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3년 K리그 지배할 축구스타일포항 '쇄국 축구', 세밀한 패스 플레이 구현… 용병 없이도 무패 행진제주 '킹방울뱀 축구', 전력 이탈·줄부상 불구… 2승2무 상위권 안착

포항이 용병 없이 뛰는 '쇄국 축구'로인기를 얻고 있다. 포항은 K리그 클래식에서 5일 현재 3승1무로 선두를 달리고 있다. 사진은 지난 2일 포항이 2013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G조 3차전 일본 히로시마와의 경기에서 골을 성공시킨 뒤 기뻐하는 모습. 연합뉴스
지난해 K리그에서는 '무공해(무조건 공격해) 축구'가 최고 히트 상품이었다. FC서울은 '공격 앞으로' 기조로 리그 정상에 올랐다. 울산은 상대를 강력한 한 방으로 쓰러뜨리는 '철퇴 축구'로 아시아를 정복했다. 하지만 올 시즌 프로축구에서는 포항의 '쇄국 축구'가 맹위를 떨치고 있다. 올 시즌 K리그 클래식을 주름 잡고 있는 '축구 스타일'을 들여다봤다.

▲포항 '쇄국 축구' 실현

포항은 올 시즌 용병 없이 시즌을 시작했다. 구단의 긴축 재정 탓에 어쩔 수 없었던 선택이었지만 결과적으로 성공을 가져오고 있다. 처음에는 '신토불이 축구'로 불렸지만 이후 '쇄국 축구'라는 애칭이 대대적인 지지를 얻고 있다. 포항은 K리그 클래식에서 5일 현재 3승1무로 선두를 달리고 있다.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G조 조별리그 1승2무를 포함하면 올 시즌 7경기(4승3무) 무패 행진을 달리고 있다. 지난해 후반기부터 따지자면 9승6무를 기록 중이다.

황선홍 감독은 시즌을 앞두고 "수준급 외국인 선수를 영입할 수 없다면 조직력을 극대화하겠다"고 파격적인 공략을 내걸었다. 팬들은 순수 국내파로 선수단을 운영하는 것을 구한말 흥선대원군의 '쇄국 정책'에 빗대 '쇄국 축구'라 표현하고 있다. 이로 인해 황선홍 감독의 별명도 '황선대원군'이 됐다. 포항은 1군 32명 엔트리 중 15명이 유스 출신으로 꾸려졌다. 끊임없이 배출되고 있는 유망주들이 제 몫을 톡톡히 해줘 '쇄국 축구'를 뒷받침하고 있다. 이명주, 신진호, 배천석, 이광훈 등이 두각을 드러내고 있는 포철공고 출신의 신예들이다.

포항은 예전부터 세밀한 패스 플레이를 바탕으로 경기를 풀어간다. 아기자기한 패스 플레이를 가장 잘 구현하고 있기 때문에 '포항셀로나'라고 불리기도 한다. 또 다른 별칭도 주목을 끌고 있다. 바르셀로나의 축구를 티키타카(짧고 간결한 패스 게임)'라고 한다면 포항의 축구를 특산물 과메기에 비유, '과메기타카'라는 신조어도 탄생했다. 과메기는 꽁치를 말린 것으로 포항산이 최상품이다.

황선홍/연합뉴스
▲제주 '킹방울뱀' 위력

제주 감독은 올 시즌 개막을 앞두고 얼굴이 창백해졌다. 에이스 자일과 산토스가 각 일본과 중국으로 떠났다. 새롭게 영입한 공격수 박기동뿐 아니라 원톱 자원인 서동현마저 동시에 부상을 당했다. 공격수들이 전멸하자 제주는 급하게 울산의 마라냥을 수혈했지만 시즌 전망은 암울했다. 기대보다 우려로 출발했지만 제주는 5일 현재 2승2무로 무패를 기록하고 있다. 박 감독이 지난해 방울뱀 축구의 업그레이드 버전으로 '킹방울뱀 축구'를 내세운 게 성공하고 있는 셈이다.

제주는 예상과 달리 산뜻한 3월을 보냈다. 박 감독조차도 예상하지 못한 호성적. 무엇보다 수비진의 안정이 돋보인다. 제주는 K리그 클래식 4경기 동안 단 2실점만 허용했다. 14개 구단을 통틀어 최저실점이다. 제주 수비의 중심 홍정호가 빠진 가운데서도 짠물수비를 뽐내 강렬한 인상을 남기고 있다. 수비수 오반석과 이용이 환상적인 호흡을 보여주고 있고, 골키퍼 박준혁도 기대 이상으로 안정적으로 최후방 수비를 책임지고 있다.

미드필더진의 무게감도 킹방울뱀의 위력을 뒷받침하고 있다. 제주는 기존의 송진형 오승범 권순형에 윤빛가람이 가세하면서 허리에서 보다 유기적인 호흡을 뽐내고 있다. 미드필드진에서 나오는 킬패스가 최전방으로 연결되면 '킹방울뱀 축구'가 완성되는 셈이다. 킹방울뱀 축구는 4월에 더욱 독기를 내뿜을 전망이다. 부상 중인 박기동과 서동현이 복귀를 앞두고 있기 때문. 박 감독은 "부상자들이 돌아오면 킹방울뱀 축구의 진면목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며 회심의 미소를 짓고 있다.


박경훈

김두용기자 enjoyspo@sp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