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버스커버스커 열풍 '빛과 그림자'2집 수록곡 음원차트 싹쓸이… 색다른 음악 스타일 어필대중성과 음악성 균형 유지하며 신선도 유지해야 롱런

봄의 서정은 시작이었다. 이제 가을의 전설이 무르익고 있다. 9월25일 자정 2집을 발표한 그룹 버스커버스커의 이야기다. 공개와 함께 타이틀곡'처음엔 사랑이란 게'를 포함한 9개 수록곡들은 9개 주요 음원차트 1위부터 9위를 싹쓸었다. 1년5개월 만에 1집 수록곡'벚꽃엔딩''여수밤바다'등으로 차트를 맹폭했던 모습을 재현했다. 방송 출연을 배제하고 홍보를 위한 인터뷰와 쇼케이스를 진행하지 않는다는 점을 감안하면 팬들에게는 놀랍고 다른 가수에게는 무서운 결과다. 이들의 열풍을 바라보는 업계의 시각은 복잡미묘하다. 마치 덤으로 인기를 얻은 듯한 이들의 모습에 시샘이 나는 것도 사실. 그러면서도 냉정을 되찾아 이들의 인기 요인을 분석하는 모습도 감지된다. 버스커버스커가 가을 가요계에 던진 화두를 풀어봤다.

버스커버스커의 음악에 대한 이례적인 대중의 반응은 새로움에 대한 갈망으로 읽힌다. K-POP의 바람을 탄 댄스아이돌이 수년 간 시장의 주도권을 차지한 것에 대한 반작용이다.

먼저 업계에서 주목하는 것은 이들의 음악 스타일이다. 나른한 어쿠스틱 사운드에 재기 넘치는 가사가 인상적인 이들의 음악은 계절색을 입으면서 듣는 이의 감성을 자극한다. 숨가쁘게 무대를 휘젓고 가사를 쉴새 없이 쏟아놓는 주류 댄스음악과 다르다.

발 빠른 제작자들은 벌써 세련되지 않아도 풋풋한 감성을 지닌 언더 혹은 인디 뮤지션을 찾기에 나섰다. 이제 목소리가 새롭지 않으면 안 된다는 절박함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숙련된 혹은 가능성 있을 법한 연습생을 찾아 헤매던 이전의 분위기와 확연히 다르다.

홍보 방식에도 변화를 고민하는 분위기다. 지상파 3사의 음악 프로그램 출연과 매체 인터뷰, 쇼케이스 진행 등으로 정형화 된 음반 홍보 방식에 대해 제작자들은 재고하기 시작했다. 막대한 비용이 들어가는 것에 비해 만족스러운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던 차에 공연 무대와 SNS를 통해 팬들과 소통하는 버스커버스커를 주목하게 된 것.

한 대형기획사 임원은 "뮤지션과 음악에 자신이 있다면 굳이 고비용저효율의 기존 홍보방식을 택하지 않아도 된다는 분위기다"면서 "노래에 맞춤형 프로모션이 고민되기 시작했고 상대적으로 온라인 프로모션에 대한 비중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물론 이번 앨범에 대해 호평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이들 음악의 최대 무기인 신선도가 떨어진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실제로 2집의 전반적 분위기는 1집과 크게 다르지 않다. 1집에서 사랑을 시작하는 풋풋함과 설렘이 봄과 어울렸다면 쓸쓸함과 그리움이 가을과 만나 이를 대신했다. 때문에 이들의 '철장사'에 대한 평이 엇갈린다. 차트 상위권에서 수록된 전곡이 굵은 띠를 형성하던 것도 일주일 만에 균열이 생기고 있다. 계절적 감성을 잘 살려냈다는 평을 듣는 반면 변화의 노력을 느낄 수 없다는 지적도 받는다. 이들의 성공을 보며 비슷한 구성의 음악이 한동안 쏟아질 것을 감안하면 전작의 성공에 안주하며 안전한 선택을 한 것은 못내 아쉬운 대목이다.

최근 드러머 브래드의 해외 매체 인터뷰에서 드러난 점도 곱씹어 볼만하다. 인디 생활을 오래 한 이들이 갑작스럽게 주류 시장에 편입되면서 불거지는 문화적 차이와 이해관계 충돌은 성장통이자 통과의례가 아니냐는 것이 업계의 반응이다. 대신 주류 매체 접근과 대중의 과도한 관심에 적응하지 못하고 하고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은 프로답지 못하다는 지적이다. 더불어 이들과 같은 또 다른 재능 있는 뮤지션들이 발굴돼서 스타덤에 오를 창구가 TV오디션 프로그램를 제외하면 딱히 없다는 점도 업계 전체가 고민해야 할 점이다.

한 음악 평론가는 "2집에 들어서면서 대중성과 음악성에 대한 평가가 상당한 격차를 보이기 시작했다. 양측의 균형을 잡으면서 신선도를 유지해야 롱런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업계 전체로서는 '제2의''제3의' 버스커버스커가 등장해 참신한 음악이 꾸준히 등장할 수 있도록 다양한 창구가 마련되는 것을 고민할 때다"고 말했다.



김성한기자 wing@sp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