 슈퍼스타즈'로 돌아온 그는 배우 김부선을 패러디 한 개그로 김꽃두레 이상의 캐릭터 탄생을 예고했다. 객석에서 가장 많은 웃음을 터뜨렸던 그는 무대 위에서는 180도 돌변한 명품 연기를 선보였다.

# 소품은 NG를 부른다

요리 개그로 유독 소품을 많이 활용했던 김대범 김주철의 '실미도'팀의 경우 잦는 실수가 있었다. 두 사람 모두 리허설이 끝난 후에도 김 PD를 향해 "한번만 더 해보면 안될까요?"라고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이 때 돌발상황이 발생했다. 김대범이 장갑을 끼지 않는 바람에 손에 찰과상을 입은 것. 피가 흐르는 상황 속에서 제작진은 밴드를 찾기에 혈안이 됐다. 하지만 이 상황에서도 개그맨 특유의 유쾌한 분위기는 잃지 않았다. 코너에서 활용했던 재료로 한 쪽에서는 진짜 볶음밥을 만들어 먹기도 했다. 스튜디오를 감도는 고소한 냄새에 동료 개그맨은 물론 취재진들도 입맛을 다시기도 했다. 박규선 성민 박충수가 만든 '까푸치노' 역시 소품 때문에 NG를 냈다. 박규선이 벌칙으로 기저귀 착용이 당첨되고 착용하는 법을 몰라 우왕좌왕하는 모습은 좌중을 폭소케 했다.



안소현기자 anso@sp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