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더화(劉德華ㆍ유덕화) 장쉐여우(張學友ㆍ장학우) 리밍(黎明ㆍ여명) 그리고 궈푸청(郭富城ㆍ곽부성). 1980년대를 주름 잡은 홍콩 4대 천왕이다. 특히 궈푸청과 부산의 인연은 남다르다.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이하 BIFF) 개막작 '콜드워'로 부산을 찾았고, 올해는 개막식 사회를 맡았다.

인사말로 매끄러웠던 개막식 진행을 칭찬하자 "신선한 도전이었다"고 답했다. 인생의 절반을 연예인으로 산 그였지만 사회자로 나선 것은 처음이었다. 그는 홍콩에선 대부분 전문 MC가 진행을 맡는다고 설명했다. 가장 어려웠던 점은 타이밍이란다. 함께 사회를 맡은 강수연의 말이 끝난 후 자연스럽게 바통을 이어받아야 하는데 한국어가 능숙하지 않아 힘들었다.

당시 상황을 유쾌하게 설명하는 궈푸청은 장난끼 가득한 표정과 능청스러운 말투로 취재진을 들었다 놨다 했다. 과거 많은 여학생들의 마음을 훔쳤던 '꽃미소'도 여전했다. 20년 넘게 인기를 유지하는 원동력이 짐작됐다. 그는 직업을 사랑하는 마음이라고 말했다. 연기를 통해 자신의 한계를 뛰어넘고 있다며 창의적인 삶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50대를 내다보는 중년의 신사이지만, 연기에 대한 열정은 소년과도 같았다.

그는 세월에도 관대했다. 배우라면 누구나 두려워할 법한 늙음과 시간에 대해 "두렵지 않지 않다"고 단언했다. 사람은 누구나 늙지 않느냐고 반문하며 나이에 맞는 매력이 있다고 했다. 인생은 굉장히 긴 여정이라며, 어떤 시기에 어떤 도전을 하느냐는 굉장히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오랜 세월 최고의 자리를 지키고 있는 그가 역설하는 '끊임없는 노력'은 좀 더 특별하게 다가왔다.

그가 현재 꾸고 있는 꿈은 영화 연출이다. 현재 집필 중인 시나리오가 있다. 내용에 대해 물으니 보안유지 차원에서 말해줄 수 없다고 꽁꽁 숨겼다. 질문을 바꿔 기회가 주어지면 함께 일하고픈 국내 영화인은 없는지 물었다. 선뜻 곽재용 감독을 언급했다. "같은 곽 씨다"라는 재치 있는 이유를 들었다.

"최근 10년간 한국영화산업은 상당한 성장을 거뒀다. 영화뿐 아니라 음악 드라마 등 모든 부분에서 발전했다. 한국은 신인 배우나 감독을 배출하는 힘이 크다. 홍콩은 지역이 작아서인지 그런 결집력이 약하고, 대륙은 시나리오에 제한이 많다. 그런 점에서 진심으로 한국과 작업할 기회가 있었으면 한다."



우동(부산)=김윤지기자 jay@sp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