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 후 몰락한 농구 스타들현주엽 먼허정지 입건'왕년 농구천재' 정상헌, 처형 살해·유기 혐의방성윤 동업자 상습 폭행연이은 구설 팬 실망 커… 자기관리 실패도 한몫

현주엽/연합뉴스
'매직 히포'로 불렸던 전 농구스타 현주엽의 음주운전 적발로 코트 바깥의 농구천재들의 몰락이 주목 받고 있다. 화려한 실력으로 한때 국민적 사랑을 받던 농구스타들의 잇단 몰락이 큰 실망감을 안겨주고 있다. 현주엽을 비롯해 2012~13 시즌 승부조작 혐의로 구속된 전 동부 감독, 동갑내기 과 정상헌의 얼룩진 사생활에 원년 팬들에게 큰 상처를 주고 있다.

현주엽은 현역 시절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최고의 농구 선수 중 한 명이다. 고려대 재학 중에는 연세대 서장훈과 라이벌 구도를 형성하며 한 시대를 풍미했다. 그러나 프로 은퇴 후 지난해 투자 사기에 휘말리며 수십억대 법정 소송을 벌여 도마에 올랐다. 당시에는 피해자 신분이었지만 지난 9일에는 술을 마시고 운전하다 불구속 입건됐다. 현주엽은 당시 음주 후 약속 시간을 지켜야 한다는 이유로 불법 유턴을 하다 발각돼 달아났다가 뒤늦게 음주 사실까지 들통 났다. 적발 당시 현주엽의 혈중 알코올 농도는 0.053%로 면허정지에 해당하는 수치였다.

2009년 은퇴한 현주엽은 전성기 시절 최고의 테크니션으로 불리며 포인트가드 이상의 드리블과 어시스트 능력을 발휘해 '포인트 포워드'라 불리기도 했다. 7번의 트리플 더블 등 프로 통산 9시즌 397경기를 뛰며 평균 13.3점, 4.1리바운드, 5.2어시스트의 대기록을 남겼다.

정상헌은 살해 혐의로 긴급체포, 구속됐다. 더욱이 그가 죽인 이는 아내의 언니, 처형이라 더 충격적이었다. 지난 3일 아내의 쌍둥이 언니가 평소 자신을 무시한다는 이유로 목졸라 죽인 뒤 사체를 암매장한 혐의(살인 및 사체유기)를 받고 있다.

정상헌은 경복고 시절 한국 농구의 간판으로 기대를 받았다. 192cm의 큰 키에 눈치 빠른 센스를 지녀 한 때'농구 천재'로 불린 적도 있다. 하지만 고교 졸업 후 선수 생활은 내리막의 연속이었다. 고려대 진학 후 적응에 실패해 팀 이탈을 반복하다 중퇴했다. 2005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당시 대구 오리온스에 지명됐지만 시즌을 시작하기도 전에 또 팀을 이탈해 임의탈퇴 선수로 공시되기도 했다. 이듬해엔 모비스에 입단했고, 2009년 상무 전역 후 재기를 꿈꿨지만 불성실한 태도로 결국 불명예 은퇴했다.

강동희
정상헌과 라이벌 구도를 이뤘던 도 은퇴 이후 얼룩진 사생활로 구설수에 올랐다. 은 지난달 지인의 동업자를 상습 폭행한 혐의로 검찰의 소환 조사를 받았다. 은 2011년 은퇴 이후 사업차 인연을 맺은 지인의 동업자를 지난해 4월부터 무려 4개월 동안 폭행한 혐의로 고소를 당했었다. 피해자의 증언에 따르면 은 골프채 등을 동원해 일방적으로 폭행을 했다는 것이다.

의 현역 시절은 정상헌보다 훨씬 화려했다. 2002년 연세대 재학 시절 부산 아시안게임 금메달로 병역면제 혜택을 받았고, 2005년 신인 드래프트 1순위로 KT에 지명 후 다음해 SK에 이적했다. SK에서 6시즌 평균 16점, 4.1리바운드, 2.3어시스트를 기록하며 한국 농구의 초대형 슈터로 성장했다. 하지만 부상과 재활을 반복하다 2011년 전격 은퇴 후 사업가의 길을 걸었다.

한국농구 역대 최고의 포인트가드로 꼽히던 전 원주 동부 감독의 승부조작 혐의 구속은 스포츠계 전반을 뒤흔들었다. 현역 프로스포츠 감독이 승부조작에 연루돼 구속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무엇보다 '한국농구의 레전드'라 불리던 전 감독이 관여했다는 점에 팬들의 실망과 배신감은 대단히 컸다.

이들 농구스타들의 연이은 사건 사고 소식은 가뜩이나 인기 하락과 부실한 리그 운영으로 침체된 한국 농구의 이미지에 더욱 진한 먹칠을 하고 있다. 폭행, 살인, 음주 운전 후 도주 등 죄질이 좋지 않다는 점도 동정의 여지가 없다. 물의를 일으킨 전직 농구 스타들은 어린 시절부터 천재라는 평가를 받을 만큼 뛰어난 재능을 지녔지만 자기 관리에서 실패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스포츠를 벗어나 새로운 사회 환경에 적응하지 못한 것도 몰락의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방성윤

이현아기자 lalala@sp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