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욕 전체가 '클럽데이' CMJ 뮤직마라톤을 가다

공연중인 피오에스
세계 경제와 문화의 중심지라는 미국 뉴욕. 이곳 젊은 이들이 매년 10월을 기다리는 것은 꼭 양키즈의 월드시리즈 때문 만은 아니다. 이들은 뉴욕대학교 인근의 로우어맨해튼 전역에서 브루클린 인근의 윌리엄스버그까지 도시 전체가 경쾌한 비트와 새로운 멜로디에 빠져드는 대형 음악 축제 '칼리지뮤직저널 뮤직 마라톤(CMJ)'에 흥분을 감추지 못한다.

CMJ는 작게는 100여 명이 겨우 들어가는 클럽부터 크게는 3,000명도 족히 들어가는 공연장까지 약 80여 개의 장소에서 1,400여 팀이 참여하는 미주 동부의 최대 음악축제다. 마라톤이라는 단어처럼 쉬지 않고 내달리는 밴드들의 열정으로 도시 전체가 들썩인다.

미 전역의 대학방송국들이 주축이 돼 올해로 33번 째 열린 이 축제의 주된 목적은 신예 뮤지션의 발굴이다. 멀리는 1988년 뮤즈부터 케미컬 브라더스ㆍ다프트 펑크ㆍ모비 등을 거쳐 최근에는 고티에가 이 무대를 통해 미국 주류 음악 시장에 입질을 받았고 스타덤에 올랐다. 올해도 16일부터 19일까지 4일간 약 10만 명이 공연장을 찾아 서부 오스틴에서 열리는 사우스바이사우스웨스트(SXSW) 못지 않은 젊음의 열정을 발산했다.

16일 맨해튼에서 가장 핫한 클럽이 모여 있다는 뉴욕대 동쪽 루들로우가는 몰려든 젊은이들로 통행이 어려울 정도였다. 케이크숍ㆍ피아노즈ㆍ리빙룸ㆍ머큐리라운지ㆍ애일린스 글로서리 등의 클럽에는 손을 뻗으면 닿을 정도에서 무명의 밴드들이 내공을 뿜어내고 있었다.

한 손에 맥주를 들고 한 손은 공중을 휘저으며 리듬에 몸을 맡기는 젊은이들의 모습은 음악을 느끼는 만국공통어였다. 자유분방하지만 나름의 룰도 있다. 공연장 내 흡연은 엄격하게 규제되고 있었다. 신분증 확인도 철저했다. 이쯤 되면 도시 전체가 서울 홍익대 인근에서 열리는 클럽데이를 연상시킨다고 볼 수 있다.

공연중인 러브엑스테레오
흥미로운 점은 아무리 작은 클럽이라도 귀를 찢을 듯 날카롭게 세공돼 나오는 음질이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의 연수차 현장을 찾은 국내 레이블 두루두루amc의 강명진 대표는 "이렇게 작은 클럽에서 이 정도의 사운드가 나온다는 게 부러워서 짜증이 날 정도"라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17일 찾은 맨해튼 동쪽으로 이스트강을 사이에 둔 윌리엄스버그 지역은 전날과 또 다른 분위기였다. 인근 지역의 클럽을 겸한 공연장은 최소 2000명 이상을 수용 가능했고 등장하는 뮤지션들도 미주 지역에서 인지도를 확보한 이들이었다.

뮤직홀오브윌리엄스버그에서 만난 더 헤드 앤 더 하트는 시애틀에서 2009년 결성된 6인조 포크록 밴드였다. 격렬한 사운드를 쏟아내던 다른 밴드들과 달리 감미롭고 서정적인 음율을 자랑했다. 니팅팩토리로 자리를 옮겨 만난 피오에스는 독특한 형태로 무대에 섰다. 래퍼인 그는 두 대의 드럼 비트에 맞춰 대중의 호응을 끌어내고 있었다. 공연장 분위기에 따라 뮤지션의 연차에 따라 무대를 배분한 주최 측과 자신의 취향대로 이를 찾아 즐기는 10만 음악 팬들의 열정이 부러움으로 다가왔다.

국내 개성 있는 밴드들의 노크도 이어지고 있다. 2009년 디제이 소울스케이프를 시작으로 2010년 매드소울차일드가 이 무대에 섰다. 올해는 러브X스테레오ㆍ코스믹 레이더스ㆍ더블스트라이크 등 총 3개 팀이 CMJ의 부름을 받았다.

CMJ의 총 감독인 맷 맥도널드는 "신예 뮤지션을 발굴해 함께 성장하려고 한다. 다양한 무대에 오른 밴드들은 미국 전역의 대학 방송국을 통해 음악이 소개되는 등 후속 지원에도 신경을 쓰고 있다. 한국의 인디밴드와 디제이 등의 참여도 기대된다"고 말했다.

공연중인 더헤드앤더하트

총감독 맷도널드

뉴욕(미국)=김성한기자 wing@sp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