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NBA 노장 스타 '화무십일홍'타 종목 비해 수명 짧아 전성기 실력 유지 불가능'코트 귀공자' 그랜트 힐 부상 3경기 출전 머물러덩크슛 스타 빈스 카터 '식스맨'으로 밀려나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

미국프로농구(NBA) 코트를 호령하던 왕년 스타 플레이어들의 현실에 빗대 떠올릴 수 있는 한자성어다.

농구는 축구와 야구 등 다른 종목에 비해 선수 수명이 상대적으로 짧다. 체력 소모가 극심한 축구의 경우 골키퍼는 불혹을 넘겨서도 왕성한 활동을 하는 선수들이 많다. 국내에서는 김병지(43ㆍ전남)이 대표적인 케이스이고, 잉글랜드의 데이비드 제임스(43ㆍ브리스톨)는 마흔 살이던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대표팀에 선발되기까지 했다. 필드 플레이어 가운데서도 장수하는 선수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라이언 긱스(40ㆍ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올 시즌에도 녹슬지 않은 경기력으로 그라운드를 누비고 있다. 1990년 이탈리아 월드컵에서 카메룬 돌풍을 주도했던 로제 밀라(59)는 42세 때까지 대표팀에서 뛰었다.

야구는 불혹을 넘겨서도 펄펄 나는 선수들을 흔히 볼 수 있다. 구기 종목 가운데 가장 격렬한 것으로 알려진 아이스하키도 해외의 경우 40대에도 현역으로 빙판을 누빈 선수들이 많다. 스웨덴 출신의 니클라스 리드스트롬(43)은 지난해 6월 42세의 나이로 은퇴를 선언할 때까지 북미아이스하키리그(NHL)에서 정상급 경기력을 과시했다. 크리스 첼리오스(51)는 48세였던 2010년에야 스케이트를 벗었다. 그는 40세였던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 동계 올림픽에서 은메달을 목에 거는 등 마흔 줄에 접어든 후에도 '청춘'시절 못지않은 경기력을 과시했다.

반면 농구에서는 불혹의 나이에 전성기 시절의 경기력을 유지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30대 중반을 넘어서면 급격히 하향 곡선을 그린다.

올 시즌 NBA에서 확인할 수 있다.

그랜트 힐(41ㆍLA 클리퍼스)은 90년대 중반 디트로이트 피스톤스에서 활약하던 시절 '코트의 귀공자'라는 별명으로 불리며 최고의 인기를 누렸다. 그러나 무릎 부상으로 심한 부침을 보였다. 올랜도 매직을 거쳐 올 시즌 클리퍼스에 둥지를 틀었지만 고질적인 무릎 부상으로 3경기 출전에 머물고 있다.

지난 시즌 종료 후 은퇴를 고려하다 3년 재계약한 케빈 가넷(37ㆍ보스턴 셀틱스)는 경기당 14.6점과 7.1리바운드로 분전하고 있지만 '코트의 지배자'였던 과거의 위용과는 거리가 있다. 특히 리바운드의 경우 고교를 졸업하고 데뷔했던 1995~96 시즌의 6.3개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토론토 랩터스와 뉴저지 네츠 시절 폭발적인 덩크슛을 앞세워 NBA 간판 스타로 군림했던 빈스 카터(36ㆍ댈러스 매버릭스)는 '식스맨'으로 밀려났다. 올 시즌 39경기 가운데 스타팅 출전은 세 번 뿐이다. 경기당 12.1점을 올리며 '관록'을 과시하고 있지만 화려했던 과거에 비하면 초라한 현실이다. 카터에게 더욱 씁쓸한 것은 우승 반지를 끼지 못한 채 은퇴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2010~11 시즌 NBA 챔피언이었던 댈러스는 16일 현재 16승23패로 올 시즌 플레이오프 진출조차 어려운 상황이다.

지난 시즌 카터와 한솥밥을 먹다가 올 시즌을 맞아 뉴욕 닉스로 둥지를 옮긴 제이슨 키드(40ㆍ뉴욕 닉스)도 세월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있다. 여전히 주전 포인트 가드로 기용되고 있지만 경기당 4.3어시스트에 그치고 있다. 데뷔 후 최저 기록이었던 지난 시즌의 경기당 5.5어시스트와 비교해도 크게 떨어진 수치다.

스티브 내시(40ㆍLA 레이커스)는 부상에 발목이 잡힌 케이스다.

내시는 우승 한을 풀기 위해 레이커스로 이적했지만 정규리그 두 번째 경기에서 종아리를 다쳐 지난달 23일에야 복귀했다. 내시는 올 시즌 14경기에서 경기당 10.5점, 8.9어시스트를 기록하고 있다. 지난 시즌(12.5점ㆍ10.7어시스트)에 비해 떨어진 성적이다. 더욱 큰 문제는 강력한 우승 후보로 꼽히던 레이커스가 현재 플레이오프 진출을 걱정해야 할 정도로 성적이 좋지 않다는 것이다. '득점왕' 코비 브라이언트에다 리그 최고 센터 드와이트 하워드, 메타 월드 피스와 파우 가솔 등 호화 멤버의 레이커스는 16일 현재 17승21패로 5할 승률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아무리 아름다운 꽃도 열흘을 넘기기 어렵다'더니 NBA의 오늘이 이를 증명하고 있는 셈이다.



김정민기자 goavs@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