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들의 열정을 잊지 못합니다."

벽안의 뮤지션은 땀을 훔치며 연신 엄지손가락을 펼쳤다. 세계적인 일렉트로닉 탱고그룹 바호폰도는 객석의 열정을 당해낼 수 없다는 듯 고개를 흔들면서도 환하게 웃는 표정만은 행복해 보였다. 새 앨범 '프레센테(presente)'를 최근 발표한 이들은 '라틴 그래미 어워즈'에서 최우수 일렉트로닉 앨범상을 받았으며 '모터사이클 다이어리''브로크백 마운틴' 등으로 영화음악계 거장으로 통하는 구스타보 산타올라야가 이끈다. 엄지 손가락을 편 이가 바로 그다. 바호폰도는 그렇게 5년 만에 울산과 화끈하게 재회했다.

3일부터 6일까지 울산 문화예술회관과 달동 문화공원에서 열린 '울산 월드뮤직페스티벌'은 바호폰도의 탱고처럼 투박하지만 정겹고 자유분방하면서 예술혼이 담긴 월드뮤직이 한 데 모이는 축제이자 47회를 맞은 처용문화제의 메인 프로그램이다. 영국 월드뮤직 월간지 송라인즈의 '세계 베스트 25 페스티벌'에 2010,2011년 2년 연속 선정되며 국제적 명성을 얻기도 했다.

팝 음악처럼 말랑하지 않지만 호방한 기품와 자연스러움이 배인 월드뮤직은 울산을 찾은 다양한 팬들을 첫 날부터 사로잡았다. 마우리족의 강인한 춤과 함께 무대를 달군 모아나 앤 더 트라이브와 아프리카 전통 리듬으로 무장한 스킵 앤 다이는 야외 무대를 후끈 달아오르게 했다. 포크와 국악을 접목시킨 고래야와 포스트펑크를 구사하는 황보령=스맥소프트는 열정적인 무대매너로 관객을 무대 앞으로 끌어들이며 소극장을 홍대 인근의 클럽으로 탈바꿈 시켰다. 유쾌한 퍼포먼스가 세련된 디스코와 절묘하게 어울리는 술탄 오브 디스코가 나선 파티텐트 무대의 열기도 상당했다.

이 밖에 그리스의 뮤즈 사비나 야나투와 창단 40주년을 맞은 헝가리 전통음악 단체 무지카스도 헤드라이너로 참여했다. 바르셀로나 출신의 일렉트로 플라멩코밴드 레나카이, 스페인의 감성이 잘 스며든 레게와 스카를 들려주는 체 수다카, 한국 국악단체 정가악회와 협업하는 플라멩코 보컬리스트 알바 카르모나, 플라멩코 댄서 나이아라 누네즈 등이 무대를 빼곡하게 채웠다. 앙골라의 음유시인 발데마르 바스토스, 정통 스코틀랜드 켈틱음악을 들려주는 브레바흐 등도 주목도를 높였다.

행사 주최 측은 "뮤지션 자체가 즐기는 마음으로 찾는 축제로 자리잡고 있다"면서 "수도권에서 열리지 않는 약점에도 외국인 관객 비율이 해를 거듭할수록 눈에 띄게 늘어난 것도 고무적이다"고 말했다.

지난해에 함께 신설된 음악마켓 아시아퍼시픽뮤직미팅(APaMM·에이팜)은 올해 규모가 더 커졌다. 에이팜 운영홍보팀의 김미소 대리는 "올해 세계 10대 월드뮤직 페스티벌 기획자가 방한하는 등 국내외 양방향 참여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김성한기자 wing@sp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