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4년 프로야구 신인 우선지명삼성 이수민·롯데 김유영 등 대부분 투수 유망주 골라넥센만 내야수 임병욱 지명유창식·하주석·김명제 등 과거 거액 계약금 기대주 제 기량 못 미친 경우 많아

입단 당시 계약금 5억원씩을 받은 김광현과 손민한은 각각 에이스로 급성장하며 팀의 기대에 부응했다.
성공이냐, 실패냐. 주사위는 던져졌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지난 1일 8개 구단으로부터 통보 받은 연고지 신인 우선지명 선수를 발표했다. 신생팀인 KT는 이에 앞서 심재민(개성고)과 유희운(천안북일고)을 뽑았고, 9구단인 NC는 오는 8일 KT와 함께 전체 학교를 대상으로 1차 지명을 한다.

각 구단들은 이번에 뽑힌 선수들이 프랜차이즈 스타로 성장해주길 바라고 있다.

▲모두 고졸…투수 7명+야수 1명

2008년 이후 5년 만에 부활한 연고지 신인 우선 지명에서 각 구단은 모두 고졸 예정 선수를 지명했다. "최소 1년, 길게는 3~4년 가다듬는 시간이 필요하다면 대졸 보다는 나이가 어린 고졸이 낫다"는 판단이다. 선동열 KIA 감독은 삼성 부임 시절 "고졸 보다는 대졸을 뽑겠다"고 선언하기도 했지만 이번에는 고졸 투수를 지명하는 데 동의했다.

예상대로 삼성은 제25회 세계청소년야구선수권대회에서 뛰어난 기량을 과시한 이수민(대구 상원고)을 선택했다. 좌투좌타에 유연한 몸이 장점인 이수민은 4월 포항구장에서 열린 2013 고교야구 주말리그 대구고와의 경기에서 10이닝 동안 삼진 26개를 잡아내며 한국 고교야구 한 경기 최다 탈삼진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류중일 감독은 "선발로 쓸지 불펜으로 쓸지는 직접 보고 판단하겠다"고 했다.

롯데도 경남고 왼손 에이스 김유영을 뽑았다. 181㎝, 76㎏의 신체조건을 갖춘 김유영은 직구 스피드가 최고 시속 141㎞로 안정적인 제구력이 장점이다. 주무기는 슬라이더와 체인지업. 뛰어난 야구 센스를 갖춰 앞으로 성장 가능성이 크다.

이 밖에 LG는 장신의 파이어볼러 임지섭(제주고), 두산은 덕수고의 한주성을 택했다. KIA는 순천 효천고 에이스 차명진, SK는 인천ㆍ경기 지역의 최고 유망주 이건욱(동산고)를 데려갔다. 한화는 KT가 지역 내 최고 유망주로 꼽힌 우완 유희운을 선택한 바람에 대안으로 황영국을 지목했다.

다른 7개 구단이 투수를 뽑은 가운데 넥센만이 우투좌타 내야수인 임병욱(덕수고)을 지명, 눈길을 끌었다. 임병욱은 올해 황금사자기에서 유격수로 11경기에 출전해 타율 3할2푼5리(40타수 13안타) 1홈런, 16타점, 11득점, 7도루를 기록했다. 타점상과 도루상을 수상하며 덕수고 우승에 큰 역할을 했다. 넥센은 우수한 컨택트 능력과 넓은 수비 범위, 적극적인 주루 플레이가 장점인 임병욱이 강정호의 뒤를 이을 차세대 유격수로 성장하길 기대하고 있다.

▲1차 지명, 성공을 보장하진 않는다.

그 동안 수많은 선수들이 1차 지명으로 구단의 선택을 받았지만 모두 성공한 것은 아니다. 오히려 실패한 사례가 더 많다. 당장 작년 전체 1순위 윤형배(NC)는 아직 1군 경험이 없다. 퓨처스리그(2군)에서도 4경기 1패 1홀드, 5.14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한 게 전부다. 2010년 유창식, 2011년 하주석(이상 한화) 역시 특급 유망주로 평가 받고도 프로에서는 제 기량을 뽐내지 못하고 있다.

통상 구단들은 '첫 번째'로 선택한 선수들에게 거액의 계약금을 준다. 구단의 자존심이자 대형 선수로 성장하길 바라는 염원이 담겨 있다. 하지만 역대 최고 계약금인 10억원을 받은 한기주(KIA)를 비롯해 대부분의 선수가 기대만큼 성과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 7억원의 임선동(전 LG)을 비롯해 김명제(전 두산), 성영훈(두산), 이정호(전 삼성) 등 모두 마찬가지다. 구단들은 이들에 계약금으로만 5억원 이상을 투자했지만 아쉬움만 곱씹을 뿐이다.

그나마 김진우(7억원ㆍKIA)가 풍운아 이미지를 벗고 제 몫을 하고 있다. 1997년 5억원을 받고 롯데 유니폼을 입은 손민한(NC)은 '전국구 에이스'로 활약하다 최근엔 NC에서 부활했다. 마찬가지로 5억원을 받은 김광현(SK)은 2008년부터 에이스로 급성장했다.

한국 프로야구를 대표하는 선수들은 대부분 1차 지명이 아니었다. 대표적으로 류현진(LA 다저스)은 2006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2차 1지명으로 한화 유니폼을 입었다. 연고지였던 SK는 인천고의 포수 이재원을 택했다. 류현진은 연고지와 상관없는 2차 지명에서도 전체 1번 지명권을 가진 롯데의 부름을 받지 못했다. 롯데는 광주일고 투수 나승현을 선택했다.



함태수기자 hts7@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