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BC 류중일호 '담대한 도전'류현진·추신수 빠졌지만 이승엽·이대호 대표팀 합류신구 조화 면에선 최강본선 1R서 대만 거쳐 일본·쿠바 넘어야 4강

류중일 삼성 감독에게 지휘봉을 맡긴 제3회 WBC 야구대표팀이 세계 정상에 도전한다. 한국은 1회 대회 4강, 2회 대회 준우승을 차지하는 저력을 보여줬다. 사진은 지난 2009년 3월 미국 샌디에이고 펫코파크에서 열린 대회 2라운드에서 일본을 꺾고 4강 진출을 확정한 뒤 서재응이 마운드에 태극기를 꽂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대망의 제3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이 다가왔다. 2006년 초대 대회로 문을 연 WBC는 명실 공히 최고 기량을 지닌 야구선수들이 총출동하는 대회로 세계 야구 저변을 넓히자는 취지로 출범했다.

3회 대회의 본선은 내년 3월2일부터 대만과 푸에르토리코, 미국으로 나뉘어 18일 간의 열전에 돌입한다. 이미 지역 예선을 거쳤고, 각 국은 내년 2월부터 전지훈련에 돌입할 것으로 보여 사실상 야구계는'WBC 정국'에 들어섰다.

▲'류중일호'의 담대한 도전

전년도 우승팀이 WBC 사령탑을 맡는다는 원칙에 따라 류중일 삼성 감독이 대표팀 지휘봉을 잡았다. 류 감독은 양상문 한국야구위원회(KBO) 기술위원에게 수석코치 겸 투수코치를 맡겼고 박정태, 김한수 코치를 타격코치로 영입했다. 김동수 코치가 배터리 코치를, 유지현 코치가 수비와 주루를 전담할 예정이다. 1, 2회 대회에서 코치로 대표팀에 승선했던 류 감독은 코칭스태프 가운데 유일하게 3차례나 개근하게 됐다.

류 감독의 부담이 크다. 한국이 1회 대회에서 4강, 2회 대회에서 준우승을 거둔 데다가 이번 대표팀 멤버는 외관상 약화됐기 때문이다. 대만 타이중에서 막을 내린 아시아야구선수권에서 한국이 일본과 대만에 잇따라 영패를 당한 대목도 불안하다.

이승엽
하지만 류 감독과 KBO 기술위원회는 해 볼만하다는 자신감으로 충만해 있다. 류현진(한화)과 추신수(클리블랜드)가 빠질 것으로 보이지만 타선의 기둥인 (삼성)이 대표팀에 복귀할 예정이다. 더욱 다행스러운 것은 오릭스가 흔쾌히 이대호의 출전을 허락했다는 사실이다. 따라서 28명의 예비 엔트리를 살펴 보면 오히려 신구 조화 면에서는 역대 대표팀 가운데서도 최상이다.

1회 대회부터 이번까지 모두 출전하는 선수는 정대현(롯데)과 오승환(삼성), 김태균(한화), 이진영(LG) 등 총 4명이다. 또 이대호와 윤석민(KIA), 장원삼(삼성), 정근우, 최정(이상 SK), 이용규(KIA), 김현수(두산)도 2009년부터 두 번 연속 WBC 무대를 밟는다. 이처럼 경험이 풍부한 선수가 주축을 이루면서 생애 처음으로 WBC 유니폼을 입는 선수들도 국내 프로야구를 대표하는 주역들로 구성됐다. 박희수(SK)와 노경은, 홍상삼(이상 두산), 김진우(KIA), 유원상(LG), 손승락(넥센) 등 각 팀의 최강 불펜들이다.

기술위원회는'각 팀에서 맡고 있는 보직의 최고 투수를 대표팀에서도 그대로 맡긴다'는 전제 하에 투수 명단을 꾸렸다. 즉 최고의 선발 투수만 죄다 모아 놓고 보직을 나누는 것이 아니라는 얘기다. 대표팀이라 해도 보직을 바꾸는 건 위험 부담이 크고 적응 기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2006년과 2009년엔 박찬호와 구대성(이상 전 한화), 김선우(두산), 김병현(넥센), 손민한(전 롯데) 등 베테랑들이 마운드를 이끌었다면 이번엔 '젊은 피'들에 거는 기대가 크다. 야수 쪽에서도 손시헌(두산), 강정호(넥센), 김상수(삼성) 등 새로운 유격수 삼총사가 포함됐고, 전준우(롯데)도 치열한 경쟁을 뚫고 외야수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일본 대만 쿠바를 넘어라

지난 4일 WBC 조직위원회가 발표한 일정에 따르면 한국은 3월2일 대만 타이중의 인터컨티넨털 구장에서 시작되는 본선 1라운드 첫 경기에서 네덜란드를 만난다. 이어 함께 B조에 편성된 호주(3월4일), 대만(5일)과 차례로 붙는다. 여기에서 한국은 이변이 없는 한 2라운드에 진출할 2위 안에 들 것은 확실하다.

문제는 2라운드에서 맞붙을 A조(일본 쿠바 브라질 중국)다. 2라운드는 패자부활전 방식이 도입되는데 먼저 A조 1위와 B조 2위, A조 2위와 B조 1위가 맞붙고 여기에서 이긴 팀과 진 팀은 각각 승자 대결, 패자 대결로 2차전을 치른다. 2경기에서 모두 이긴 팀은 2라운드 결승에 선착하고, 승자조 패배 팀과 패자조 승리 팀이 패자부활전을 통해 결승 진출 팀을 가린다.

결국 한국은 2라운드 진출이 유력한 일본, 쿠바 가운데 한 팀을 반드시 최소 한 번은 꺾어야 자존심의 마지노선인 4강에 진출할 수 있다.

아시아의 영원한 숙적인 일본, 대만을 물리치는 것이 관건이다. 두 팀 모두 만만치 않은 전력을 보유하고 있어 경계를 늦출 수 없다. 대만은 아시아 야구선수권대회에 무려 11명의 WBC 멤버를 투입해 막강 전력을 과시했다. 일본은 다르빗슈 유(텍사스)를 포함해 메이저리그 출신의 해외파가 모두 빠졌다고 하지만 저변이 워낙 튼튼해 순수 국내파만으로도 우승 전력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한국 선수들은 유니폼에 태극마크를 새기면 전력 이상의 에너지를 발산해 똘똘 뭉치는 애국심이라는 강한 무기를 가지고 있다. 3회 WBC는 최근 주춤하고 있는 한국 야구의 위기이자 기회이다.



성환희기자 hhsung@sp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