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508 대첩'으로 본 프로야구 명승부1995년 6월 28일… 삼성, 롯데 10점차 뒤집고 다시 11점 내주며 역전패2011년 6월 17일… LG 9회 2아웃까지 이기다 SK에 결국 승부 내줘

5월8일 프로야구 사상 최대 점수차 뒤집기 쇼가 펼쳐졌다. SK선수들이 8일 인천 문학구장에서 열린 두산과의 경기에서 3회까지 3-11, 10점 뒤진 점수를 다 따라붙은 뒤 9회말 의 끝내기 안타로 13-12 역전승을 거두자 환호하며 그라운드로 달려 나가고 있다. SK 제공
5월8일 어린이날, 만화 같은 승부가 벌어졌다. SK가 두산을 상대로 10점 차 대역전승을 만들어냈다.

야구 팬들은 각종 게시판과 SNS를 통해 '508대첩'의 소식을 전하기 바빴다. 통상 '대첩'은 좀처럼 보기 힘든 경기가 발생했을 때 팬들이 "희대의 사건이 일어났다"고 붙이는 일종의 약속이다.

SK는 이날 4회까지 1-11로 뒤지며 패색이 짙었다. 하지만 믿기 힘든 역전에 성공했고, 프로야구 사상 최다 점수 차 역전승이라는 신기록을 썼다. 종전 최다 기록은 9점차 역전승이다. 2003년 5월27일 수원구장에서 현대가 KIA를 상대로(527대첩), 2009년 9월12일 대전구장에서 한화가 히어로즈를 상대로(912대첩) 각각 9점차 역전승을 기록했다.

▲628대첩을 아시나요

엄밀히 말하면 10점 차를 뒤집은 경기는 또 있었다. 1995년 6월28일 대구구장에서 열린 삼성과 롯데의 경기도 '대첩' 중 하나다. 이날 삼성은 1회 3점, 2회 6점, 4회 2점을 내주는 등 롯데에게 경기 초반에만 무려 11점을 허용했다. 특히 2회엔 투수 최한림이 임수혁에게 만루 홈런을 맞으면서 사실상 경기를 포기했다.

김성현
508대첩과 마찬가지로 628대첩도 4회까지 양 팀의 점수 차는 1-11로 10점이었다.

하지만 기적이 일어났다. 삼성은 5회 1사 1ㆍ2루에서 신동주의 좌전 적시타로 1점을 추격하더니 신들린 듯한 방망이를 앞세워 롯데를 턱밑까지 추격했다. 12명의 타자는 7안타를 몰아쳤고 당황한 롯데 야수들은 2개의 실책을 저질렀다. 5회에만 9득점. 이후 삼성은 10-11이던 6회 1사 만루에서 6번 대타 이 롯데 4번째 투수 김상현에게 만루 홈런을 뽑아 14-11로 역전에 성공했다.

그렇다면 당시 삼성은 왜 최다 점수차 역전승의 주인공으로 KBO(한국야구위원회) 기록에 남아있지 않을까. 이유는 간단하다. 이기지 못했기 때문이다. 힘겹게 역전에 성공했지만 다시 역전을 당하면서 헛심만 썼다.

삼성은 의 만루홈런이 터진 뒤 바로 이어진 수비에서 무려 11점이나 내주며 경기장을 찾은 팬들의 원성을 사야 했다. 또 9회에도 2점을 뺏겨 14-24로 어이없이 패하고 말았다.

"이럴 거면 10점 차 뒤지던 경기를 왜 뒤집었냐"는 원성이 자자할 정도로 최종 스코어는 다시 10점 차였다.

결국 삼성 구단은 경기 후 "오늘 팬 여러분께 좋은 경기를 보여드리지 못한 점을 대단히 죄송스럽게 생각합니다. 내일은 좋은 경기를 보여 드릴 것을 약속합니다"라는 사과문을 전광판에 띄우기까지 했다.

▲LG 팬들은 잊고 싶은 617대첩

LG 팬들에게는 잊지 못할 경기가 있다. 2011년 6월17일. '617대첩'이다.

LG는 이날 홈구장인 잠실에서 SK와 만나 9회 2아웃까지 4-1로 이기고 있었다. 선발 외국인 투수 주키치가 7.2이닝 동안 4안타 11삼진 1실점으로 호투했고, 특히 6회까지는 노히트노런 피칭이었다. SK 타자들은 주키치의 변화무쌍한 공에 전혀 타이밍을 잡지 못한 채 경기 막판까지 끌려 다녔다.

하지만 경기는 의외로 SK의 승리였다. 9회 1사부터 마운드에 오른 LG 마무리 임찬규가 스트라이크를 던지지 못하면서 동점을 허용한 것이다. 임찬규는 2사 1ㆍ3루에서 조동환에 볼넷을 내주더니 이후 정근우-박재상-최정에게도 4연속 볼넷을 허용하며 3타자 연속 밀어내기 볼넷이라는 진기록을 썼다. 여기에서 LG는 구원 등판한 이대환마저 이호준에게 또 볼넷을 허용, 4-5 역전을 당했다.



함태수기자 hts7@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