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각·에이핑크 '넥스트 한류' 앞장"순백이미지 에이핑크 '섹시 걸그룹'과 차별화… 오디션 스타 허각 실력 믿고 아낌없는 지원'강남스타일' 언어 장벽 없어 세계적 인기 가능… 작년 성공 발판 신인 발굴·해외사업 박차

K-POP의 내일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좋은 음악 보다 잘 팔리는 음악에 대한 기준이 분분하고 콘텐츠를 만드는 데 있어서도 회사의 규모와 서열을 중시하는 풍조가 어느 순간 만연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몇몇 회사 위주로 시장이 재편되는 것은 시장 전체로 봤을 때 선택의 폭을 좁히는 결과를 초래한다. K-POP열풍이 지속될수록 시장을 선도하는 '머리'도 중요하지만 그 내용을 풍성하게 할 '허리'가 든든해야 하는 이유다.

걸그룹의 천편일률적인 섹시 콘셉트에서 차별화를 시도한 와 오디션 출신의 한계를 넘어서 '국민가수'를 노리는 보컬리스트 허각의 소속사 에이큐브엔터테인먼트는 변화와 도전으로 K-POP의 허리를 받치는 한 축으로 성장했다.

댄스와 발라드를 고루 소화하며 장르를 초월하고 배경이나 외모가 아닌 실력을 우선으로 하는 이 회사의 분위기는 K-POP 열풍의 차세대 주인공으로 손색이 없다. 에이큐브의 수장 최진호 대표에게 먼저 'NEXT K-POP'의 조건을 물었다.

"'강남스타일'은 제게도 상당한 충격이었어요. 자랑스럽기도 하면서 또 다른 숙제를 얻은 기분이었죠. 싸이를 보면서 해외 활동에서 언어적인 면을 반드시 해결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싸이가 영어로 의사소통이 가능하지 못했다면 지금과 같은 분위기는 불가능했을 겁니다. 또 하나, '강남스타일' 이후에도 여전히 대중가요의 표현 영역이 여전히 제한적인 것이 아쉬워요. 한국을 알리고 문화를 전파하는 측면에서 올림픽에서 국가대표가 금메달을 따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생각하는데 그에 대한 지원은 부족하고 시선은 곱지 못 하다는 것이죠."

에이핑크
지난해 에이큐브의 성적표는 준수하다. 의 정은지는 지난해 대중문화계를 강타한 케이블드라마'응답하라1997'에 출연하며 단박에 전국구 스타로 발돋움했다. 만족스러운 결과냐는 질문에 최 대표는 미소를 지었지만 "여전히 허기를 느낀다"며 겸손해 했다.

"'응답하라 1997' 제안을 처음 접했을 때, 이 콘셉트가 과연 가능할까 싶었어요. 주변에서 말리는 사람도 적지 않았어요. 예능PD가 드라마를 한다고 하고 (정)은지가 아직 연기에 대해 검증이 되지 않았거든요. 하지만 제작진은 확신에 차 있더군요. 그래서 믿고 가자고 했어요. 저도 그 시절에 여의도에서 매니저로 잔뼈가 굵었어요. 어느 순간부터 그 음악과 배경, 소재를 제가 즐기고 있는 걸 발견했죠. 콘텐츠 비즈니스를 하면서 제가 공감하고 납득하고 즐기지 못하면 안 되는 구나 하는 교훈을 얻은 계기랍니다."

허각에 대한 그의 애정은 남다르다. 허각은 지난해 발표하는 노래마다 전 세대에서 고른 지지를 받으며 차트 1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오디션 우승자를 프로들의 시장에 안착시키는 것은 녹록한 일이 아니었다. 그는 이 모든 과정을 감내할 각오를 했다고 털어놓았다.

"(허)각이를 처음 만났을 때 좋은 음악은 대중이 절대 등을 돌리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어요. 그에게 어울리는 곡을 찾아서 한 번 해보자 했죠. 실력 있는 사람은 어디를 가도 티가 나잖아요. 저는 코디네이터 같은 사람이에요. 허각에게 어울리는 노래를 찾아서 부르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는 역할이죠."

1994년 대학생이던 최진호 대표는 운명적인 인물을 만난다. 현재 큐브엔터테인먼트 홍승성 회장이다. 서울 홍익대 인근 음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던 최 대표는 당시 흑인음악을 하던 2인조 디보이스의 제작자 홍 회장의 "전문직에 도전해 보지 않겠냐"는 제안에 자신의 일생을 걸었다.

최 대표는 디보이스를 시작으로 정재형 DJ DOC 구피 조성모 브라운아이드걸스 써니힐 비스트 포미닛 지나 등을 거치며 제작 마인드를 익혔고 허각과 를 제작하며 성과를 내기 시작했다. 지난해 성공을 디딤돌 삼아 최 대표는 올해 회사의 외연을 넓힐 계획이다. 신인개발과 해외사업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제가 를 기획할 때 걸그룹 하면 빨간색이 떠올랐어요. 모두 섹시 콘셉트를 경쟁적으로 할 때였거든요. 순수하고 착한 느낌을 주면 좋겠다 했어요. 색깔로 치면 하얀색이죠. 이런 생각은 지금 일본에서도 받아들이는 것 같아요. 여전사 같지 않아서 좋다는 이야기가 들리네요. 아마 좋은 조건으로 연내 진출 할 계획이에요. 일본어 준비를 워낙 철저히 해서 좋은 성과를 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도전과 변화를 중시하는 최 대표. 2011년부터 중앙대학교 신문방송대학원 뉴미디어 석사 과정을 밟고 있다. K-POP 시장에 대한 논문을 준비 중이고 이후 강단에 서고 후학을 양성할 계획이다. 현장의 경험을 학문적 연구로 이어가며 배우는 자세를 잃지 않겠다고 했다.

"SM의 시스템과 YG의 프로듀싱 체계, 큐브의 도전 등 업계에서 앞서나가는 롤모델들을 통해서 매일 배우면서 제가 발전할 계기를 만들고 있어요. 제가 뒤늦게 공부를 시작한 것도 같은 이유죠. 언젠가 에이큐브만의 무엇을 누군가가 배우고 싶다고 할 날이 반드시 올 거라 믿습니다."



김성한기자 wing@sp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