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르샤 왕국'이 흔들린다AC밀란·레알 마드리드전, 득점포 침묵에 팀 완패수비진 푸욜·피케 조합… 최근 12경기 연속 실점, 기동력↓… 역습 무방비빌라노바 감독 부재도 한몫

'바르샤 왕국'에 이상 징후가 감지되고 있다. 세계 축구 흐름을 주도하고 있는 바르셀로나(스페인)는 2월 들어 주춤하고 있다. 누구도 막을 수 없을 것 같았던 바르셀로나의 행보에 제동이 걸리고 있는 것. 바르셀로나는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16강 탈락 위기에 처했고, 국왕 컵에서는 결승 진출에 실패했다.

에이스 메시의 연이은 굴욕

바르셀로나의 간판 스타는 리오넬 메시다. 사상 최초로 4년 연속 국제축구연맹(FIFA) 올해의 선수에 오를 만큼 그의 기량에 이의를 제기할 팬은 없다. 하지만 그런 그가 부진하다. 사실상 굴욕에 가까운 저조한 활약이다. 메시는 지난 21일 AC밀란과 챔피언스리그 16강 1차전에서 유효 슈팅 '제로'였다. AC밀란의 지역 수비에 꽁꽁 묶이며 공격의 활로를 뚫지 못했다.

메시의 굴욕은 27일 레알 마드리드와 국왕 컵 4강 2차전에서도 이어졌다. 그는 또 다시 유효 슈팅을 단 1개도 기록하지 못한 채 팀의 1-3 완패를 지켜봐야 했다. 메시의 의존도가 높은 바르셀로나로선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 밖에 없었다. 메시는 올 시즌 프리메라리가에서 폭발적인 득점력으로 38골을 몰아넣으며 득점왕을 눈앞에 두고 있다. 메시의 화력 덕분에 바르셀로나도 리그 우승에 다가가고 있다. 하지만 장기 레이스와 달리 챔피언스리그와 컵 대회 등 단판 승부에서 메시가 침묵하면 언제든지 탈락할 수 있는 위험 요소를 안고 있다.

엘 클라시코 패배 충격

바르셀로나와 레알 마드리드의 '엘 클라시코'는 세계 축구 최고의 더비다. 모든 축구 팬들의 이목이 집중되는 경기인 데다 양 팀 선수들이 '전쟁'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한 경기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최근 엘 클라시코에서 우위를 점했던 바르셀로나가 올 시즌 레알 마드리드에 밀리고 있다. 국왕 컵을 포함해 1승2무2패로 뒤졌다. 특히 10만명이 몰린 27일 국왕컵 2차전 홈 경기에서 1-3으로 완패해 충격이 크다. 좀처럼 흔들리지 않던 바르셀로나 선수들도 신경질적인 반응을 드러내기도 했다.

3월3일 시즌 6번째 엘 클라시코의 승패가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지금의 분위기로는 바르셀로나가 레알 마드리드를 압도하기가 쉽지 않다. 그러나 위기를 기회로 바꿀 수 있는 승부처가 바로 레알 마드리드전이다. 레알 마드리드가 메시에 대한 면역성을 키운 만큼 새로운 전술로 위기 돌파를 시도해야 한다.

수비진의 붕괴

바르셀로나는 최근 12경기(챔피언스리그 포함)에서 계속해서 골을 내주고 있다. 수비진의 붕괴라고 할 정도로 흔들리고 있다. 카를로스 푸욜과 헤라르드 피케가 계속해서 중앙 수비로 호흡을 맞추고 있지만 예전 같지 않다. 푸욜의 몸 상태가 정상이 아닌 점도 있지만 기동력이 떨어지고 있는 게 뚜렷이 드러나고 있다. 이로 인해 역습 상황에서 실점하는 빈도수가 높아지고 있다. 국왕 컵 4강 2차전에서 호날두에게 실점을 헌납한 장면도 모두 역습 상황이었다.

중심 잡아줄 사령탑이 없다

티토 빌라노바 감독의 부재도 바르셀로나의 힘을 떨어뜨리고 있다. 지난해 12월 빌라노바 감독이 건강상의 이유로 지휘봉을 놓으면서 실점율이 높아지고 있다. 현지 언론도 호르디 로우라 감독대행의 지도력과 전술 부재를 지적하고 있다. '바르샤 왕국'을 이끌어가기에는 로우라 감독대행의 지혜가 부족해 보인다.



김두용기자 enjoyspo@sp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