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 드라마 평행이론

바람이 분다
월화엔 SBS ''(극본 이희명ㆍ연출 조영광 박신우), 수목엔 '그 겨울, '(극본 노희경ㆍ연출 김규태ㆍ이하 ) 주말엔 '돈의 화신'(극본 장영철 정경순ㆍ연출 유인식)인가. 요즘 드라마 시청률을 보면 TV채널을 6번에 고정시킨 가정이 제법 있을 듯하다. 일주일 내내 이들 작품을 보고 있으면 몇몇 장면이 오버랩되는 '데자뷰'를 경험한 적이 있을 터다. 알고 보면 더 재미있는 세 작품 사이의 묘한 평행이론을 짚었다.

이름 같은 가짜 오빠… 생김새 같은 쌍둥이 동생

''에서는 극중 오영(송혜교)이 오빠 오수(조인성)와 이름이 같은 또 다른 남자를 찾고 싶다는 장면이 등장했다. 사실 진짜 오빠는 교통사고로 죽었다. 그의 행세를 하는 가짜 오빠가 오영 곁에 있다.

''에는 극중 변호사 차재웅 행세를 하는 쌍둥이 동생 하류(권상우)가 있다. 자기 대신 죽음을 맞은 형의 복수와 자신의 억울한 인생을 보상 받기 위해 하류는 주다해(수애)를 상대로 위험한 행동을 실천에 옮기고 있다.

''에서는 이름이 같다는 설정으로 두 남자가 등장하고, ''에서는 생김새가 같다는 설정으로 두 남자가 연기를 펼쳤다. 엄연히 다르지만 얼핏 보면 '1인2역'으로 묘하게 헷갈리는 상황에 놓이기도 한다. 20일 ''의 시청자게시판에는 "또 다른 오수를 찾고 싶다는 대사를 들은 엄마가 '하류는 누구였지?'라고 묻더라"는 우스개 섞인 리뷰가 올라오기도 했다.

야왕
모자… 쌍둥이 형제… 교도소서 운명의 첫 만남

검사와 변호사라는 직업도 작품 사이의 교집합을 만든다. '돈의 화신'의 이차돈(강지환) 검사는 정신병원에서 수감 생활을 하고 있는 박기순(박순천)의 가석방을 돕기 위해 교도소를 찾는다. 사실 두 사람은 모자관계다. 믿었던 이들에게 배신 당한 두 사람은 10여 년 전 생이별했다. 차돈은 사고로 기억을 잃었고 기순은 그를 알아보지 못한다.

''의 하류와 차재웅이 처음 만났을 때도 비슷했다. 이들의 첫 만남 장소도 교도소였다. 차재웅은 변호사 신분으로 출소를 앞둔 하류의 사회적응을 도우려 했다. 그토록 찾아 헤맨 쌍둥이 가족을 만난 순간이었다.

알아보고, 못 알아보고의 차이인 두 장면은 교도소에서 가족을 만나는 운명 같은 상황을 공유하고 있다. '돈의 화신'의 한 관계자는 최근 전화 인터뷰에서 "주말에 우리 드라마를 보고 다음날 ''을 보면 법조계 이야기가 겹쳐서 흥미롭게 볼 때가 있다는 반응이 종종 나온다"고 말했다.

"내 부모님 사실은…" 주인공 조력자의 숨은 비밀

돈의 화신. /연합뉴스
주인공을 돕는 비밀 열쇠와 같은 캐릭터들의 설정도 비슷한 구석이 있다. ''의 석수정(고준희)은 환경운동가로 시민단체회원이었다. 하지만 약혼자 차재웅을 잃은 뒤 하류의 복수를 돕게 된 그는 자신의 존재를 털어놓는다. 훗날 주다해의 남편이자 대통령이 되는 석태일(정호빈)의 딸인 것. 석태일은 전 서울시장이자 국내 굴지의 기업 백학그룹과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다. 하류는 석수정의 도움으로 백학그룹 고문변호사가 되고 본격적인 복수를 시작한다.

'돈의 화신'의 복재인(황정음)도 차돈을 물심양면 돕는 역할로 활약할 전망이다. 재인은 아직 검사 임수도 받지 못한 차돈이 재판에서 승소하는 결정적인 도움을 주는 등 조력자로 톡톡한 역할을 하고 있다. 재인은 사실 어렸을 적 사고로 기억을 잃은 차돈을 거둔 복화술(김수미)의 딸이다. 복화술은 명동지하경제를 움직이는 경제계 숨은 큰 손 진고개신사의 진짜 얼굴. 차돈 앞에서 모든 정체를 밝힌 만큼 앞으로 어떤 내용이 전개될지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대기업 총수의 비극적인 결말

'' '' '돈의 화신'의 마지막 오버랩은 '회장님의 존재'다. ''의 백창학(이덕화), ''의 오영의 아빠, '돈의 화신'의 이중만(주현)은 모두 대한민국에서 내로라하는 기업의 총수로 등장했다.

세 인물의 또 한 가지 공통점은 비극적인 결말이다. 극중 오영의 아빠는 21년 간 투병 끝에 죽음을 맞았다. 오영은 이면에 아빠를 죽인 이가 따로 있다고 믿고 있다. '돈의 화신'의 이중만도 독살로 죽었다. 믿었던 오른팔 지세광(박상민)과 애첩 은비령(오윤아)의 계략에 유언장까지 조작됐다. ''의 백창학이 유일하게 살아있는 인물이지만 지난 방송에서 주다해가 건넨 약을 먹고 위급상황을 맞으며 비극을 암시했다.

''에 출연 중인 한 배우 관계자는 "재벌 총수들이 한 명씩 등장하기 때문에 각기 다른 재벌가 풍경을 비교하는 재미도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강민정기자 eldol@sp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