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승환 / 연합뉴스
삼성 '끝판왕' 오승환
오릭스 영입 위한 조사 착수
선수층 탄탄하고 두터운 삼성
전력 타격 크지 않을 듯

한화 '에이스' 류현진
메이저리그 큰손들 '관심집중'
선수 본인 진출 희망도 커
김응용 신임 감독 의중 관건

한국시리즈를 앞두고 삼성의 '끝판왕'오승환(30ㆍ삼성)의 주가가 치솟고 있다.

일본의 닛칸스포츠는 지난 21일"오릭스가 한국의 구원왕 오승환을 영입하기 위한 조사에 착수했다"고 보도했다. 지난 8월 말에도 오릭스 스카우트들이 한국을 방문했고, 오릭스에서 코치를 지냈던 김성래 삼성 수석코치를 통해 "당장 오승환을 데려가고 싶다"고 말한 적 있다. 당시 류중일 삼성 감독은 은근히 팀의 '수호신'인 오승환의 존재에 자부심을 느끼는 표정이었다. 오승환은 구단의 허락이 떨어져야 해외에 진출할 수 있는 7년째를 채웠다.

오승환보다 더 적극적으로, 공개적으로 해외 진출을 희망해 온 선수는 한화 류현진(25)이다. 류현진은 이미 지난해 메이저리그의 '큰 손'인 에이전트 스캇 보라스와 손 잡고 미국 진출을 타진해 왔다. 이미 올 시즌에도 수 많은 메이저리그 스카우트와 구단 관계자들이 류현진의 경기를 지켜 보기 위해 그가 등판하는 구장마다 구름처럼 몰려 다녔다. 류현진은 시즌 막판 수훈 선수 인터뷰를 통해 "메이저리그에 꼭 가고 싶다. 보내 달라"고 구단에 공개적으로 요청을 하기도 했다.

류현진 / 연합뉴스
오승환과 류현진, 각각 마무리와 선발 투수로 국내 프로야구 역사를 새로 쓰고 있는 슈퍼 스타들이다. 일본 진출을 노리는 오승환은 대졸, 미국을 원하는 류현진은 고졸이라는 차이는 있지만 해외 스카우트들의 눈에는 역대 한국 선수 가운데서도 눈에 띄는 '인재'임에 분명하다.

남은 문제는 칼자루를 쥐고 있는 구단의 결정이다. 여기서 묘한 역학 관계가 엿보인다. 삼성은 페넌트레이스 우승을 차지하고, 한국시리즈에 직행한 1위 팀인 반면 한화는 꼴찌 팀이다. 사실 삼성을 2000년대 중반부터 최고 팀으로 올려 놓은 주인공이 바로 오승환이다. 2005년 데뷔한 오승환은 선동열 KIA 감독의 조련 아래 2006년 아시아 최다 세이브 기록(47세이브)을 수립하며 팀의 2연패를 이끌었다. 2007년에도 40세이브, 2008년에도 39세이브를 올렸으며 올 시즌엔 김용수 전 LG 코치가 보유하고 있던 프로야구 통산 최다 세이브(227세이브)마저 갈아 치웠다. 명실 상부한 한국 야구의 최고 마무리로 우뚝 섰다.

류현진도 데뷔 첫 해인 2006년 트리플 크라운을 차지하며 일약 스타덤에 오른 이후 부진한 팀 성적 속에서도 고군분투하고 있다.

삼성과 한화는 공식적인 입장 발표는 미루고 있지만 간접적으로 팀 전력의 핵심인 오승환과 류현진을 보낼 수 없다는 데 뜻을 같이 하고 있다.

그렇다면 1위 삼성에서 오승환이 차지하는 비중과 꼴찌 한화에서의 류현진의 가치는 어느 쪽이 높을까. 야구 전문가들은 삼성에서 오승환의 역할이 절대적이지만 오승환이 없더라도 당장 성적이 떨어질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한다. 그만큼 선수층이 탄탄하고 두터운 게 삼성의 장점이기 때문이다. 오승환이 빠질 경우 다른 팀에서 당장 마무리로 쓸 수 있는 안지만이나 정현욱이 대체 후보가 될 수 있다. 한화에서의 류현진 또한 마찬가지다. 야구는 9명이 하는 스포츠이기 때문에 류현진이 있어도 바닥을 벗어나지 못하는 한화가 류현진이 없다고 해서 크게 달라질 일은 없을 것이다. 물론 김응용 감독을 새로 영입하고 전체적으로 전력 보강을 한다면 내년 상위권 도약을 기대할 수 있지만 류현진에 의해 팀 성적이 좌지우지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지난해 KIA가 7년차 해외 진출 자격을 얻었던 윤석민에 대해 일찌감치 '해외 진출 불가'결정을 내렸던 것과 달리 삼성과 한화는 심사숙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은 2년 연속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한다면 분위기가 바뀔 가능성도 있다. 오승환의 일본행을 대승적인 차원에서 허락할 여지도 있다. 한화는 김응용 신임 감독의 의중이 중요하지만 그룹 차원에서 관리하는 류현진이기에 어떤 결정이 내려질지 아직 알 수 없다.

1위 삼성도, 꼴찌 한화도 쉽게 보낼 수 없는 선수들임에 분명하지만 그들이 없다고 해도 팀 성적이 요동칠 일 또한 없을 것 같다.



성환희기자 hhsung@sp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