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던 매터 사진전 '우리 삶이 춤이 된다면'일상공간서 환희 표현하는 무용수장치 도움 없이 있는 그대로 담아

아름다운 춤, 찰나의 예술로 피어나다

세계적인 무용수들이 중력의 법칙에서 해방되는 경이로운 순간들을 카메라에 담아온 사진작가 조던 메터의 작품이 서울 안국동 사비나 미술관에서 선보인다.

사진전 '우리 삶이 꿈이 된다면(Dancers Among Us)'에는 인간의 몸이 어떻게 움직이고 어떤 형태를 띠는지를 탐구하고 재현한 조던 메터의 작품 60여 점이 신선하게 다가온다.

'몸'이라는 주제는 중세에서 근대, 현대에 이르기까지 예술의 중요 테마로 다뤄져 왔지만 메터는 사진을 통해 몸이 지닌, 몸이 표현하는 다양한 은유에 접근한다.

그가 담아내는 무용수의 몸은 각별하다. 무용수에게 몸은 자체가 표현의 도구가 되고 주제가 된다. 몸이 예술 창출의 출발이자 정점인 것이다. 그 몸은 대개 무대라는 고정된 공간에서 예술로 피어난다. 반면 메터는 무용수의 몸을 일상으로 끌어들인다. 지하철역, 광장, 도서관, 횡단보도 등 일상화된 삶의 공간에서의 기쁨과 환희의 순간들을 온 몸으로 표현해내는 무용수들을 사진에 담는다. 더구나 그는 트램펄린이나 와이어, 안전장치 없이 무용수들이 뛰어오르거나 텀블링하는 순간의 동작을 찍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러한 사진에는 무대 위 무용수와 관객 사이에 존재하는 '거리'가 없다. 대신 그 거리는 '감동'으로 대체된다. 무릇 사진이 찰나의 순간을 담는다고 하지만 항상 '영원'으로 이어지진 않는다. 매터의 사진이 갖는 매력이자 가치가 바로 여기에 있다.

그는 세계적 사진작가이자 매그넘 포토스 설립자인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의 사진 세계에 매료돼 사진에 입문했다. 브레송의 사진 미학을 대변하는 '결정적 순간'은 단순한 사진촬영이 아닌 시선의 집중화라는 "순간에서 영원으로 이어지는 철학의 완성"을 의미한다.

매터는 그 결정적 순간을 '몸'이 많은 것을 함의하는 무용수를 통해 전한다. 지극히 예술적인 무용수의 몸은 평범한 일상과 하나가 되면서 전혀 색다르게 관객의 마음으로 들어온다. 이 또한 일상적 삶을 카메라에 담아온 브레송의 영향일지 모르지만 매터가 무용수를 택하고 몸의 결정적 순간을 포착하는 것은 특별한 감동으로 전이된다.

한국에 온 그는 23일 김주원(국립발레단 객원 수석무용수)과의 퍼포먼스를 통해 '그 다운' 메시지를 전했다. 사비나 미술관 흰벽에 전시된 사진 작품 사이로 김주원이 풀쩍 날아올라 국립무용단 수석무용수 이정윤이 바쳐주는 가운데 몸을 최대한 뒤로 젖히고 와인 잔을 한 손에 들자 매터는 재빠르게 셔터를 눌러댔다.

이들은 26일에도 광화문, 남대문시장, 북촌 등지의 한국적 정서가 가득한 야외 공간에서 이 같은 작업을 이어갔다.

세계적 사진가 조던 매터(오른쪽)가 자신의 전시가 열리고 있는 사비나미술관에서 발레리나 김주원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이번 사진전은 인간의 몸과 몸이 만들어내는 순간의 형태가 우리에게 인지 가능한 것인지, 사진에서 몸은 어떻게 다루어지고 있는지 등을 생각해 보게 하는 자리로 우리에게 상상력의 자유와 평범한 일상에 충만한 에너지를 선사할 것으로 보인다. 9월 22일까지 전시. 02)736-4371



박종진기자 jjprk@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