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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 여고생의 '맛깔스러운 밥상'

● 내 영혼을 위로하는 밥상 이야기
구수한 맛이 일품인 된장찌개, 윤기가 반질반질한 가자미구이, 김이 모락모락 나는 흰쌀밥으로 밥상을 뚝딱 차려낸 어머니. 누구나 가슴속 깊이 간직한 그리움을 진솔하게 그려낸 10대 여고생의 그림이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저자 김현씨와 양재고등학교 2학년 조민지(17)양이 함께 만든 <내 영혼을 위로하는 밥상 이야기>는 바닷가 산복도로 동네에 살던 아홉 살짜리 소녀가 어른으로 커가는 과정을 밥상의 추억과 함께 맛깔나게 버무려낸 책이다. 어린 시절 어머니 몰래 배달시켜 먹은 자장면, 아버지의 장례식장에서 울다 지쳐 형제들과 나눠 먹은 육개장 한 그릇에 담긴 이야기는 묘한 공감을 일으킨다.

책에서 눈길을 끄는 건 글의 내용에 스며든 그림이다. 30, 40대 경계에 서 있는 저자가 풀어놓은 기억들이 10대 여고생의 감성어린 손길로 재구성됐다. 채도가 낮은 갈색과 붉은색 톤의 그림들은 글과 어우러져 세련되거나 화려하진 않지만 포근하면서도 생동감이 넘친다.

부엌 바닥에 놓여있던 풍로, 부산 영도 남항시장의 별미인 꿀떡과 어묵, 어머니가 한껏 멋을 부려 만든 북어보푸라기, 하루 동안 말려 꾸덕꾸덕해진 가오리에 양념을 발라 쪄낸 가오리찜, 어스름한 저녁이면 골목을 누비며 망개떡을 팔던 아저씨, 88올림픽 마스코트 호돌이가 그려진 수저. 투박하면서도 따뜻한 그림은 보는 이로 하여금 저마다의 추억을 떠올리게 한다.

어린 시절부터 그림그리기를 좋아했지만 전문적인 교육을 받아본 적은 거의 없다는 조양은 "남보다 뛰어나다고 생각해본 적은 없어요. 삽화를 그릴 수 있는 우연한 기회가 생겼고 평소에도 책을 즐겨보는 편이라 이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어요"라고 말했다.

한 권의 책이 세상에 나오기 위해서 수많은 사람이 뜻을 모아 공동 작업을 하는 건 설레는 경험이었다. 조양은 "여름방학동안 틈틈이 삽화를 그렸는데 그림을 그리면서 '마감시간'이라는 압박을 받은 건 처음이었어요. 더러는 그림 완성이 늦기도 해서 굉장히 죄송스러웠죠"라고 말하며 수줍게 웃었다.

1990년대에 태어난 여고생이 전혀 경험하지 못한 1980년대의 일상생활을 어떻게 표현할 수 있었을까. 조양은 "처음에 작가분이 일러스트 컨셉을 설명해 주셨어요. 책 본문에 들어가는 그림이니 글의 내용이 반영되었으면 좋겠다, 따뜻하고 정감어린 그림이었으면 좋겠다… 그런 전체적인 그림 분위기를 설명해 주셨어요."

경험해보지 못한 세계를 작가의 설명을 듣고 상상하는 게 재미있었다는 조양은 전혀 본 적도 없는 물건은 머릿속의 상상에 의존할 수밖에 없어서 잘 표현이 될까 걱정스럽기도 했다고 한다. "주변 어른들에게 직접 묻기도 하고 책을 찾거나 인터넷 검색을 하면서 1980년대의 모습을 익혔죠. 부모님의 조언도 큰 도움이 됐어요"라고 말했다.

조양은 간혹 음식을 상세히 표현하는 것이 어려웠다고 한다. "바다장어 양념구이나 가오리찜은 생소한 음식이었어요. 하지만 작가의 입장에서 맛있게 먹었던 음식을 상상하려고 노력했어요. 음식마다 색깔, 질감, 냄새가 모두 다른데 이를 그림에서 표현하기 위해 마음을 썼어요"라고 설명했다.

상상력과 호기심이 많은 조양은 앞으로도 주변 사람들을 행복하게 만들 수 있는 그림을 그리고 싶다고 한다. "저도 여느 또래처럼 평소에 게임 하는 걸 좋아해요. 사람들을 사로잡는 게임 캐릭터를 만드는 게임원화가가 되고 싶었어요. 이번에 책의 삽화를 그리면서 일러스트레이터가 매력적인 직업이라는 걸 알게 돼 끌리기도 해요"라며 꿈 많은 여고생다운 고민을 털어놓았다. 조양은 "많은 사람들이 제 그림을 보고 작가가 누군지 단번에 알아챌 수 있는 개성과 특징을 가진 그림을 그리고 싶어요"라고 당찬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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