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은퇴 서장훈, 후배들에 '쓴소리'기사에 이름 나왔다고 스타 됐다는 착각 안 돼… 존경받는 사람부터 돼야 실력·성적도 중요하지만 팬 위한 문화 발전이 우선

'국보 센터' 서장훈이 "지금 농구계에는 스타가 없다" 는 쓴소리를 했다. 서장훈은 은퇴 기자회견에서 "몇몇 선수들은 마치 자신이 스타가 된 줄 착각하고 있다. 더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진은 서장훈이 지난 3월 19일 은퇴식에서 전광판을 바라보는 모습. 연합뉴스/한국일보 자료사진
프로농구 봄의 축제가 한창이다. 일년간 흘렸던 땀방울의 결실을 맺어야 할 때다. 코트는 선수들의 열정으로 분명 후끈 달아올랐다. 그러나 관중석을 둘러보면 뭔가 허전하다. 빈 자리가 곳곳에 많다. 기본적으로 농구 인기가 떨어지고 있는 와중에 온갖 악재가 낀 탓에 흥행을 하지 못하고 있다.

전설로 남은 '국보 센터' 서장훈(39)은 착잡했다. 농구가 추락한 상황에서 옷을 벗는 것이 안타까울 뿐이었다. 그리고 서장훈은 냉정하게 한국 농구의 현실을 짚었다. 또 가감 없는 발전 방안을 내놓았다. 그는 "주제 넘을 지 모르겠지만"이라는 단서를 달았지만 서장훈이기에 '돌직구'를 던질 수 있었다.

서장훈은 프로에서 15시즌 동안 688경기에서 2만2,834분31초를 뛰었다. 통산 득점은 1만3,231점, 통산 리바운드는 5,235개다. 두 기록은 절대 깨지지 않을 값진 결과물이다. SK에 이어 삼성, KCC, 전자랜드, LG, KT 등에서 선수 생활을 이어간 그는 1999~00시즌 SK와 2005~06시즌 삼성에서 챔피언 반지를 꼈다.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에서는 중국을 제치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프로야구처럼 문화를 팔아라

서장훈은 프로농구의 인기 하락을 예전부터 몸소 실감했다. 한국 농구의 국제 경쟁력 또한 예전만 못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일각에서는 국제 대회에서 성적을 내야만 한국 농구가 다시 사는 일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성과는 없었다. 아시아 2인자 자리를 내준지도 이미 오래다.

서장훈/연합뉴스
서장훈은 "경기력이 올라가고 국제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둔다고 해서 농구 인기가 동반 상승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이미 시대가 바뀌었다. 1980~90년대에는 문화 생활을 즐길 게 별로 없었다. 그러나 지금은 농구 말고도 즐길 수 있는 것들이 워낙 많다"고 강조했다. 이어 "프로야구의 예를 봐도 알지만 팬들이 즐길만한 문화를 팔아야 한다. 하루 아침에 농구 인기가 올라가기는 어렵다. 농구 관련 문화를 더 발전시켜서 문화를 파는 프로농구가 됐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700만 관중을 돌파한 프로야구는 하나의 스포츠 문화로 자리잡았다. 선수마다 응원가가 울려 퍼지고, 가족 관중이 부쩍 늘었다. 승패에 연연하기 보다 현장 분위기를 즐기는 문화가 확산됐다.

한국 야구 대표팀이 제3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1라운드 조기 탈락이라는 충격에도 시범경기에 많은 관중이 찾는 이유도 야구를 관전하는 문화 때문이다.

▲후배들아, 스타 의식 말고 현실 직시해라

서장훈의 은퇴로 농구대잔치 세대들은 이제 프로농구에 없다. 프로농구가 1997년 출범 이후 초창기 인기를 누릴 수 있었던 원동력은 절대적으로 농구대잔치에서 많은 팬들을 몰고 다녔던 스타 플레이어들이다. 이들 이후 김주성(동부), 김승현(삼성), 양동근(모비스) 등이 나왔지만 사실 팬들을 경기장으로 끌어 모을 만한 티켓 파워는 부족했다. 최근 김선형(SK), 오세근(KGC인삼공사) 등이 각광을 받고 있지만 많은 팬을 확보한 건 아니다.

심지어 농구대잔치 스타들은 각각 '산소 같은 남자(이상민)', '매직 히포(현주엽)', '람보 슈터(문경은)' 등 특징을 살린 닉네임이 있었지만 요즘 선수들은 별다른 특징이 없다.

서장훈은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지금 기사에 자기 이름이 몇 번 나오고 홈 경기장에 몇몇 팬들이 선물을 준다 해서 스타가 된 것처럼 착각하면 안 된다. 진정한 스타가 되려면 지금보다 훨씬 더 많은 노력을 해야 한다. 농구 외적인 면에서도 다른 사람들에게 존경을 받을 수 있는 자질을 키워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그는 "심지어 김승현이 한창 잘 나갔을 때 나랑 다녀도 사람들이 몰라보고 매니저 정도로 보는 경우도 있었다"고 말했다.

자신의 스타관에 대해서는 "나도 스타라는 말을 듣기는 한없이 부족하다. 스타라면 대중의 존경과 관심을 받고 사람들의 인생에도 큰 영향을 줄 수 있어야 한다. 지금 농구계에 스타 소리를 들을 선수가 얼마나 되는지 의문이다. 박지성, 박찬호, 선동렬, 차범근 정도 돼야 진정한 스타"라고 밝혔다.

코트를 떠나며 던진 서장훈의 '쓴 소리'가 한낱 '메아리'로 그치지 말아야 할 것이다.



김지섭기자 onion@sp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