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회적 메시지로 무장한 스크린'남영동 1985'·'26년' 민주화 탄압에 자기반성'돈 크라이…'·'공정사회' 성폭행당한 딸 위해 복수'또 하나의…'·'10년 전쟁' 국내 최대기업 상대 싸움

남영동 1985
묵직해졌다. 지난해 '도가니', 올해 초 '부러진 화살' 이후 강렬한 주제 의식으로 무장한 영화들이 봇물이다. 사회적 메시지를 '돌직구'로 전하는 영화들을 살펴봤다.

#응답하라 1980년대…치열한 자기 반성

''(감독 정지영ㆍ제작 ㈜아우라픽처스ㆍ개봉 22일)는 강하다. 고 김근태 의원의 자전적인 수기를 바탕으로 1985년 서울 남영동 대공분실에서 벌어진 22일 간의 기록을 담았다.

특징은 다큐멘터리를 보는 듯한 생생함이다. 러닝타임 대부분이 민주화 운동가 종태(박원상)가 고문에 시달리는 장면이다. "전기고문을 제외하고는 실제 방법을 따라 촬영했다"고 할 만큼 사실적이다.

영화가 끝날 때쯤 관객 역시 칠성판(고문 탁자 본래 관 속 바닥에 까는 널조각)에 치를 떨게 된다. 고통스럽지만 화면에서 눈을 땔 수 없는 이유는 날 것 그대로의 이야기, 실화이기 때문이다. 엔딩 크레딧이 실제 고문 피해자들의 증언 영상과 함께 올라갈 때 스스로 되묻게 된다. "지금의 민주주의는 누구에게 빚진 것인가?"

26년
29일 개봉하는 ''(감독 조근현ㆍ제작 영화사청아람)도 통렬한 반성에서 출발한다. 강풀 작가의 웹툰을 원작으로 한 이 영화는 1980년 5월 광주민주화운동과 연관된 인물들이 후 '그 사람'을 단죄하기 위해 작전을 펼치는 내용을 담았다. 내년 10월, '그 사람'의 추징금 공소시효가 끝나는 데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궁금증을 자아낸다.

#성범죄 경각심

성범죄가 스크린을 달구고 있다. ''(감독 김용한ㆍ제작 ㈜시네마@ㆍ개봉 22일)는 미성년자 성범죄를 이야기한다. 조한(동호)을 비롯 남자 고등학생은 또래의 여고생 은아(남보라)를 성폭행한다. 이 후 성폭행 장면을 담은 동영상을 빌미로 은아를 협박하고 은아는 결국 극단적 선택을 한다. 미성년이란 이유로 가해자들은 태연히 살아간다. 자극적인 전개보다 놀라운 것은 실화를 바탕으로 한 점이다.

'공정사회'(감독 이지승ㆍ제작 시네마팩토리 ㆍ개봉 미정)도 비슷한 설정이다. 성폭행 당한 10세 딸 아이의 엄마(장영남)가 경찰의 부실수사와 남편의 무관심을 이겨내고 직접 복수에 나서는 내용을 담았다. 제17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첫 선을 보이며 엄마판 '테이큰'으로 불리고 있다. 이달 1일 개봉된 영화 '나쁜 피'(감독 강효진ㆍ제작 키노크러시)도 파격적이다. 암에 걸린 엄마로부터 자신이 강간에 의해 태어났다는 것을 알게 된 인선(윤주)가 아버지를 찾아가 복수를 하는 이야기를 그렸다.

세 영화는 성범죄를 소재로 다루는 데에 그치지 않는다. 피해자가 부당한 공권력에 대항해 직접 처벌에 나선다는 것이 공통점이다. 피해자들은 고통과 울분을 삭이지 않고 자신의 손에 피를 묻힌다. 하지만 정말 그들이 원하는 것은 성범죄 예방대책과 처벌 체계다.

돈 크라이 마미
#대기업 본격 고발

국내 최대 기업체의 이면을 고발하는 영화가 연달아 제작된다. '또 하나의 가족'(감독 김태윤ㆍ제작 또 하나의 가족 제작위원회)과 '10년 전쟁'(감독 김상수ㆍ 경제민주화촉진 영화제작위원회)이다.

'또 하나의 가족'은 택시 기사인 평범한 아버지(박철민)는 각종 유혹과 협박에 굴하지 않고 세상을 떠난 딸과의 약속을 지켜낸다는 줄거리다. 제작진은 "다큐멘터리나 사회 고발 영화가 아니다"라고 말하지만, 제목부터 해당 기업체의 광고 슬로건을 따와 그 색깔이 분명하다. '10년 전쟁'은 10여 년 가까이 해당 기업체를 상대로 법정 싸움을 벌이고 있는 얼라이언스시스템 조성구 전 사장(현 중소기업상생협회 회장)의 이야기를 담았다.

자본을 쥐고 있는 대기업을 상대로 한 만큼 투자배급에 있어 조심스러운 것도 사실이다. 지난 1일 크라우드 펀딩을 시작한 '또 하나의 가족' 측은 "50%를 돌파했지만 모금률이 현저히 떨어진 상황이다. 보다 많은 관심과 후원을 부탁한다"고 당부했다. '10년 전쟁' 측은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를 통해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윤지기자 jay@sp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