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0만 돌파 승승장구 "시나리오 본 순간 '내것'이라 생각"

영화 '26년'(감독 조근현ㆍ제작 청어람)의 성공을 바라보며 "진심이 통했다"고 말하는 이들이 많다. 개봉 3주차에 접어든 '26년'은 250만이 넘는 전국 관객을 모으며 손익분기점을 돌파한 후 승승장구하고 있다. 4년째 표류하고 있던 이 영화는 분명 제작두레에 참여한 이들의 진심을 기반으로 제작됐다. 그리고 그 안에는 '26년'의 주연 배우 한혜진의 진심도 포함됐다.

한혜진은 '26년'에 출연했을 뿐만 아니라 제작두레에도 참여했다. 자신이 투자한 영화에 직접 출연한 셈이다. 하지만 영화의 크레딧에서는 한혜진의 이름을 확인할 수 없다. 그의 이름이 아니라 어머니의 이름으로 투자했기 때문이다.

"개봉에 앞서 제작두레 시사회를 했다. 영화를 본 이들의 반응은 정말 열광적이었다. 이렇게 많은 분들의 힘이 모여서 영화가 제작될 수 있다는 사실이 무척 기뻤다. 그리고 모두에게 너무 고맙다."

한혜진이 극중 맡은 역은 1980년 5ㆍ18 광주민주화 운동 때 어머니를 잃고 당시의 충격을 이기지 못한 아버지의 분신자살을 지켜봐야 했던 국가대표 사격선수 심미진. 태극 마크를 달고 있지만 가슴 한 켠에는 부모를 지켜주지 않은 국가에 대한 미움이 가득한 인물이다.

"많은 분들이 왜 굳이 이 작품에 출연하려 하느냐는 질문을 하시는데 시나리오를 보는 순간, 이 작품은 '내 것'이라고 생각했다. 정치적인 성향이나 색깔을 떠나 '왜 우리가 그날의 아픔을 그 동안 모르고 지나쳤을까' 느끼고 반성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

한혜진이 '26년'에 출연한다고 했을 때 걱정하는 지인도 많았다. 정치적인 이념을 담은 작품이기 때문에 자칫 배우의 이미지에 타격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혜진은 "다른 배우가 이 작품을 한다면 배아프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의연하게 대답했다.

"이 작품은 내게 운명이라고 생각한다. 진구가 출연하게 됐다는 기사를 보고 나도 하고 싶은데 '연락이 왜 안 오지'라고 생각했는데 다음날 연락이 오더라. 단숨에 읽고 '무조건 해야지'라고 생각했다."

26년은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가족을 잃은 슬픔을 갖고 살아오던 이들이 당시 발포를 지시한 '그 사람'을 단죄하기 위해 의기투합하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 작품이다.



안진용기자 realyong@sp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