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를 강타한 싸이의 '강남스타일'. 빛이 강하면 그늘도 깊다. 최근 빌보드 메인차트 2위에 올랐지만 저작권료 수입이 3,600만원에 불과하다는 사실이 알려져 충격을 던졌다. 열악한 음원 유통구조와 근대적인 사용료 징수 규정이 그 원인으로 꼽힌다.

작사가로 현장을 누비다 한국음악저작권협회 최연소 이사로 활약 중인 황성진 이사(38)는 국내 가요계의 현실을 0.2원의 가치로 대신 표현했다. 음원 사용료에 대한 공정한 분배 없이 유통사의 배를 불리는 악순환이 이어지는 현실에 대해 창작자의 한 사람으로 분통을 터뜨렸다.

"세계 어디에도 없는 규제에요. 반드시 철폐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죠. 예를 들면 현재 음원 사이트에서 한 곡에 600원을 내고 다운로드를 한다지만 대부분의 소비자는 정액제 상품으로 음악을 듣죠. 9,000원에 150여 곡 다운로드하는 서비스를 예를 들면 곡당 가격은 60원에 불과해요. 저작권자의 권리는 무시된 채 문광부가 승인해 이뤄지고 있는 정액제는 때문이죠. 결국 노래 한 곡당 음악 저작권료는 다운로드 10.3원, 스트리밍은 0.2원에 불과해요. 0.2원, 본적도 만져 본적도 없는 금액이 바로 우리 음악계의 현실인 셈이죠."

황성진 이사가 속한 협회 차원은 물론 젊은 작곡가들의 모임인 하이노트 회원들을 중심으로 시장의 자율성을 저해하고 창작자의 권리를 침해해 악명이 높았던 저작권법 제105조 제5항의 폐해를 성토했다. 현재 국회에서 이 규정은 삭제를 골자로 하는 개정이 추진되고 있다.

황 이사는 이제 시작이라고 했다. 저작권 사용료가 합리적인 분배에 따라 투명하게 징수가 이뤄진다면 국내 작가들의 창작활동은 보다 탄력을 받을 것이며 나아가 국내 작가들의 작품을 판권 판매해 해외 가수들이 부르는 새로운 시장도 기대할 수 있을 거라 내다봤다.

이승기의 '결혼해 줄래'거미의 '친구라도 될 걸 그랬어'씨아의 '사랑의 인사'먼데이키즈의 '바이 바이 바이' 등 촉촉한 감성의 가사를 쓴 황성진 이사가 음악 산업 전반에 걸쳐 다각도의 식견을 갖추게 된 것은 그의 다양한 이력과 무관치 않다. 그는 고교 1학년 재학 시절에 기타를 치던 친구 김도훈과 어울려 스쿨 밴드에서 드럼을 쳤다. 작곡에 소질을 보였던 김도훈이 노래를 만들면 가사를 붙이는 것이 그의 몫이었다. 문제가 있다면 그의 재능만큼 환경이 평탄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가세가 기울어 생계를 걱정하던 그는 1998년 도망치듯 일본으로 떠났고 패션 마케팅에 투신했다. 그의 나이 스물넷이었다.

"돈을 제법 만졌어요. 지금 생각해도 다행인 것은 유행을 누구보다 빨리 느끼며 생활했다는 점이죠. 5년을 그렇게 보내다가 가족 걱정에 한국에 돌아왔어요. 여행관련 일을 하다가 패션 사업을 벌이기도 했죠. 하지만 결국 음악으로 돌아왔어요. 도망치려 해도 결국 제자리로 돌아온 거죠. 지금 생각하면 운명이구나 싶어요."

그에게 운명으로 다가온 음악은 절실함으로 남았다. 현실적인 이유로 음악을 잠시 포기했던 스스로를 떠올리며 황성진 이사는 주변을 돌아봤다. 동료와 뜻을 모았고 나은 미래를 위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2005년 작가들의 저작물의 판권을 관리하는 퍼블리싱 전문사 뮤직큐브 설립에 참여했다. 2009년 작가들의 권리 보호와 창작 활동 증진을 위해 국내 작사ㆍ작곡가의 모임 하이노트 결성에도 주도적인 역할을 맡았다.

후진을 양성하는데도 정열을 불태우고 있다. 2009년부터 지망생을 발굴해 인큐베이팅 과정을 거쳐 기획사에 연결시키는 레인보우브릿지의 이사로 활동 중이다. 호원대 실용음악과 교수로 재직하며 현장과 강단의 거리를 좁히려 부단한 노력 중이다.

필드를 누비는 작사가로 동료 작가들의 권익을 대변하는 단체의 이사로 여기에 후학을 양성하는 일까지. 다방면에서 활동하며 날로 팽창하는 음악 산업을 다각도로 분석하고 조망하는 그에게 K-POP의 오늘과 내일을 물었다.

"K-POP은 곧 댄스아이돌이라는 공식이 성립됐어요. 모두가 아이돌 육성에만 매달리는 이유죠. 시장 자체가 포화상태에요. 그렇다고 이제 아이돌을 그만 만들어야 한다는 말씀을 드리는 건 아닙니다. 모두가 K-POP의 '붐'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는데 냉정하게 현실을 바라봐야 할 시점이 왔다고 봐요. 양질의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생산하는 시스템 구축이 시급해요. 단기간에 투자금을 회수하기 위해 급조된 아이돌은 산업 자체를 해치는 결과를 가져올 겁니다. 싸이의 성공을 지켜보며 확신을 얻었어요. 외모가 뛰어난 그룹이 아니라도 송라이팅 능력이 있는 개성 강한 아티스트가 많이 나와야겠죠. 콘텐츠가 다변화된다면 K-POP은 전세계 어디서도 장르로 남을 수 있습니다."



김성한기자 wing@sp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