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오넬 메시 / AP=연합뉴스
아르헨티나의 리오넬 메시(25ㆍFC 바르셀로나)와 포르투갈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27ㆍ레알 마드리드)가 자국 대표팀의 전설에 한 걸음씩 다가서고 있다.

두 사람은 당대 최고 선수로 공인 받고 있다. 서로가 유일한 라이벌일 뿐 비교 대상을 찾기 어렵다. 비교 대상의 범위는 종종 이전 세대의 전설들로 확대된다.

메시는 스타덤에 오르던 순간부터 아르헨티나에서는 '축구의 신'으로까지 추앙 받는 (52)와 지겹도록 비교가 되고 있다.

두 사람은 여러 가지 공통점이 있다. 170cm가 안 되는 작은 키에 왼발잡이, 그리고 FC 바르셀로나에서 활약했다는 것, 청소년 월드컵(20세 이하) 계기로 세계적인 스타로 떠올랐고, 심지어 A매치 데뷔전을 헝가리와의 친선 경기를 통해 치렀다는 점까지 똑같다.

마라도나는 1986년 멕시코 월드컵을 통해 펠레의 뒤를 이어 '축구 황제'에 올랐다. 잉글랜드와의 8강전이 하이라이트였다. 교묘한 핸들링으로 주심의 눈을 속인 선제골을 만들어냈고 60m 거리를 단독 드리블, 잉글랜드 수비수 6명과 골키퍼까지 제치는 환상적인 결승골을 터트렸다. 마라도나의 이 득점은 역대 월드컵 최고의 골로 꼽힌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 AFP=연합뉴스
메시는 마라도나가 멕시코 월드컵 잉글랜드전에서 넣은 2골과 비슷한 장면을 모두 만들어냈다. 2007년 4월 헤타페와의 스페인 국왕컵 경기에서 메시는 하프라인 직전에서 볼을 잡아 60여m를 단독 드리블, 상대 수비수 5명과 골키퍼를 제치고 믿을 수 없는 골을 터트렸다. '마라도나의 재림'이라는 별명으로 본격적으로 불리기 시작한 계기다. 이어 같은 해 6월에는 에스파뇰전에서 크로스가 올라오자 문전으로 쇄도하며 교묘하게 주먹으로 쳐서 골을 만들어냈다. 상대 선수들의 거센 항의에도 득점이 인정됐다.

메시가 클럽 축구에서 만들어낸 업적은 이미 마라도나를 넘어섰다. 그러나 그는 고국에서는 어깨를 펼 수 없었다. 대표팀에서는 통 부진했기 때문이다. 그가 야유를 받는 유일한 곳이 조국 아르헨티나였다.

하지만 올해 들어 사정이 달라졌다. 바르셀로나에서보다 대표팀에서 오히려 더욱 위력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올 들어 치른 A매치 8경기에서 12골을 몰아쳤다. 해트트릭을 두 차례나 기록했고 지역 라이벌인 브라질(3골), 우루과이(2골)를 상대로 더욱 매서운 모습을 보였다.

지난 13일 열린 우루과이와의 2014 브라질 월드컵 예선(3-0)에서 2골, 17일 칠레전(2-1)에서 1골을 추가한 메시는 현재 A매치 75경기에서 31골을 기록하고 있다. 아르헨티나 축구 역사상 A매치에서 30골 이상을 기록한 네 번째 선수다. 현재의 페이스라면 마라도나의 A매치 골 기록(91경기 34골) 돌파는 시간 문제다. 메시의 나이를 고려할 때 가브리엘 바티스투타(78경기 56골)의 아르헨티나 대표팀 최다 득점 기록 경신도 유력하다. 마라도나는 34세였던 1994년 미국 월드컵 도중 약물 복용 혐의로 국제축구연맹(FIFA)의 징계를 받으며 대표팀에서 은퇴했다. 만약 메시가 34세까지 대표팀에서 활약하면 하비에르 사네티의 A매치 최다 출전(145경기) 기록도 노려볼 만 하다.

호날두는 17일 북아일랜드와의 브라질 월드컵 유럽 지역 예선전에 출전하며 센츄리 클럽(A매치 100경기 출전) 가입의 영예를 누렸다.

디에고 마라도나
포르투갈 축구 역사상 센츄리 클럽 가입은 루이스 피구(127경기) 페르난도 쿠투(110경기)에 이어 호날두가 세 번째다.

A매치 100경기에 출전해 37골을 기록한 호날두는 포르투갈이 낳은 최고 축구 스타 (64경기 41골)의 A매치 골 기록 경신도 눈 앞에 두고 있다. 포르투갈령이었던 모잠비크 출신의 는 1960년대 최고 골잡이로 명성을 떨쳤다. '흑표범'으로 불린 그는 1966년 잉글랜드 월드컵에서 9골로 득점왕에 오르며 '축구 변방'이었던 포르투갈을 3위로 이끄는 위력을 과시했다.

호날두는 브라질 월드컵 예선 기간 중 의 기록을 뛰어 넘을 것으로 보인다. 파울레타의 최다 골(47) 기록 경신도 시간 문제. 호날두는 갑작스런 부상 등 돌발 변수만 없다면 포르투갈 대표팀과 관련된 모든 최다 기록을 갈아치울 것으로 예상된다.


에우제비오

김정민기자 goavs@sp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