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은정 개인전 '사람 한 그루'
전시 제목이 상징하듯 작가의 나무와 사람에 대한 관점은 각별하다. 길 가에 늘어서 있는 나무들, 숲을 이루고 있는 나무 한 그루, 작가는 나무를 올려다 볼 때면 마치 사람의 사지가 하늘을 향해 뻗어 있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고 말한다.
그렇게 작가를 이끄는 것은 단지 나무와 인간의 몸이 드러내는 외형의 유사성 때문은 아니다. 그 내면에 켜켜이 품고 있는 세월과 풍파와 고유성이 전하는 울림에 귀 기울인 덕이다.
"지리산 뱀사골에 있는 천년송을 본 적이 있다. 온갖 시련을 겪으며 절벽 위에 버텨 서서 천년을 살아남은 나무, 그 아름다움과 경이로움은 그 자체로 감동적이었다. 우리의 몸 또한 각자의 고유한 시간과 경험을 몸 자체로 말하고 있으며, 그 모습에서는 언어를 초월하는 감동이 있다. 이토록 감동을 주는 것들은 시간을 품고 있다. 나는 그 억겁의 시간들을 되짚어 가며 선, 선 그리고 또 선을 그어가며 드로잉을 하기도 하고 사진 이미지 조각들을 한 땀 한 땀 바느질 해가며 나만의 시간을 통해 한 그루의 나무로 완성해 간다."
그렇게 그려진 나무는 곧게 뻗어있거나 아름답게 꾸며져 있지 않다. 세월에 안기고 자연이 스쳐간 그대로의 모습을 드러낼 뿐이다. 이런 나무에 작가는 인간의 삶을 투영시킨다.
작가는 이러한 깨달음과 인간 본연의 속성 그리고 삶 모두를 나무 한 그루에 표현해왔다.
이번 전시는 한 사람의 삶, 자체가 묻어있는 몸을 드로잉과 사진으로 조각내고 그 이미지의 파편들이 다시 모여 작가의 관점으로 다시 재조합되어 표현되며 그 자체의 아름다움을 자연의 일부로서 드러내고 있다.
이은정 작가는 1999년 프랑스 디종 국립 미술학교와 2003년 파리 국립 고등 미술학교를 졸업했고 갤러리 룩스 초대전 'FRANKENSTEIN'(2004년), 갤러리 빔 초대전 '자연사 박물관'(2008년), 계원예술대학 초대전 'Pig Virus'(2009년) 등 다수의 개인전과 그룹전을 열었다. 02)2632-8848
박종진기자 jjpark@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