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12년까지 경주마 가치-성적 분석'지금 이순간'은 몸값 45배 13억 벌어 '대박 경주마' 1위

경마는 '0.01초'의 속도 전쟁이다. 승자와 패자, 환호와 탄식이 교차하는 경마장 뒤편에서도 또 하나의 치열한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우수한 유전 인자와 명문 혈통의 경주마를 차지하기 위한 '혈통 전쟁'이다.

조각상 같은 체형과 폭발적인 스피드로 팬들을 웃기고 울리는 경주마들에겐 '시장 가치'로 매겨지는 가격표가 붙어 있다. 가장 몸값이 비싼 경주마는 누굴까, 최고의 몸값만큼이나 성적은 뛰어날까, 최고의 몸값을 자랑하는 혈맥은 어딜까.

한국마사회(KRA)가 2010년부터 2012년까지 최근 3년 동안 서울과 부산경남경마공원에서 데뷔전을 치른 1,500마리의 경주마를 대상으로 시장 가치와 성적 관계를 분석했다.

▲ 최고 몸값은 미국 원정 우승마 '필소굿'

가장 비싼 경주마는 '필소 굿(4세, 서울 이신영 감독)'이다. 2011년 미국 원정 길에 오른 기대주다. 지난해 9월 7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의 칼더 경마장(1,600m 모래주로)에서 우승을 차지해 유명세를 탔다.

한국 무대 데뷔를 위해 진행된 공개 경매에서 마주들의 폭발적인 관심을 받고 2억3,752만 원이란 거액의 낙찰가를 기록하며 라온종합건설(법인마주)의 품에 안겼다. '필소 굿'은 국내 데뷔 후 3번의 경주에서 월등한 기량으로 3연승을 기록하며 1억원의 상금을 벌어들였다.

2위는 특급 씨수말 메니피의 자마로 지난해 3월 경매에서 1억6,000만원에 낙찰된 '브리그(3세, 서울 안병기 감독)'다. 이어 미국 경매에서 1억5,000만 원에 낙찰된 레이몬드 드랍 키드(LEMON DROP KID)의 자마 '위닝 디자인Ⅱ(3세 암말, 부경 김영관 감독)'가 3위를 기록했다.

한동안 국내 억대 경주마들은 기대치에 비해 부족한 성적으로 저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마주, 감독 등 마필 관계자들이 경주마의 혈통과 체형에 눈을 뜨면서 최근엔 흐름이 달라졌다. 몸값이 비싼 마필의 우승 확률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1억원 이상의 몸값으로 활동하고 있는 경주마는 총 10마리. 이중 경주마는 모두 66회 경주에서 27회를 우승해 평균 승률 43%, 2위 이상의 성적을 나타내는 복승률은 68%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 기간 벌어 들인 상금만 무려 13억 2,000만 원이다.

경주마 중 고가로 여겨지는 7,000만원 이상 1억원 미만의 평균 승률은 21%. 4,000만원에서 7,000만원 미만의 평균 승률은 15.5%를 그쳤다.

▲ 1억 이상 몸값 10마리 중 5마리는 특급 씨수말 '메니피' 혈맥

세계 경마산업의 경쟁은 어느 나라가 가장 좋은 씨수말을 소유하는지로 집약된다.

북미 대륙의 경우 캐나다의 노스 윈드 목장에서 '노던 댄서'가 탄생하면서 유럽이 장악하고 있던 경마 산업의 중심을 북미로 옮기는 현상까지 나타났다. 이웃 일본에서는 '선데이 사일런스'가 일본 경마 세계화의 초석이 됐다.

한국 경마는 '메니피'가 나타나 경주마 생산농가는 물론이고 마주와 감독들까지도 온통 '메니피' 자마 확보에 열을 올리게 만들었다. 때문에 1억 이상 몸값을 자랑하는 10마리의 경주마 중 5마리가 씨수말 '메니피'의 자마들일 정도로 몸값이 치솟고 있다. 메니피의 자마 5마리의 총 몸값이 6억 3,000만원이다.

'메니피'는 검증된 성적을 바탕으로 경매 시장에서도 연일 상종가를 기록하고 있다. 지난주 일요 경마 제9경주로 치러진 코리안 더비에서 '메니피'의 자마인 '스피더스'가 우승을 차지했다.

지난해 10월 1세 국산마 경매에서 최고가를 경신한 2억6,000만원의 경주마 역시 '메니피'의 피를 이어 받았다. 경마계의 시선이 '메니피'와 그의 자마들에게 쏠리고 있다.

▲ '지금 이순간' 몸값 45배 13억 상금벌이 '대박 경주마' 1위

서울경마공원 국산마 랭킹 1위 '지금 이순간(국산, 4세 수말, 지용철 감독)'이 가장 '경제적인' 경주마로 나타났다.

경주마는 혈통과 생긴 모양새에 따라 몸값이 결정된다. 하지만 몸값 이상의 활약을 펼친다면 마주 입장에선 보배일 수밖에 없다. '지금 이순간'이 그 주인공이다.

제주도 민간목장 씨수말 '인그란디어'(금악 목장)의 자마로 관심을 모으지 못한 '지금 이순간'의 몸값은 3,000만원에 불과했다. 그러나 2011년 5월 데뷔 이후 벌어들인 상금만 무려 13억 4,000 만원에 달한다. 몸값의 45배.

지난해 삼관 경주 중 2, 3차 관문인 '코리안 더비'와 '농림수산식품부장관배' 대회에서 연거푸 우승을 차지했다. 또 지난해 최우수 3세마로 선정된 뒤 올해 역시 4연승을 거두는 등 두둑한 상금을 벌어들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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