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로야구 전지훈련 '세상에 이런 일이~'2003년 두산 정수근, 만취상태 주점서 몸싸움… 하와이 경찰에 연행 '망신'롯데 용병 펠릭스 호세, 일본 가고시마 온천서 한자 못 읽어 여탕 들어가

프로야구 9개 구단의 스프링캠프가 한창이다. 전지훈련을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한 해 농사가 좌우될 만큼 중요한 시기다. 주전 선수들은 자리를 뺏기지 않기 위해, 백업 선수들은 그들과 경쟁하기 위해 피땀을 흘리고 있다. 선수들의 자세는 진지하지만 낯선 이국 땅에서 한 달이 훌쩍 넘는 시간을 보내다 보면 웃지 못할 갖가지 해프닝도 일어나곤 한다. 프로야구 초창기부터 벌어졌던 황당한 사건, 사고는 전지훈련 시즌만 되면 야구 팬들 사이에 오르내린다.

▲하와이 법정에 선

2003년 두산의 하와이 전지훈련지에서 이 미국 법정에 서는 불상사가 일어났다. 휴식일에 주점에서 술을 마시던 동료가 현지 한인들과 몸 싸움을 벌였고, 함께 있던 이 출동한 현지 경찰에 연행된 것. 은 공무집행방해와 폭행 혐의로 450달러의 벌금형을 선고 받으면서 일단락됐지만 두산은 이후 하와이 대신 일본으로 스프링캠프를 옮겼다. 역시 이 일을 시작으로 크고 작은 시비에 휘말린 끝에 유니폼을 벗었고, 지금은 씁쓸한 추억으로 간직한 채 해설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애증'의 땅 하와이

하와이는 시설과 날씨가 좋아 야구단들이 선호하는 전지훈련지였지만 그만큼 사고도 많았다. 1996년 해태의 전지훈련에서는 코칭스태프와 선수들이 충돌하는 '대형 사고'가 터졌다. 당시 김응용 감독의 엄한 지도 방식에 선수단이 단체로 반기를 들었고, 구타 사건으로 이어져 일이 더 커졌다. 지금도 믿기지 않을 이야기들이 '전설'처럼 전해져 내려오고 있다. 코칭스태프가 선수 관리를 위해 야간 점호를 실시했는데 엘리베이터에서 선수와 코치가 몸 싸움을 벌였다는 말도 있었다. 급기야 선수들은 훈련을 중단하고 짐을 챙겨 귀국길에 오르려는 순간 김 감독이 선수들에게 사과하며 사태가 수습됐다.

정수근
▲음주 캠프, 선수는 무죄?

전지훈련지에서 늘 일어나는 해프닝은 술에 얽힌 것이다. 2007년 LG의 호주 캠프에서도 '주당'인 모 투수가 밤새 술을 마시고 호텔로 돌아오는 길에 당시 LG 지휘봉을 잡았던 김재박 감독에게 적발되고 말았다. 최소 2군행을 각오하고 있던 그 투수는 이상하게도 별'후환'없이 캠프를 마무리하고 귀국했다. 그런데 투수와 함께 술을 마셨던 구단 직원에게 화살이 돌아가 그 직원은 사직서를 제출해야 했다.

또 다른 전지훈련지에서 비슷한 사유로 감독의 얼굴도 몰라볼 정도로 만취했던 한 선수가 로비에 드러누워 버린 일이 있었다. 그는 한국행 비행기를 타자마자 2군행에 이어 트레이드까지 됐다.

▲'빚더미'냐, '대박'이냐

일본에서 전지훈련을 치르는 선수들의 유일한 낙은 '파친코'다. 선수는 물론 코칭스태프, 구단 직원 할 것 없이 짬이 나는 휴식일에는 기계와 '씨름'한다. 과거에는 카지노가 유행이었다. 2001년 롯데의 호주 골드코스트 캠프에서 카지노에서 밤을 지새던 는 입이 벌어질 만한 잭팟을 터뜨렸다. 정확한 액수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동료들에 따르면 수천만원대에 이르렀던 것으로 보인다. 외화가 통관에 걸릴 것을 염려한 는 비행기를 타기 전 후배들에게 돈을 나눠 주고 국내에 도착해 다시 걷어 들이는 작전을 썼다. 물론 수고비도 챙겨 줬다. 대다수의 선수들은 전훈 기간 동안 가져온 돈을 모두 잃고 동료에게 빌리는 것도 모자라 한국에 연락해서 송금을 부탁하는 지경까지 이르렀던 걸 감안하면 의 행운은 '천운'에 가까웠다.

김민재
▲'검은 갈매기'의 여탕 습격 사건

1999년 롯데의 일본 가고시마 전지훈련지에서도 웃지 못할 일이 벌어졌다. 외국인선수 가 전지훈련 첫 날 동료들과 온천의 여탕에 침입한 것. 한자로 적혀 있던'女'와 '男'을 구별하지 못해 일어난 해프닝이다. 탕에 있던 여자들보다 시커멓고 커다란 덩치의 호세가 더 부끄러워 어쩔 줄 몰라 했다는 후문이다.


펠릭스 호세

성환희기자 hhsung@sp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