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빠빠'와 '직렬 5기통 춤' 올여름 최고의 히트상품'노이즈 마케팅으로 벼락 스타' 눈총에도 팬덤 급격히 늘어

/연합뉴스
걸그룹 크레용팝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2년간 변두리를 전전하며 '밑바닥돌'로 통하던 이들은 동료 연예인의 지지와 호응을 받는 특별한 존재가 됐다.

아이들의 장기자랑 주요 소재는 물론 회식 자리에서 끼를 뽐내는 용도로 차용되는 신곡 '빠빠빠'와 헬멧을 쓴 채로 엇박자의 리듬을 파며 수직으로 뛰어오르는 일명 '직렬 5기통 춤'은 올 여름 최고의 히트상품이 됐다. 6월 음원 차트 100위권 밖에서 출발한 이 노래는 역주행을 거듭하더니 1위를 위협할 정도로 치고 올라왔다. 3개월째에 접어들어도 톱10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빛이 있으면 그림자도 있는 법이다. 이들의 인기는 오직 노래와 안무의 힘으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견해가 많다. 숱한 오해 혹은 논란에 휘말리며 팀의 이름이 알려졌고 노래가 구전으로 퍼지는 효과를 얻었다. 업계에서도 '근본없는' 회사로 치부되던 이들의 소속사 크롬엔터테인먼트는 자의든 타의든 노이즈마케팅을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이들이 됐다. 논란을 먹고 자란 크레용팝의 오늘을 짚었다.

일베·사재기… 끊임 없는 논란

크레용팝이 논란의 중심에 선 것은 지난 6월부터다. 일부 멤버들이 극우 성향으로 지역감정을 유발하고 소수자를 비하하는 '일베(일간베스트저장소)' 활동을 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다. 실제로 멤버들은 SNS를 통해 '노무노무''절뚝이'등 전직 대통령을 비하하는 표현을 썼고 소속사 대표는 사이트에 글을 남기기도 했다.

이 시기부터 소속사의 해명 릴레이가 시작됐다. "일베 뿐 각종 사이트에 가입해 정보 습득이 목적이었으며 정치성을 띄지 않았다"는 것이 소속사 대표의 말이었다. 이후 불거진 일본 그룹 콘셉트 무단차용이나 사재기 의혹 등에 대해 장문의 글로 '몰랐다''오해다'등의 해명으로 일관하고 있다.

일련의 과정을 통해 크레용팝에 대해 관심이 없던 이들까지 노래를 듣고 접하며 상당한 홍보효과를 누렸다. 논란이 또 다른 논란을 불렀고 그 과정에서 팀은 인기가 아닌 논란을 먹고 자란 꼴이 됐다.

선물계좌 결과적으론 '신의 한수'?

끊임없이 제기된 논란이 화제성과 맞물리며 이들은 결과적으로 벼락스타가 됐지만 탈도 났다. 모델로 발탁된 한 온라인 사이트의 광고가 중단되고 한 프로축구 경기의 시축이 취소됐다. 한 방송사의 다큐멘터리 제작도 무산됐다.

26일 불거진 선물계좌 논란은 하이라이트였다. 소속사는 26일 공식 홈페이지에 "크레용팝의 인지도가 올라감에 따라 팬덤 규모도 급속히 늘고 있기에 저희가 선물을 감당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다"면서 선물 대신 계좌로 입금하면 일정 금액이 쌓인 후 기부를 하겠다는 파격(?)적인 제안을 내놓았다.

크레용팝의 소속사는 팬들에게 선물을 보내는 대신 특정 계좌를 통해 현금으로 입금할 것을 권유하는 첫 기획사로 남게 된 것. 앞서 인기를 얻은 어떤 팀들도 관리가 어렵다고 선물 대신 현금을 달라고 하지는 않았다. 팬들의 정성을 무시하는 편의주의 기획이었고 섣부른 대처에 급하게 생긴 인기의 발등을 스스로 찍게 됐다.

한동안 홈페이지가 접속이 안 될 정도로 이들의 낯뜨거운 기부계획이 비난을 받자 소속사는 늘 그랬듯이 "선물 공지와 관련해 표현의 미숙함으로 여러분의 마음을 불편하게 해드려 정말 죄송하다"는 사과와 함께 해명했다.

하지만 선물계좌 역시 노이즈 마케팅 차원에서 보면 각종 논란에 한풀 꺾이던 팀의 인지도와 노래에 대한 관심을 다시 촉발시킨 계기가 됐다. 주춤하던 '빠빠빠'의 차트 성적은 이내 힘을 되찾으며 톱10을 수성하고 있다. 논란으로 흥한 자 논란으로 롱런을 노리는 모양새가 된 셈이다.

'원히트 원더' 면할 수 있을까?

업계에서는 크레용팝의 등장을 주목하고 있다. 이전에 생각지도 못한 논란에 휘말리며 좌초되지 않고 역으로 생명력을 연장하는 사례로 남았기 때문이다. 급기야 히트 곡 하나로 사라지는 '원히트 원더'가 될지에 대한 관심을 받는 존재까지 급부상했다.

싸이의 '강남스타일'에서 확인했지만 기발한 의상과 독창적인 안무 그리고 쉽게 따라부를 수 있는 노래는 히트의 가능성이 높다. 여기에 유머코드가 결합되면 그 영향력은 상상을 초월한다. 하지만 간과할 수 없는 것이 그 이후의 상황이다. 싸이마저 '원히트원더'를 경계하며 후속곡 '젠틀맨'에서 기존 코믹 이미지를 고수 하냐를 두고 심사숙고한 것은 이 때문이다.

전작보다 강하면 과하다는 인상과 함께 '비호감'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다. 그 반대의 경우라면 밋밋하다는 혹평과 함께 대중의 관심에서 사라질 것도 명료하다. 물론 코믹이미지를 고수하는 것에 대한 역풍도 감안해야 할 것이다.

내일을 준비하는 크레용팝에게 '텔미'이후 '소핫''노바디'등을 원더걸스에게 안긴 박진영과 같은 프로듀서가 없는 것은 상당한 불안 요소다. 여기에 각종 논란에 현명하게 대처하며 전략적으로 팀의 미래를 그려줄 소속사의 안목 부재도 이들이 넘어야 할 산이다.



김성한기자 wing@sp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