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설국열차' 남궁민수 역 열연 "역시 명불허전""한국어 연기 배려해준 봉준호 감독 감사"

봉준호 감독은 역대 한국 영화 최고 제작비가 투입된 영화 '설국열차'(제작 모호필름)을 만들며 주저없이 배우 송강호에게 러브콜을 보냈다. 그의 페르소나인 송강호 역시 망설임 없이 부름에 응했다. 두 사람은 다시 만났고 '설국열차'에서 또 한번 시너지 효과를 발휘했다.

송강호는 극중 설국열차를 설계한 남궁민수 역을 맡았다. 열차를 세세히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혁명군에게 꼭 필요한 존재다. 외국어 영화인 '설국열차'에서 송강호가 영어 연기를 어떻게 펼칠지 여부는 초미의 관심사였다. 결국 봉준호 감독은 극중 번역기를 등장시켜 송강호가 한국어로 연기하며 다른 캐릭터들과 소통할 수 있도록 설정했다.

"영어로 대사을 했으면 굉장히 어색했을 것 같다. 그런 배려를 해주신 봉 감독님에게 감사하다. 한국어로 대사를 할 수 있어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더불어 '설국열차'라는 대단한 한국 영화에 출연할 수 있어 영광이었다."

송강호가 연기한 남궁민수는 냉소적인 인물이다. 혁명군에 합류하지만 결코 자신의 야심을 보태진 않는다. 그의 꿈은 자신의 딸에게 좋은 세상을 안겨주겠다는 것, 단 한가지다. 그 목적을 위해 남궁민수는 죽음을 무릅쓰고 혁명군과 손잡는다.

"남궁민수는 환경 자체를 알 수 없는 세계에 있고 또 극한의 환경이다 보니 신비로운 느낌이 있는 것 같다. 오랫동안 마음 속 깊이 야심을 품어온 인물이기도 하고 희망을 가진 캐릭터이기도 하다. 골 때리는 캐릭터 같지는 않다.(웃음)"

'설국열차'는 빙하기를 배경으로 생존자들을 태우고 달리던 열차 안에서 억압에 시달리던 꼬리칸 사람들이 최고 등급인 앞칸을 향해 돌진하는 과정을 그린다. 프랑스 원작 만화를 보고 매료된 봉준호 감독은 '마더' 이후 4년 만의 복귀작으로 '설국열차'를 선택했다. 그러면서 봉 감독은 '살인의 추억'과 '괴물'을 합작한 송강호와 다시 의기투합했다. 그리고 송강호는 해외의 명배우들과 어깨를 견준 '설국열차'에서 명불허전의 연기력을 뽐내고 남궁민수를 요리했다.

"봉준호 감독과 작업했던 '괴물'에서 맡았던 역할은 다소 허술하긴 했어도 어디서든 만날 수 있는 이웃 같은 캐릭터였다면 이번 남궁민수는 새로운 환경에 놓인 인물이다. 우리가 알 수 없는 미지의 세계고 극한적인 빙하기 아니냐. 과거 현재 미래를 동시에 살아가는 듯한 느낌이 신비로웠다."

'설국열차'는 1일 한국에서 전 세계 최초 개봉됐다.



안진용기자 realyong@sp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