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승부조작 원흉' 불법 스포츠 베팅 사이트의 세계합법 스포츠 토토와 달리 첫 자유투 등 항목 세분화감독·선수 포섭 조작 가능… 최고 베팅액 '무제한' 유혹시장 규모 75조원 달해 확실한 대책 마련 시급

강동희 동부 감독이 승부 조작 사건 혐의로 지난 11일 구속됐다. 의정부지검은 8일 강 감독에 대해 국민체육진흥법 위반 혐의로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4대 프로스포츠를 통틀어 현역 감독이 승부 조작으로 구속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의정부=연합뉴스
프로농구도 안전 지대는 아니었다. 승부 조작 혐의를 받고 있는 강동희 전 동부 감독이 구속 수감됐고, 한선교 한국농구연맹(KBL) 총재는 국민 앞에 고개를 숙였다.

프로축구와 프로배구, 프로야구에 이어 프로농구까지 4대 프로스포츠는 '도박의 장'이란 오명을 뒤집어 썼다. 특히 강 전 감독의 경우 법원의 최종 판결이 나오면 더 큰 후폭풍이 몰아칠 전망이다. 현직 감독이 승부 조작에 연루돼 스스로 옷을 벗고 구속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문제는 역시 불법 스포츠 도박이다. 합법적인 스포츠토토가 아닌 불법 사설 사이트가 우후죽순으로 늘어나면서 승부조작이 전염병처럼 퍼졌다. 2012년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이하 사감위)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국내 불법 도박 시장의 규모는 약 75조원에 달한다. 이는 2008년 약 54조원 보다 20조원 넘게 늘어난 수치로 그 중 불법 사설 스포츠 도박은 약 2만3,000개, 시장 규모는 7조6,000억원에 달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음성적으로 활동하는 사이트가 더 있는 것으로 내다보고 있어 시장 규모는 더 클 것으로 추정된다.

불법 사설 사이트의 베팅 대상을 들여다 보면 충격적이다. 스포츠토토에서 찾아 볼 수 없는 수 십 개의 새로운 종목들을 갖추고 있다. 스포츠토토는 기본적으로 국내 4대 프로 스포츠와 메이저리그, 미국프로농구(NBA), 해외축구(프리미어리그, 프리메라리가, 세리에A), 골프 등을 대상으로 베팅할 수 있다. 한 때 다른 종목을 추가하는 것도 논의됐지만 승부조작이 터지면서 없던 일이 됐다.

하지만 불법 사이트는 이들 종목을 비롯해 아이스하키, 대학 농구, 싱가포르 축구, 사우디아라비아 축구 등 거의 모든 스포츠를 대상으로 만들어 놨다. 스타크래프트와 같은 e스포츠, 심지어는 케이블 채널에서 방송하는 '슈퍼스타 K'의 우승자를 맞히는 것도 있다. 스포츠토토 보다 시장 규모가 3배 정도 큰 불법 사이트는 운영자 마음 먹기에 달렸다.

박현준/연합뉴스
세부적인 베팅 종목도 다르다. 스포츠토토는 모든 종목의 2경기 이상 승무패를 맞히는 '프로토', 프로농구 전ㆍ후반 득점을 맞히는 '매치', 프로축구 3경기의 최종 득점을 맞히는 '스페셜' 등이 주된 종목이다. 하지만 불법 사이트의 경우 ▲프로농구- 첫 자유투 성공 팀, 먼저 7점을 올리는 팀 등 ▲프로야구-첫 홈런을 기록한 팀, 선발 투수의 초구가 스트라이크인지 볼인지 등 ▲프로배구-서브 에이스를 먼저 올린 팀 등 수 십 개의 베팅 종목이 있다.

강동희 감독이 승부 조작 혐의를 받고 있는 것도 이 같은 베팅 종목 때문이다. 불법 사이트에는 쿼터별 득점(어느 팀이 특정 쿼터에 많은 점수를 넣었는지), 선수별 득점(A선수와 B선수 중 누가 득점을 많이 했는지) 등 감독의 간단한 작전으로 승부 조작을 할 수 있는 종목이 넘쳐 난다. 승패와 관계없이 또 눈에 띄지 않게 선수 교체만으로 특정 베팅 종목의 확률을 높일 수 있다.

여기에 불법 사이트는 스포츠토토와 달리 제한된 베팅 금액이 없다. 국민체육진흥공단은 하루에 베팅할 수 있는 최대 금액을 10만원으로 제한했다. 스포츠토토를 발행하는 편의점을 돌면서 10만원 이상의 금액을 베팅을 할 수 있다는 지적도 있지만, 공식 홈페이지인 '베트맨'을 통해서는 최대 금액 이상을 베팅할 수 없다.

하지만 불법 사이트는 다르다. 최대 베팅 금액이라는 기준은 아예 없고, '딸 수 있는 최대 금액이 300만원'이라는 자체 규정만 있다. 바꿔 말하면 1.5배의 배당률에 200만원을 베팅할 수 있다는 의미다. 또 1.5배의 배당률을 갖고 있는 또 다른 종목에 다시 200만원을 베팅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즉 300만원이라는 최대 취득 금액만 있을 뿐 베팅 횟수는 무제한으로 할 수 있다.

사감위는 이러한 사태를 모두 파악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2012년 검거는 13건에 불과한 것으로 밝혀졌다. "대포 폰과 대포 통장으로 거래가 이뤄지고 있고, 서버를 외국에 두고 있어 잡아내기가 힘들다"는 게 사감위의 변이다. 하지만 점차 커지고 있는 시장 규모와 승부조작이 모든 종목으로 확대되고 있는 현 시점에서 사감위의 말은 핑계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최성국
불법 사이트에 대한 확실한 대책 마련이 필요해 보인다.


박준범

함태수기자 hts7@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