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밀하게 위대하게'
북한은 항상 이슈의 중심이다. 국제 정세에 미치는 영향만큼 문화 콘텐츠에 등장하는 이미지도 강렬하다. 최근에는 북한을 작품에 담아내는 시선도 다양해졌다. 북한을 바라보는 영화 속 세 가지 시선을 찾아봤다.

① 판타지
꽃미남 간첩 등장

김수현 박기웅 이현우 등 '꽃미남' 배우 3인방이 박스오피스를 장악하고 있다. (감독 장철수ㆍ제작 MCMC) 속 이들의 직업은 간첩이다. '꽃미남'과 간첩의 조합이 어색하지만 영화를 보고 나면 수긍이 간다. 그 동안 어둡게만 그려지던 북한 간첩들은 이 작품 안에서 총천연색을 띠기 때문이다.

남한 달동네 바보로 위장한 원류환(김수현)은 노출이 심한 이웃 여성의 몸에 시선을 빼앗기고, 자신의 신분을 감추고자 여성 속옷을 걸치는 실수를 범한다. 리해진(이현우)은 원류환에게 유사 연애의 감정을 보이고, 리해랑(박기웅)은 "인민의 록을 보여주갔어"라고 외치는 패기를 보여준다.

후반부는 익히 본 북한 간첩의 모습이 등장한다. 그럼에도 전반부에 이들이 만들어가는 일종의 판타지는 신선하게 다가온다. 세 사람이 스스럼 없이 어울리며 멸치를 다듬는 장면은 청춘물의 풋풋함이 느껴질 정도다.

'공동구역 JSA'
지난해 개봉된 '간첩' 역시 기발한 설정이 눈길을 끄는 작품이다. 남한의 생활인으로 변모한 간첩들의 이야기를 코믹하게 그려냈다.

② 친구·형제
'의형제' 인간적인 면 부각

'공동경비구역 JSA'(2000)의 감동은 남북한 병사들의 따뜻한 우정에서 시작된다. 척결의 대상이 아닌, 가까운 이웃이 된 북한 병사들은 나름의 반전이었다. 이에 힘입어 영화는 크게 성공했다. 6·15 남북정상회담 등으로 남북간 화해 무드가 최고조에 달했던 시대적 배경도 한 몫 했다.

시대의 흐름과 함께 북한을 바라보는 시선도 풍성해졌다. 과거 북한 관련 캐릭터들이 싸움에 능한 '인간병기'였다면 최근에는 동시대를 살아가는 동료가 됐다. 이젠 싸우기 보다 협력한다. '의형제'(2010)에서 파면 당한 국정원 요원과 버려진 남파 공작원이, '베를린'(2013)에서 국정원 첩보원과 북한 공작원이 하나의 목적을 위해 서로를 돕는다. 두 작품 모두 북한 공작원을 화자로 내세워 이들의 고뇌와 번민들을 함께 담아낸다.

세계로 도약하는 재일교포 감독들의 시선도 의미 있다. 조총련계의 문제에 집중함으로써 일본과 얽혀 있는 북한 문제를 환기시킨다. '고'(2001)와 '박차기!'(2007)가 자신의 정체성에 힘들어 하는 조총련계 청소년들을 이야기했다면, 양영희 감독은 '가족의 나라'(2012) 등을 통해 한 가족이 북한과 일본에서 각각 떨어져 살 수밖에 없는 애환을 말한다.

'백악관 최후의 날'
③ 악의 축
'월드워Z' 등 할리우드선 국제 말썽꾼

대다수 할리우드 영화에서 북한은 '악의 축'이다. 희화화되거나 극악무도하거나 극단적인 방식으로 묘사된다. 성급한 판단으로 인류의 멸망을 초래할 뻔하거나(지.아이.조2) 백악관을 초토화시키고 대통령을 인질로 붙잡는다(백악관 최후의 날). 관련 장면에서 한글 표기가 잘못되거나 한국어가 지나치게 어색해 국내 관객들의 질타를 샀다.

20일 개봉되는 '월드워Z'(감독 마크 포스터ㆍ수입 롯데엔터테인먼트)에서 북한은 비인도적인 사회로 표현된다. 직접적인 배경은 아니지만 이를 설명하는 대사가 등장한다. 원인불명의 재앙에 대해 인민의 이를 전부 뽑는 등 잔인하게 대처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짧은 대사만으로 관객들을 오싹하게 만드는 장면이다.

심지어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에 대한 암살 시도를 소재로 하는 코미디 영화가 제작될 예정이다. '더 인터뷰'란 제목의 영화로 세스 로건과 제임스 프랑코가 출연한다. 콜럼비아 픽쳐스에서 제작을 맡고, 약 3,000만 달러(약 340억원) 규모의 제작비가 투입될 계획이다.



김윤지기자 jay@sp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