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간 콘텐츠 개발 노력…한류 뿌리"숱한 시행착오 거쳐 '양질의 콘텐츠' 탄생싸이 성공·비 이병헌 밑거름… 이제야 미주·유럽 문 열려짧게 5년 길게는 10년우리도 세계적 아티스트 보유할 수 있을 것

카바엔터테인먼트 양승원 대표
현재는 과거가 있기에 존재한다. 순간이 모여 기억을 이루고 이 모든 기록은 또 다른 미래를 가능하게 한다.

K-POP의 오늘 그리고 내일만을 이야기하는 요즘 우리가 과거를 한 번쯤 돌아봐야 하는 이유는 그 때문이다.

비 싸이 비스트 엠블랙 등의 해외 투어를 기획하고 신예 알앤비 가수 40(포티)를 시장에 내놓은 카바엔터테인먼트의 양승원 대표를 만난 건 K-POP의 과거를 돌아보기 위해서였다.

"엔터테인먼트 쪽 일을 해보고 싶어서 캐나다 생활을 정리하고 무작정 한국에 돌아온 건 1996년이었죠. 스팅, 마이클 잭슨, 케니지, 에릭 클랩튼 같은 해외 가수들이 내한 공연을 할 때마다 통역을 했어요. 그렇게 이쪽 일을 어깨너머로 배우고 익히기 시작했죠."

양 대표가 본격적으로 엔터테인먼트 업계에 발을 들인 것은 2000년부터다. JYP엔터테인먼트에서 해외사업과 마케팅 업무를 맡으면서 시장에 눈을 뜨고 업무를 피부로 익히게 됐다.

"격변의 시기였어요. 음반 산업이 위기였죠. 불법 다운로드가 기승을 부리기 시작하면서 침체됐지만 극복하기 위한 노력도 같이 일어난 시기였어요. 위기는 곧 기회였죠. 원소스멀티유즈가 업계 대의명제가 됐어요. 노을을 모바일에서 데뷔시켰고 리니지 캐릭터 사업을 벌였던 것도 그때였어요. K-POP이 세계 각지에서 뿌리를 내릴 수 있었던 것은 지난 10년 동안 시장 전체가 콘텐츠를 개발하는 데 시간과 노력을 아끼지 않았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봐요. 물론 성공만 한 건 아니죠. 숱한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해외 누가 봐도 양질의 콘텐츠가 태어날 수 있었다고 봐요."

캐나다에서 학창시절을 보낸 양 대표는 자연스럽게 해외 시장 개척으로 눈을 돌렸다. 박진영이 곡을 해외 아티스트에게 소개할 때 현장에서 이를 조율하고 뒷받침했다.

2004년부터는 첫 번째 군 복무를 마치고 복귀 준비를 하던 싸이와 공연 사업을 벌였고 이후에는 나인네트웍스(현 나인엔터테인먼트)에 합류하기도 했다. 싸이더스HQ에서는 연극'친정엄마와 2박3일'제작에 참여했고 아카데미 사업과 엔터테인먼트가 결합된 프랜차이즈 사업에도 성과를 냈다.

다양한 엔터테인먼트 관련 업무를 접하며 내공을 쌓던 그는 2009년 7월 카바엔터테인먼트를 설립하며 도약을 꿈꾸게 된다. 카바(CABA)는 '크리에이티브 아티스트 비즈니스 에이전시'의 약자로 창조적으로 비즈니스 하는 아티스트 도움이 되고 싶다는 그의 오랜 바람이 담겼다.

"공연물을 제작하면서 무조건 재미가 있어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재미는 엔터테인먼트 본연의 임무가 아닐까 싶어요. '제2의' '제3의' 싸이와 같은 아티스트와 비즈니스를 해보고 싶어요. 그게 제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일이기도 하고요. 재능 있는 친구들에 도움이 되는 마케팅과 시스템으로 서로 시너지를 발생시키고 싶어요."

해외 사업에 밝고 창의적인 마인드 덕분인지 양승원 대표 주변에는 월드스타가 많다. 비와 싸이 등과 각별하고 비스트ㆍ엠블랙 등의 공연을 도맡아 기획ㆍ제작했다.

재미를 추구하는 덕분에 UV의 공연과 힙합 가수들의 종합선물세트인 '엠팩콘서트'도 그가 진행했다. 아티스트와 교감하고 이들을 창의적으로 지원하겠다는 그만의 사업수완이 빛나는 대목이다.

새로운 도전도 멈추지 않고 있다. 하반기에는 그만의 노하우로 신인 2팀을 시장에 내놓을 계획이다. 하반기 뮤지컬'풀하우스'를 제작하는 일도 진행 중이다.

가수와 공연 그리고 부가사업까지, 한 개인의 힘과 아이디어가 아니라 산업 전체를 조망하며 시스템을 중시하며 그만의 철학을 실천하고 있다. 격동의 세월을 관통한 그가 바라보는 K-POP의 내일은 어떨까?

"K-POP의 오늘에 대해 냉정하게 이야기하자면 미주나 유럽에서 아직 메인스트림에서 자리 잡았다고 이야기할 수 없어요. 싸이가 엄청난 성공을 거두면서 이제 문이 열렸다고 봐요. 물론 이렇게 되기까지 비나 이병헌 같은 아티스트들의 의미있는 시도가 밑거름이 됐죠. 이제 해외의 주류 관계자들의 K-POP에 대한 의식이 변하고 있어요. 예전엔 '그거 되겠어'하는 부정적인 느낌표였다면 이제는 '뭔가 있는데'라는 물음표가 붙은 거죠. 다양한 한국계 인물이 미국 주류 문화에 들어가서 활동하기 시작하면서 점점 더 열릴 것이다. 이런 흐름이 계속된다면 싸이의 성공에서 볼 수 있듯이 앞으로 짧게는 5년 길게는 10년 안에 우리도 세계적인 아티스트를 보유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김성한기자 wing@sp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