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CF도 '힐링 바람'서울우유, 날 키워준 엄마 위로SK브로드밴드, 고된 시집살이 속풀이단순한 마케팅 넘어 소비자 마음 어루만져

최근 힐링(Healing) 바람이 거세다.

SBS 예능 프로그램 '힐링캠프, 기쁘지 아니한가'는 프로그램 제목에 '힐링'을 내세우고 출연자와 시청자들을 어루만지고 있다. KBS 2TV '안녕하세요'는 평범한 이들의 고민에 귀를 기울이며 시청자들과 울고 웃고 있다.

이들은 스타들이 출연해 자극적인 발언을 쏟아내는 여타 예능과 다르다. 방송 초반 다소 '밋밋하다'는 평도 있었지만 최근에는 월요일 밤 시청률을 놓고 자웅을 겨루고 있다.

그만큼 삶의 더께에 지친 현대인들은 휴식을 원한다는 분석이다. CF 업계도 소비자의 힐링에 소구하고 나서고 있다. 고향과 어머니로 대변되는 '힐링 코드'가 CF에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CF도 힐링 바람

'강남 스타일'로 '국제가수'로 급부상한 싸이도 '힐링'에 나섰다. 삼성 지펠아삭은 최근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바쁜 스케줄을 소화하며 지친 싸이를 지펠의 남자 이승기가 아삭한 김치를 직접 먹여주며 '힐링'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싸이가 '아삭' 소리와 함께 김치 맛을 본 이후 두 사람이 대사 없이 눈빛만으로 대화하는 장면을 통해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군침 도는 맛있는 김치를 상상하게 만든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이번 CF는 맛있고 아삭한 김치로 온 국민들에게 힘을 주고자 하는 마음을 대한민국 대표 아이콘인 싸이의 '힐링' 과정으로 표현하고자 했다"며 "김치의 아삭한 식감이 한국인에게 주는 공감대와 에너지가 있는 만큼 직접적으로 표현하지 않아도 그 의미가 많은 국민들께 전달되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치가 '고향의 맛'으로 힐링을 시도한다면 엄마는 그 존재만으로 자녀에게 힐링이다. 서울우유는 CF를 통해 자녀 양육을 위해 헌신하는 엄마들을 위한 메시지를 담았다. CF는 우유로 어린 자녀의 건강을 챙기는 엄마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으로 시작해 성장한 딸이 나이 든 엄마의 건강을 위해 우유를 준비하는 장면으로 끝을 맺는다.

청정원 순창은 CF를 통해 어린 나이에 인생의 매운 맛을 느끼고 있는 아이들을 위한 '빨간우산' 프로젝트를 공개했다. CF는 공익광고처럼 학교폭력 문제에 관련된 충격적인 조사 결과들을 통해 문제를 제기하는 방식을 채택해 이목을 끌고 있다. 청정원 순창은 이 같은 학교폭력에 대한 해결책으로 엄마들이 '힐링'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한다.

SK브로드밴드는 CF를 통해 시집살이에 지친 주부들의 마음을 속 시원하게 표현했다. CF는 시댁 식구들의 잔심부름 때문에 보고 싶은 방송 프로그램도 마음껏 보지 못하는 주부의 스토리를 담았다. 어려운 시어머니뿐만 아니라 얄미운 시누이에 눈치 없는 남편까지 스트레스를 받게 만들자 이내 주부는 감정을 컨트롤하지 못하고 "도대체 난 언제 보라고!"라며 울부짖는다. 시댁 식구들이 돌아간 후 남편에게 집안일을 모두 시키며 여유롭게 TV를 시청하는 모습으로 주부들의 기분까지 통쾌하게 한다.

왜 힐링인가

힐링 바람은 방송이나 CF에만 부는 것이 아니다. 베스트셀러에도 힐링을 표방한 서적들이 다수 포진됐다. 한국출판인회의가 12~18일 교보문고 등 9곳의 서적 판매량을 종합한 결과 대표적인 '힐링' 서적인 매사추세츠주 햄프셔대의 한국인 스님 교수 혜민의 에세이집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 8주 연속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인터넷과 스마트폰으로 대표되는 속도감 속에서 현대인들은 오히려 외로움에 빠진다는 분석도 있다. '하우스 푸어''청년 실업''묻지마 범죄'등의 이슈에 마음 속 불행으로 안식을 원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는 것이다.

CF의 한 관계자는 "이 같은 트렌드에 발맞춰 소비 심리에 민감한 CF 분야에서도 '힐링' 코드가 주목 받고 있다"며 "특히 '힐링' CF는 단순히 마케팅을 위한 메시지보다는 지속되는 경제위기에 따른 고된 생계활동으로 지친 국민들을 위로하는 메시지를 담아내고 있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이재원기자 jjstar@sp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