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식 끝' 프로농구 3라운드 관전 포인트SK·모비스 선수층 두꺼워 '양 강 체제'이어질 듯삼성-LG 상승세도 눈길전태풍·추승균 잃은 KCC '이한권 영입 효과' 볼까

2주 동안의 휴식을 마친 프로농구가 본격적인 순위 경쟁에 들어갔다. SK 김선형(오른쪽)이 지난 11일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린 KCC와의 홈 경기에서 신명호의 수비를 피해 돌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프로농구가 2주 간의 휴식기를 끝내고 3라운드에 들어갔다. 물론 프로-아마 최강전에서 힘을 뺀 팀이 있고, 조기 탈락으로 충분한 휴식을 취한 팀도 있다. 그러나 모든 팀들은 각각 실속을 챙길 수 있었다. 정규 리그에서 부진했던 팀은 전술 또는 조직력을 맞추는 기회가 됐고, 주전에 대한 의존도와 부상 선수가 많은 팀은 재충전의 시간을 벌었다. 이제부터는 다시 본격적인 순위 경쟁이다.

▲SK-모비스, 양 강 체제 이어질까

SK와 모비스는 공동 1위로 휴식기를 맞았다. 두 팀 모두 두터운 선수층을 자랑하며 상승세를 탔다. 전자랜드가 뒤를 쫓고 있지만 전력을 비교할 때 두 팀보다 열세다. 당분간 양 강 체제가 이어질 전망이다.

SK는 '원 가드-포 포워드' 시스템이 확실히 자리를 잡았다. 김선형이 포인트가드를 맡고 키 200㎝에 가까운 박상오, 김민수, 최부경, 애런 헤인즈 등 포워드 4명이 쉴 새 없이 움직인다. 센터는 없지만 포워드 포지션에서 높이의 우위를 점해 공격을 쉽게 풀어간다. 수비 때는 유기적인 로테이션으로 상대 공격을 차단한다. 그 동안 모래알 조직력이라는 비아냥을 들었지만 올 시즌엔 어느 때보다 선수들끼리 똘똘 뭉쳐 '한번 해보자'는 의욕이 강하다.

모비스는 워낙 국내 선수들이 좋다. 국가대표 가드 양동근과 센터 함지훈의 기존 전력에 귀화혼혈 선수 문태영, 신인 1순위 김시래까지 가세해 '판타스틱 4'를 구축했다. 시즌 초반 조직력이 흔들려 주춤했지만 경기를 치를수록 우승 후보 0순위다운 위용을 뽐내고 있다. 외국인 선수 기량이 다른 팀에 비해 떨어지지만 국내 선수들의 기량이 워낙 좋아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삼성-LG의 이유 있는 선전

삼성과 LG는 시즌 전 전문가들 사이에서 하위권 팀으로 꼽혔다. 지난 시즌 전력보다 나아진 게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삼성은 12일 현재 공동 4위, LG는 공동 6위에 올라 선전하고 있다.

부상 악몽에 시달리는 삼성은 잇몸으로 버텨내며 4연승 상승세를 탔다. 목 디스크 수술을 받은 김승현에 이어 주전 가드 이정석까지 왼 무릎을 다쳐 가드진이 무너진 상황이지만 이시준, 최수현이 뒤에 버티고 있다. 또 베테랑 이규섭이 부진한 것을 신인 임동섭이 잘 메워주고 있는 것도 순항하는 이유다.

LG는 올 시즌 샐러리캡(연봉총액상한제) 소진율이 53.74%에 불과하다. 하한선(70%)에 미치지 못하는 수준으로 철저하게 리빌딩 중이다. 그러나 의외의 성과가 있다. KT에서 LG로 유니폼을 갈아 입은 김영환이 못다 핀 꽃을 화려하게 피웠다. 김영환은 경기당 평균 15.9점(8위) 3점슛 2.7개(1위)로 팀을 이끌고 있다. 또 김영환을 비롯한 LG 선수들은 비시즌부터 하루에 3점슛 1,000개씩 던지면서 슛에 대한 자신감을 키웠다.

▲유난히 추운 KCC, 이한권 효과 볼까

"올 겨울은 유난히 춥네." 허재 KCC 감독의 말이다. KCC는 하승진의 군 복무와 전태풍(오리온스)의 이적, 추승균의 은퇴로 전력이 크게 약화됐다. 팀은 최하위로 처진 상황. 몸도 춥고, 마음도 춥다.

그러나 KCC에 한 줄기 빛이 생겼다. 적극적인 구애로 전자랜드로부터 베테랑 포워드 이한권을 영입했다. 이한권은 지난 11일 갑작스럽게 KCC 유니폼으로 갈아입고 SK전에 출전해 16점을 올렸다. 손발을 전혀 맞추지 않은 상황에서도 좋은 활약을 했다. 허 감독 역시 만족감을 나타냈다.

KCC로서는 '이한권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허 감독은 평소 "슛을 던지기만 하지 쏠 줄 아는 선수가 없다"고 아쉬워했다. 허 감독의 고민을 해결해줄 적임자는 이한권이다. 이한권은 슛을 많이 던지지 않지만 팀이 필요로 할 때 한 방을 터뜨릴 줄 안다. 이런 능력은 프로-아마 최강전을 통해 충분히 보여줬다.

또 선수 운용에 숨통이 트였다. KCC는 포워드 자원이 프로 1, 2년차 선수 밖에 없다. 김태홍, 노승준, 최지훈이 열심히 뛰지만 경험 부족이 발목을 잡는다. 체력 조절에도 아직 서툴다. 허 감독은 "대학 시절 30분을 뛰던 애들이 40분을 뛰니 힘들어 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러나 이한권의 가세로 적절히 교체해가며 체력 안배를 할 수 있게 됐다.



김지섭기자 onion@sp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