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디션 프로그램의 '흥망성쇠''우후죽순' 생겨나던 오디션 프로그램 결국 과포화 상태… 식상한 시청자들 외면공정성·표절·의도적 연출 등 누적된 문제점들도 수면 위로 떠올라새인물 영입·신선한 기획 '뉴오디션' 변신

Mnet ‘슈퍼스타K 5’
영원한 것은 없다. 대한민국을 달군 오디션 프로그램의 열풍이 지속될 줄 알았다. 케이블채널의 신화를 이뤄낸 케이블채널 Mnet ‘슈퍼스타K 1’이 방송된 지 4년이 지난 지금, 오디션 프로그램은 그 자체로 친숙한 포맷이 됐다.

‘슈퍼스타K’ 시리즈의 선풍적인 인기와 함께 TV는 한동안 오디션 프로그램으로 채워졌다. KBS 2TV ‘톱밴드’ MBC ‘위대한 탄생’ SBS ‘K팝 스타’ 등 각 지상파 채널을 대표하는 오디션프로그램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났다.

분야는 음악뿐만이 아니다. ‘불후의 명곡’ ‘휴먼서바이벌 도전자’(이상 KBS 2TV) ‘나는 가수다’ ‘신입사원’ ‘김연아의 키스 & 크라이’ ‘댄싱 위드 더 스타’ (이상 MBC) ‘기적의 오디션’ (이상 SBS) ‘오페라스타’ ‘코리아 갓 탤런트’ ‘부자의 탄생’ (이상 tvN) ‘프로젝트 런웨이 코리아’ ‘도전! 수퍼모델 코리아 (이상 온스타일) ‘마스터셰프코리아’ ‘한식대첩’ (이상 올리브) ‘보이스 코리아’(Mnet) ‘다이어트 워’ (스토리온) 등 체중 감량부터 공개채용까지 경쟁이 가능한 것이라면 무엇이든 프로그램으로 만들어졌다.

과포화 상태 인기 시들

자기복제를 거듭하던 오디션프로그램은 과포화상태에 이르렀다. 시청자들에겐 오디션프로그램에 대한 피로도가 쌓였다. 시청자들은 브라운관에서 현실을 닮은 팍팍한 경쟁을 관람하는 데에 불편함을 느끼기 시작했다. 참가자들의 눈물과 구슬땀이 어느덧 부담이 됐다. 좀 더 따뜻하고 편안한 예능이 빈 자리를 채웠다. SBS ‘힐링캠프, 기쁘지 아니한가’ 등 ‘힐링’을 내세운 예능프로그램이 각광받고, MBC ‘아빠!어디가?’로 시작된 육아 예능이 봇물 터진 이유다.

JTBC ‘ 히든싱어’
프로그램 내에 자리잡은 일부 공식들도 식상해졌다. 심사위원 중에는 반드시 독설가가 있으며, 도전자 사이에는 꼭 악인이 있다. 합숙소는 음모와 배신의 진원지다. 그로 인해 일부 참가자는 태도 논란에 휩싸인다. 이런 상황이 반복되면서 시청자들은 오디션프로그램이 ‘날 것 그대로의 모습’이 아님을 깨닫게 됐다.

이런 경향은 시청률로 나타난다. 한때 지상파를 위협하던 ‘슈퍼스타K’는 이제 시청률과 화제성에서 경쟁프로그램에 밀리고 있다. 1일 같은 시간대 방송된 종합편성채널 JTBC ‘마녀사냥’은 시청률 2.6%(닐슨코리아 기준ㆍ수도권 유료가구)를 기록해 ‘슈퍼스타K 5’를 0.6%포인트 차로 압도했다. 시리즈를 거듭하던 ‘위대한 탄생’과 ‘코리아 갓 탤런트’ 등은 쓸쓸히 폐지됐다.

비단 시청률이 문제가 아니다. 프로그램의 근간이 되는 출연자의 ‘질’ 저하다. ‘슈퍼스타K’는 매 시즌 참가자가 늘어났지만 그만큼 실력 있는 도전자의 수가 늘어났는지는 미지수다. 시즌 5까지 오면서 ‘슈퍼스타K’에 지원한 총 도전자 수는 약 800만(중복포함)이다. 산술적으로 대한민국의 약 4,800만 인구 중 1/6이 지원한 셈이다. 그 가운데 방송 출연이 가능한 연령대를 추려냈을 땐 지원 가능한 사람은 누구나 한 명쯤은 이미 출연했단 이야기다.

그동안 누적된 문제점들도 조금씩 수면 위로 떠올랐다. 실력과 스타성을 겸비한 참가자 확보가 제작진의 급선무가 되자, 방송가에선 제작진이 직접 현장을 뛰어다니며 실력 있는 예비 뮤지션을 섭외한다는 소문이 공공연하게 돌았다. ‘슈퍼스타K 3’ 준우승자인 버스커버스커의 브래드가 최근 해외 잡지와의 인터뷰에서 이와 같은 내용을 폭로하며 파장을 일으켰다. 브래드는 이 밖에도 강압적인 합숙 생활과 의도적으로 연출된 상황 등에 대해 언급했고 시청자들의 배신감은 컸다.

프로그램의 공정성도 도마 위에 올랐다. ‘슈퍼스타K 4’의 우승자 로이킴. 그는 1집 ‘봄봄봄’을 발표하며 표절 논란에 휘말렸다. 그와 함께 경연 당시 어머니가 부정 투표에 관련됐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포상을 미끼로 로이킴을 지지하는 투표를 유도하는 글들이 인터넷 커뮤니티를 통해 유포됐고, 네티즌들은 글쓴이를 그의 어머니로 추측했다. 로이킴은 사실과 무관함을 해명했지만 뒷맛이 개운하지 않았다.

Mnet ‘댄싱9’
오디션프로그램 진화 중

현재의 상황을 오디션프로그램의 패배라 단정할 수 없다. 오디션프로그램은 그 자체로 진화 중이다. 복고의 감성과 결합시킨 ‘불후의 명곡’은 꾸준한 지지를 받고 있고, ‘K팝 스타’는 안테나뮤직 소속인 유희열을 영입해 변화를 꾀했다. 모델견을 뽑는 KBS 2TV ‘슈퍼독’은 신선한 기획으로 평가받고 있다. 춤 서바이벌 모창 능력자와 실제 가수의 대결인 종합편성채널 JTBC ‘히든싱어’ 등 새 포맷을 입힌 프로그램들은 승승장구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장기적인 시선을 필요로 한다. 케이블채널의 한 고위 관계자는 주간한국과 전화통화에서 “오디션 프로그램이 5년 전부터 국내 방송가에서 자리 잡아 이제 안정기에 접어들었다고 본다”며 “한동안 음악에 편향된 분위기였지만 이제 포맷과 장르 장치 등에서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아직 무궁무진한 소재가 남아 있는 만큼 재미있는 프로그램들이 더 많이 나올 가능성이 있다. 그에 따라 오디션 프로그램의 인기도 유지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거듭 강조한 것이 공정성이다. 그는 “경연이 곧 대회다. 오디션 프로그램은 스포츠와 같은 감동을 안긴다. 누구나 1등을 보고 싶어한다”며 “과도하게 오락적이고 자극적인 요소에 치중하기보다 공정성을 확보가 가장 중요하다. 공정성이 곧 프로그램의 진정성으로 이어진다. 그렇게 된다면 오디션 프로그램은 사회적으로도 유의미한 포맷”이라고 내다봤다.

오디션 프로그램은 예능프로그램의 장르 중 하나다. 그 동안 지나친 독식이 이뤄졌고 이제 정상으로 돌아왔다. 진화와 쇠락을 거듭하며 새로운 모습으로 시청자들을 만날 신(新) 오디션프로그램의 귀환을 기대 해본다.



김윤지기자 jay@sportshankoo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