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 한국 축구의 명암세계 6번째 대기록 불구… 색깔 없는 플레이 빈축손흥민 등 해외파 포함 기량 검증된 선수 총괄… 응집력 이끌 사령탑 필요

축구 국가대표팀이 8년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을 확정했다. 2014년 브라질 월드컵 본선 티켓을 따낸 것은 분명한 쾌거지만 주변의 반응은 싸늘하기만 하다. 사진은 대표팀 선수들이 18일 울산 문수축구경기장에서 열린 2014 브라질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 예선 이란과의 마지막 8차전에서 0-1로 패한 뒤 고개를 숙인 채 그라운드로 향하고 있는 모습. 울산=연합뉴스
잘 했다. 목표도 이뤘다. 하지만 주변의 반응은 싸늘하다.

2014년 브라질 월드컵 본선 티켓을 따낸 한국 축구대표팀의 얘기다.

▲세계 여섯 번째 대기록

한국은 8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을 확정했다.

지난 18일 울산 문수축구경기장에서 열린 이란과의 2014 브라질 월드컵 최종 예선 마지막 8차전에서 후반 15분 이란의 레자 구차네자드에게 결승골을 내줘 0-1로 졌지만 이란(승점 16)에 이어 A조 2위(승점 14)로 본선 진출의 기쁨을 맛봤다.

한국의 월드컵 본선 진출은 지난 1986년 멕시코 대회 이후 8회 연속이자 처음 출전한 1954년 스위스 대회를 포함해 통산 아홉 번째다. 월드컵 8회 연속 본선 진출은 일본(5회)과 사우디아라비아(4회)를 크게 넘어서는 아시아 최고 기록이다. 아시아에서 32년간 한 차례도 빠지지 않고 월드컵 본선에 진출한 나라는 한국뿐이다. 9차례나 본선 출전권을 획득한 나라도 아시아에서 한국이 유일하다.

8회 이상의 횟수로 월드컵 본선에 연속 진출에 성공한 나라는 세계적으로도 흔치 않다. 브라질(20회), 독일(15회), 이탈리아(13회), 아르헨티나(10회), 스페인(9회)에 이어 세계에서도 여섯 번째 기록이다.

한국은 축구 강대국들과 적어도 이 기록에 있어서 만큼은 어깨를 나란히 한 셈이다. 이 중에서 월드컵 우승 경험이 없는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다. 한국의 기록은 축구 종가 잉글랜드보다도 앞선다. 잉글랜드는 1950년부터 1970년까지 6회가 연속 진출 최다 기록이다.

▲높아진 눈높이

이제는 월드컵 본선 행이 너무도 당연하게 느껴질 정도다. 이번 최종 예선에서 대표팀이 축구 팬들의 전례 없는 거센 비난을 받은 것도 한국이 월드컵 본선 '단골 손님'이 되면서 눈높이가 한껏 올라간 탓도 있다.

한국은 최종 예선 내내 색깔 없는 플레이로 일관했고 베스트11을 경기마다 바꾸는 불안한 모습까지 노출했다. 상대나 경쟁 분위기에 따라 맞춤형 전술을 급조하고, 선수 구성을 뒤흔든 탓에 색깔을 잃고 전열도 완벽하게 정비하지 못한 것이다.

특히 한국은 최종 예선 마지막 4경기에서 체면을 구겼다. 우즈베키스탄전의 자책골을 제외하고 4경기에서 겨우 3골을 넣었다. 경기당 1골도 넣지 못한 빈약한 골 결정력은 한국축구의 발목을 끝까지 붙잡았다. 월드컵 본선에는 입성했지만 뒷맛이 깔끔하지 못한 최종 예선이었다.

▲진정한 리더가 필요하다

한국은 최종 예선에서 30년 전으로 돌아간 듯한 축구를 하고 있다는 비난을 받았다. 세밀한 패스도 없었다. 수비수가 최전방 공격수에게 롱 킥을 날리는 단순한 작전을 구사했다.'뻥 축구'라며 축구 팬들의 뭇매를 맞았다.

축구 전문가들은 한국 축구가 오히려 퇴보를 했다고 지적했다. '색깔이 없는 축구'라는 쓴 소리도 했다.

이제 브라질 월드컵까지 남은 기간은 1년이다. 대변혁이 이뤄지지 않으면 희망도 없다. 전문가들은 이런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카리스마가 있는 지도자기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대한축구협회는 홍명보(44) 전 올림픽 대표팀 감독을 차기 A대표팀 사령탑으로 사실상 확정했다. 협회는 기술위원회를 열어 새 사령탑 후보를 홍 감독을 포함한 4명으로 압축했다고 밝혔다. 홍 감독의 이름만 거론했을 뿐 나머지 후보들 이름은 끝내 밝히지 않았다. 협회는 늦어도 다음 주 초에 차기 사령탑을 발표할 예정이다.

홍 감독은 협회가 선택할 수 있는 최적의 카드다. 그는 팀 워크를 발휘하지 못하고 있는 대표팀에 중심을 잡아줄 적임자다. 홍 감독은 2012년 런던 올림픽에서 팀 워크를 강조하며 동메달 신화를 썼다.

▲첫 원정 8강 가능한가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 4강 신화를 만들어낸 한국은 2010년 남아공 월드컵에서 사상 첫 원정 16강 진출에 성공했다.

브라질 월드컵에 나서는 한국의 현실적 목표는 사상 첫 원정 8강이다. 본선 조 편성이 중요하지만 태극전사들의 면면만 볼 때도 8강은 꿈이 아니다. 국제 경쟁력을 지니고 유럽 리그에서 세계 정상급 선수들을 상대로 선전하는 태극전사들이 어느 때보다 많기 때문이다.

손흥민과 구자철, 지동원(이상 독일), 기성용, 이청용, 김보경, 윤석영(이상 잉글랜드) 등은 월드컵 최종 엔트리에 포함될 가능성이 높다. 또 작년 런던 올림픽에서 동메달을 획득한 주역들이 좀 더 성장을 한다면 8강 도전도 해 볼만한 목표다.

하지만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말이 있다.

▲남은 시간은 1년

2회 연속 16강 이상의 성적을 내기 위해서는 남은 1년을 어떻게 잘 준비하느냐가 매우 중요하다. 기량이 검증된 선수들을 총괄해 응집력을 끌어낼 수 있도록 본선 사령탑을 하루빨리 선임해야 한다.

감독이 선임돼야 본선까지 남은 1년 동안 진행할 맞춤형 프로그램을 제대로 기획할 수 있다. 협회는 올해 국제축구연맹(FIFA)이 지정한 A매치 데이에 남미나 유럽 강호와 평가전을 치르는 방안을 핵심 프로그램으로 추진하고 있다. 8월부터 11월 사이에 A매치 데이가 7차례 있고 이 가운데 한국은 브라질이나 유럽 팀들과의 평가전 일정을 조율하고 있다.

브라질 월드컵 본선 조 추첨은 12월7일 브라질 바이아주의 휴양지 코스타 도 사우이페에서 열린다. 조 추첨이 끝나고 조별 리그에서 만날 상대가 정해지면 본선을 향한 발걸음을 더 재촉해야 한다. 상대 팀에 맞는 맞춤형 전술, 전략을 세워야 하고 모의고사 성격의 평가전도 준비해야 한다.

대표팀은 2014년 1, 2월 사이에 약 3주간 동계 훈련을 할 예정이고 6월13일 대회 개막 전까지 평가전 등을 통해 계속 전력을 담금질하게 된다.

대표팀에 주어진 1년은 말만 1년일 뿐 몇 차례 소집과 A매치를 의미할 뿐이라서 짧고 부족한 시간이다.



노우래기자 sporter@sp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