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화군단 레이커스 흔들, 샌안토니오-뉴욕 선전

LA 레이커스의 드와이트 하워드(오른쪽)가 8일(한국시간) 에너지 솔루션스 아레나에서 열린 유타 재즈와의 원정 경기에서 패스할 곳을 찾고 있다. 솔트레이크시티(미 유타주)=AP 연합뉴스
2012~13 미국프로농구(NBA)의 초반 판도가 심상치 않다. 초호화 군단을 구축한 LA 레이커스는 34년 만에 정규 리그 개막 후 3연패 수모를 당했고, 설상가상으로 베테랑 포인트가드 스티브 내쉬가 왼쪽 정강이 골절상으로 출전 여부가 일주일간 불투명하다.

2000년대 중반 세 차례 우승을 거머쥐며 NBA를 주름 잡은 샌안토니오는 베테랑의 활약 속에 4연승을 질주 중이다. 카멜로 앤서니의 득점포가 불을 뿜은 뉴욕 역시 아마레 스타더마이의 부상 공백 속에서도 3연승으로 선전하고 있다. 휴스턴에 새 둥지를 튼 제레미 린은 또 한번의 '황색 돌풍'을 예고했다.

▲'판타스틱 4' 레이커스, 시간이 필요해

레이커스는 비시즌 동안 센터 드와이트 하워드와 정규리그 최우수선수(MVP)를 두 번이나 차지했던 내쉬를 영입했다. 기존의 코비 브라이언트, 파우 가솔과 함께 '판타스틱 4' 결성으로 서부 컨퍼런스에서 최강 전력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자 엇박자가 났다. 공격은 개인기로 풀어갈 수 있지만 수비 조직력이 문제였다. 손발이 제대로 안 맞으니 상대에 쉬운 득점을 내줄 수밖에 없었다. 하워드와 가솔은 "시간이 더 필요할 것 같다"고 입을 모았다.

레이커스는 지난 5일 디트로이트를 108-79로 꺾고 시즌 첫 승을 뒤늦게 올렸다. 내쉬가 부상으로 빠진 상황에서도 승리를 챙겨 처진 팀 분위기를 끌어 올렸다. 부진 탓에 시즌 초반부터 비판을 받았던 마이크 브라운 레이커스 감독이 앞으로 '꿈의 라인업'을 어떻게 교통 정리할 지가 중요하다.

LA 레이커스의 코비 브라이언트(왼쪽)가 5일(한국시간) 스테이플스센터에서 열린 2012~13 미국프로농구(NBA) 디트로이트와의 홈경기에서 재이슨 맥시웰의 블록을 피해 슛을 하고 있다. 로스앤젤레스(미캘리포니아주)=AP 연합뉴스
▲샌안토니오-뉴욕 기대 이상의 선전

샌안토니오와 뉴욕의 초반 행보가 순탄하다. 샌안토니오는 개막 4연승, 뉴욕은 3연승을 달렸다. 샌안토니오는 팀 던컨의 '회춘 모드'가 돋보인다. 던컨은 1997~98 데뷔 시즌부터 2000년대 중후반까지 공수를 겸비한 NBA 최고의 파워포워드였다. 2010~11 시즌 들어 하향 곡선을 그려 세월의 흐름을 실감하는 듯 했지만 시즌 초반 4경기에서 평균 19.3점 10.3리바운드 2.5 블록슛을 기록하고 있다. 포인트 가드 토니 파커 역시 꾸준한 활약으로 팀 상승세를 이끈다. 주축 선수의 노쇠화로 2007년 이후 우승을 차지하지 못했지만 샌안토니오는 올 시즌 상쾌한 출발로 또 한번의 우승을 향한 전망을 밝혔다.

1999~2000 시즌 이후 13년 만에 개막 3연승을 기록한 뉴욕의 상승세 또한 매섭다. 개막전부터 '디펜딩 챔피언' 마이애미를 잡더니 필라델피아와의 2연전까지 휩쓸었다. 앤서니가 내외곽을 넘나들며 공격을 주도하고, 레이먼드 펠튼은 경기 조율을 책임진다. 또 펠튼의 뒤를 제이슨 키드가 받치고 있다. 패싱력이 좋은 포인트 가드가 즐비해 볼 움직임이 매끄럽다. 수비 조직력도 잘 갖춰져 있어 팀이 유기적으로 돌아가고 있다.

▲'황색 돌풍' 올 시즌에도 불까

린은 지난 시즌 뉴욕 닉스에서 신데렐라로 떠올랐다. 주전 선수들의 잇단 부상으로 출전 기회를 잡아 35경기에서 평균 14.6점을 넣고 6.2어시스트 3.1리바운드를 기록하며 '황색 돌풍'을 일으켰다. 그러나 린은 시즌 막판 무릎 부상 탓에 시즌을 일찍 마감했다. 지난 시즌 종료 후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은 린은 3년간 2,500만달러(약 275억원)를 받는 조건에 휴스턴으로 이적했다. 휴스턴은 린 영입을 통해 흥행과 성적 두 마리 토끼를 노렸다. 중국인 센터 야오밍(229㎝)이 휴스턴에서 활약할 때 아시아에서 높은 인기를 누렸기 때문이다.

현재까지 성적은 괜찮다. 주전 포인트 가드로서 3경기 평균 15.3점 7.3어시스트 5.7리바운드를 올렸다. 특히 제임스 하든과의 호흡이 돋보인다. 지난 시즌 '식스맨상'을 받은 하든은 팀을 옮긴 지 4일 밖에 되지 않았지만 린과 앞 선을 책임지고 있다. 또 3경기에서 평균 35.3점을 몰아넣는 괴력을 뽐내기도 했다. 린-하든 듀오가 있기에 휴스턴은 올 시즌 다크호스로 꼽힌다.



김지섭기자 onion@sp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