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커버스커
한 동안 '오디션 공화국'이라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로 일반인들이 자웅을 겨루는 오디션 프로그램이 범람했다. 그만큼 숱한 스타도 탄생됐다. 하지만 그 중에는 정글이라 불리는 연예계에 발을 디딘 후에도 스스로 빛을 내는 항성이 있는 반면, 잠시 잠깐 볼 수 있는 혜성처럼 대중에게 얼굴을 비친 후 사라진 이들도 있다.

출신 스타들의 정착률이 가장 높은 프로그램은 단연 케이블채널 Mnet '슈퍼스타K'다. 2009년 첫 삽을 뜬 '슈퍼스타K' 시리즈는 지난해까지 서인국, , 울랄라세션, 등 네 명(팀)의 우승자를 배출했다. 네 팀 모두 이제는 '슈퍼스타K'라는 인큐베이터를 떠난 후에도 훌륭히 두 발도 선 후 걸음마를 떼고 힘차게 달리고 있다.

물론 수능 시험에서 1등을 했다고 해서 사회에 진출한 후에도 가장 잘 나가는 건 아니다. '슈퍼스타K'에서는 고배를 마셨지만 우승자 못지않은 행보를 보이는 이들도 있다. '슈퍼스타K 3' 출신인 는 가까스로 TOP10에 합류하며 생방송 무대에 섰지만 준우승을 차지한 데 이어 현재는 음원 시장의 최강자로 급부상했다. 과 우승을 다툰 존박, 과 '슈퍼스타K 4'를 이끈 정준영 역시 상승세다.

'슈퍼스타K'를 제외한 오디션 프로그램 출신 가수들의 활약은 미미한 편이다. 후발주자인 SBS 'K팝 스타' 시즌1의 준우승자인 이하이가 YG엔터테인먼트에 둥지를 튼 후 승승장구하고 있지만 타 가수들의 성적은 신통치 않다.

JYP엔터테인먼트 행을 택한 시즌1 우승자 박지민은 몇 차례 음원을 냈지만 큰 호응은 얻지 못했다. 3위를 차지한 백아연 역시 'K팝 스타'에 출연하던 때에 비하면 대중의 관심이 높지 않은 편이다.

허각
'K팝 스타'에 참여한 SM엔터테인먼트는 정작 한 명도 계약을 맺지 않았다. 철저하고 체계적인 시스템 안에서 오랜 연습생 시절을 거친 이들을 데뷔시키는 SM엔터테인먼트 입장에서 "우승과 동시에 데뷔"를 약속한 오디션 프로그램 출신 스타들은 그리 달갑지 않았을 수도 있다.

악동뮤지션 역시 'K팝 스타' 시즌2가 진행되는 동안에는 발군의 자작곡으로 각광받았지만 이후에는 몇몇 CF송을 발표한 것 외에는 소식이 요원하다. 한 가요계 관계자는 "더 완성도 높은 앨범을 준비 중이라 신곡 발표가 늦어질 수 있지만 오디션 프로그램의 후광을 입고 빠른 행보를 보이는 '슈퍼스타K' 출신 가수들의 전략이 더 효율적이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미 폐지된 MBC '스타 오디션 위대한 탄생'의 성과는 더욱 초라하다. 세 번의 시즌을 진행하며 백청강 구자명 한동근을 배출했지만 현재 활발히 활동하는 이는 없다. 세 명 모두 기존 기획사와 소속 계약까지 맺었으나 드라마 OST에 참여한 것 외에는 별다른 활동 기미가 보이지 않아 '위대한 탄생'이 방송되는 동안 그들을 지지했던 팬들을 안타깝게 만들고 있다. 시즌1의 권리세가 걸그룹 레이디스코드의 멤버로 합류하고 손진영이 예능인으로 돌아서 명맥을 이어가는 데 그쳤다.

그나마 가수를 뽑는 오디션 프로그램의 입상자들은 크고 작은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반면 타 오디션 프로그램 출신 스타들은 프로그램이 끝난 후 다시금 일상으로 돌아가거나 두각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tvN '코리아 갓 탤런트'의 우승자인 주민정과 팝핀제이를 비롯해 배우를 선발하는 SBS '기적의 오디션'에 참여했던 이들의 활동 역시 눈에 띄지 않는다.

MBC 예능국의 한 PD는 "아마츄어와 프로의 세계는 엄연히 다르다. 오디션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일반인의 경우 조금 모자라거나 실수해도 대중은 격려하고 웃어 넘긴다. 하지만 일단 연예계에 몸담은 후에는 날고 기는 스타들과 맞대결을 펼쳐야 한다. 그 안에서 경쟁력을 갖고 싸워 이기지 못하면 대중에게 잊혀질 수밖에 없다. 그게 바로 힘과 경쟁의 논리"라고 충고했다.

로이킴


안진용기자 realyong@sportshankoo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