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챔스리그 8강 잉글랜드 전멸 왜?EPL 4팀 전원 탈락… 17년 만에 축구종가 굴욕스페인 라리가 초강세 속 독일 분데스리가도 추격오일머니 유입도 영향

축구 종가의 잉글랜드 클럽들이 고개를 숙였다. 2012~13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8강 진출 팀에 프리미어리그 클럽의 이름은 찾아볼 수 없다. 유일한 희망인 아스널마저 14일(한국시간) 바이에른 뮌헨(독일)에 밀려 16강에서 탈락했다.

아스널은 독일 뮌헨의 알리안츠 아레나에서 열린 16강 2차전 원정 경기에서 뮌헨에 2-0으로 승리했다. 지난달 20일 홈 1차전에서 1-3으로 패한 아스널은 1, 2차전 합계 3-3으로 동점을 이뤘으나 원정 다득점 원칙에 따라 8강 티켓을 손에 넣지 못했다.

이로써 아스널,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 첼시, 맨체스터 시티 등 챔피언스리그에 출전한 네 팀이 모두 8강 진출에 실패했다. 챔피언스리그 8강에서 잉글랜드 클럽이 자취를 감춘 것은 1995~96 시즌 이후 17년 만이다.

잉글랜드 클럽들은 2000년대 들어 챔피언스리그의 강자로 자리했다. 2004~05 시즌부터 지난 시즌까지 8년간 잉글랜드 클럽이 무려 7차례나 결승전에 진출했다. 2004~05 시즌엔 리버풀이 정상에 올랐고, 2007~08 시즌엔 맨유와 첼시가 맞붙어 맨유가 우승했다. 지난 시즌엔 8강에 홀로 남았던 첼시가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올 시즌 챔피언스리그 8강의 주인공은 레알 마드리드, 바르셀로나, 말라가(이상 스페인), 유벤투스(이탈리아), 파리 생제르맹(프랑스), 갈라타사라이(터키), 보루시아 도르트문트, 뮌헨(이상 독일)으로 결정됐다. 그러나 역사가 100년을 훌쩍 넘고 10부가 넘는 리그 체제를 갖춰 '축구 종가'를 자처하는 잉글랜드 축구는 주도권을 스페인에 내주고 허덕거리는 모습이 역력하다.

▲독일 분데스리가의 약진

최근 챔피언스리그의 추세를 보면 독일 분데스리가 클럽들의 약진이 돋보인다. 2001~02 시즌 바이에른 레버쿠젠 이후 결승 무대에서 자취를 감췄다가 뮌헨이 2009~10, 2011~12 시즌 결승에 올랐다. 비록 두 번 모두 준우승에 그쳤지만 분데스리가 클럽들은 최근 3년간 꾸준히 성적을 올리고 있다. 올 시즌에도 뮌헨과 도르트문트가 8강에 진출해 정상 등극을 노린다.

지난 3~4년간 독일 분데스리가는 유럽 최고의 리그 중 하나로 발전했다. 독일 대표팀이 유로 2000에서 1무2패로 예선 탈락한 충격을 경험한 이후 유소년 육성에 힘쓰면서 변화가 시작됐고, 서서히 지금 그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명문 뮌헨은 탄탄한 재정을 앞세워 간판 선수를 붙잡을 뿐만 아니라 체계적인 유소년 시스템으로 선수를 양성하고 있다. 도르트문트 역시 직접 키워낸 유망주들을 중심으로 이적료를 거의 쓰지 않고도 성공할 수 있다는 걸 증명했다.

▲중동 오일 머니의 힘

맨체스터 시티는 오일 머니를 바탕으로 프리미어리그 신흥 강호로 우뚝 섰다. 2008년 중동의 재벌 셰이크 만수르가 구단을 인수한 이후 막대한 자금을 쏟아 부어 선수를 마구 사들였다. 선수들의 몸값 거품 논란이 일어나기도 했지만 맨체스터 시티는 결국 지난 시즌 프리미어리그 우승을 차지하며 결실을 이뤘다.

프랑스 리그1의 파리생제르맹(PSG) 역시 제2의 맨시티를 꿈꾼다. 2011년 6월 카타르 투자청이 PSG의 지분 70%를 인수했다. 주인이 바뀐 PSG는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 루카스 모우라, 데이비드 베컴 등 스타 플레이어를 잇달아 영입하며 전력 강화를 꾀했다. 지난해 여름 이적 시장에서만 1억4,600만유로를 지출할 정도로 돈을 아낌없이 쓴 PSG는 유럽 명문 클럽으로 우뚝 서겠다는 의욕이 강하다. 그리고 올 시즌 챔피언스리그에서 8강에 올라 어느 정도 성과를 냈다.

바르셀로나는 유럽의 경기 침체 속에 113년 전통을 깨고 기업과 유니폼 스폰서 계약을 체결했다. 바르셀로나는 카타르 항공과 1년에 약 4,500만달러(약 490억원)를 받는 조건으로 유니폼 스폰서 계약을 하며 처음으로 유니폼에 상업 광고 로고를 새긴다. 강한 전력을 유지하기 위해 오일 머니 유입을 결국 허용한 것이다.



김지섭기자 onion@sp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