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 감독과 작품 또 하고 싶어기차 속 사실적인 액션신 예측할 수 없어 무서울 정도

크리스 에반스(사진= 모호필름 오퍼스픽쳐스)
정의롭고 믿음직스럽다. 우리가 기억하는 ‘어벤져스’의 캐릭터 캡틴 아메리카다. 돌아온 그는 얼굴에 검댕이를 묻히고, 회한의 감정을 얼굴에 가득 담았다. 지난 달 31일 개봉한 영화 ‘설국열차’(감독 봉준호ㆍ제작 모호필름 오퍼스픽쳐스)의 커티스를 연기한 크리스 에반스다.

커티스는 계급대로 나뉜 기차에서 빈민굴에 가까운 꼬리칸의 젊은 지도자다. 그는 기차의 보안설계자 남궁민수(송강호)의 도움으로 앞쪽 칸을 향해 전진한다. 진중한 커티스와 달리 실제 에반스는 경쾌하고 순박한 청년에 가까웠다.

“모든 캐릭터는 제 그림자와 같아요. 제가 커티스와 가장 비슷할 때가 언제일까 고민했어요. 커티스는 수치심과 죄책감을 안고 사는 사람이죠. 제가 행복할 자격이 없는 사람이라고 매일 생각하며 감정을 끌어냈어요.”

스스로 압박하는 일이 즐겁진 않을 터. 부정적인 생각을 유지하는 일은 힘들었다. 그는 “내내 내면의 싸움을 통제했다”며 “‘설국열차’는 워낙 열심히 해야 하는 작품이었다”고 말했다.

기차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펼쳐지는 액션 신도 그에겐 과제였다. 그는 봉 감독이 구현하는 액션을 “정신 없고 지저분하며 예측할 수 없어 사실적이다”라고 설명했다. 그래서 무서웠다. 큰 체구와 어울리지 않는 귀여운 표현이었다.

함께 자리했던 봉 감독은 설명을 더 했다. 송강호가 장면마다 새로운 느낌을 불어넣으려고 한다면, 에반스는 매번 아주 정확하고 날카롭게 오차 없는 액션을 보여준다. 봉 감독은 “매 순간을 날것처럼 만드는 송강호와 움직임에 아름다움을 지닌 에반스를 섞었다’고 말했다.

에반스에게 봉 감독과 다시 작품을 할 생각이 있느냐고 물었다. 그는 망설임 없이 “당연하다”고 답했다. ‘설국열차’는 배우로서 인생 최고의 경험 중 하나였다고 이유를 말했다.

“봉 감독은 일부러 그렇게 하려고 해도 안 좋은 영화를 찍을 수 없어요. 때문에 배우는 안정감과 안전함을 느끼죠.”

에반스는 연말께 감독으로 데뷔한다. ‘1시 30분 기차’라는 제목의 로맨스 영화를 준비 중이다. 그는 “‘비포선라이즈’와 비슷한 느낌”이라며 “두 남녀가 기차역에서 만나 밤새 뉴욕을 걸어 다니며 대화를 나누는 내용”이라고 말했다. 장난기가 발동한 봉 감독은 “한국영화에 몇 번 출연했다. 행인으로 써달라”고 제안했다. ‘오케이(OK)’란 답변 없이, 상황이 재미있는지 웃기만 하는 에반스. 어쩌면 커티스가 꿈꾼 건실한 청년의 미소였다.



김윤지기자 jay@sp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