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왕' 조용필 15년만에 日콘서트'헬로' '바운스' 일본어 첫 무대'돌아와요 부산항에' '추억의 미아' 등 팬들 열광·환호… 뜨거운 반응도트이미지 세계 첫 구현

‘헬로’‘바운스’일본어 첫 무대 ‘…부산항에’‘추억의 미아’뜨거운 반응

도트이미지 세계 최초 구현으로 공연 기술 신기원

“안녕하세요.”

다정하게 건넨 안부는 바로 어제 만났다 헤어진 듯 온기가 느껴졌다. “오빠” 하고 터져 나오는 팬들의 반응은 국적 불문의 조건 반사다. 반가움과 설렘이 교차하는 그의 얼굴에 기쁨이 번져갔다.

지난 4월, 10년 만의 신보인 19집을 발표하며 팬들에게 “헬로”하며 안부를 건넸던 ‘가왕’ 조용필이 대한해협을 건넜다. 그는 7일 오후 6시30분부터 일본 도쿄 국제포럼A홀에서 열린 ‘헬로 투어 인 도쿄-원나잇 스페셜’로 현지 4,000여 팬들과 재회했다. 일본에서 공연을 연 것은 1998년 11개 도시 투어를 개최한 후 무려 15년 만이다.

강산이 한 번 이상 바뀐 세월을 두고 다시 만났지만 조용필과 팬들의 사이에 어색함은 없었다. ‘미지의 세계’‘단발머리’ 등을 경쾌하게 이어 부른 그가 수줍은 듯 웃으며 “만나고 싶었다. 오랜만이다. 15년 만인데 다들 변한 게 없다. 젊어 보인다”는 유창한 일본어 안부를 건네자 여기저기서 반가움의 환호와 인사가 터져 나왔다. 새 앨범 소식을 알린 그는 “오늘 공연을 다같이 재밌게 박수치고 리듬타면서 즐겨주길 바란다”며 공연의 본격적인 시작을 알렸다.

‘고추잠자리’‘꿈’‘못 찾겠다 꾀꼬리’‘판도라의 상자’등 히트곡이 이어지자 재일교포를 비롯해 국내에서 원정 응원 온 팬들의 환호가 터졌다. 조용필은 이날 무대에서 15년 만에 재회한 일본 팬들을 위해 ‘돌아와요 부산항에’‘추억의 미아’ 등 메가 히트곡을 일본어로 준비했다.

이날 공연의 하이라이트는 중반이었다. 1986년 일본에서 발표돼 100만 장 이상의 판매량을 기록하며 골든디스크를 받았던 ‘추억의 미아’가 시작되자 일본 팬들이 반응하기 시작했다. ‘돌아와요 부산항에’의 익숙한 전주가 곧바로 이어지자 한일 양국의 팬이 함께 탄성이 터졌다. 추억에 젖어 노래를 천천히 따라 부르는 중년 팬들의 모습이 여기저기 눈에 띄었다. “새로운 노래를 소개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의미 있고 기쁜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공연 전에 밝혔던 조용필은 ‘헬로’‘바운스’등을 일본어로 부르며 감회에 젖기도 했다.

지금은 흔한 K-POP이라는 단어는 고사하고 한일 양국의 문화교류도 활발하지 못했던 시절부터 활동했던 ‘거장’의 내공은 무대 곳곳에서 느껴졌다. 차분하게 들으며 깊은 감성에 젖는 일본 팬들이지만 공연이 막바지로 접어들자 넘치는 흥에 버텨나질 못했다. 국내 원정 팬들의 주도로 공연 후반‘모나리자’를 부를 때는 관객 대부분이 자리에서 일어나 조용필과 함께 뛰며 호흡하기를 주저하지 않았다. 국적을 떠나 이들 모두의 손에는 ‘오빠’‘땡큐 조용필’ 등이 적힌 피켓이 들려 있었다.

‘가왕’이 여는 15년 만의 해외 공연답게 화제도 만발했다. 입국장과 숙소에서 조용필을 맞이하는 현지 팬들이 그의 건재함을 확인시켰다. 전설적인 가수 다니무라 신지가 공연장을 찾았다. 조용필은 ‘친구여’를 부르기 전 관객에게 그를 소개하며 우정을 과시했다.

조용필 일본 콘서트 '헬로 투어 인 도쿄-원나잇 스페셜'. 사진=인사이트 제공
매 공연 새로운 특수 효과와 무대 구성을 선보였던 그의 도전도 계속됐다. 일본 최고 연출팀으로 통하는 야마토팀과 손잡고 세계 최초로 도트이미지를 구현해 냈다. 점으로 된 조명들을 일사불란하게 움직이게 하는 장치다. ‘미지의 세계’를 비롯해 6곡을 부를 때 무대 위로 거대한 새를 비롯한 다양한 형상을 역동적으로 구동시키며 차원이 다른 볼거리를 제공했다.

놀라운 점은 이 같은 무대 구성을 단 5시간 만에 해냈다는 것이다. 대관의 문제로 40피트의 기재를 8개의 트럭에 나눠 이동시켜 2일 이상 소요가 예상됐던 무대 세팅을 5시간 만에 완성했다. 촉박한 일정으로 200명이 넘는 스태프가 동원됐으며 치바의 공연장 마쿠하리 맷세를 빌려 3일간 리허설을 진행하기도 했다.

조용필의 소속사 YPC프로덕션 관계자는 “모두가 불가능할 것으로 예상한 무대 세팅이다. 보통 공연에는 무대 구성을 위해 50명 내외가 투입된다. 이번 공연을 위해 일반 공연의 4배가 넘는 인원이 투입돼 3일을 꼬박 매달린 셈이다. 스태프 사이에서는 대단한 일을 이뤄냈다는 자부심이 대단하다”고 말했다.

공연 후반 조용필은 일본 팬들의 깊은 교감에 벅찬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조용필은 앞으로도 응원을 당부하면서 “음악인이 되고 45년이 됐는데 아직 괜찮지? 젊지?”라며 환하게 웃었다.

일본 팬들의 뜨거운 반응도 여전했다. 1982년 ‘돌아와요 부산항에’로 조용필이 일본활동을 시작했을 때부터 팬이라고 밝힌 사노 씨(여, 66세)는 “올해 직접 서울을 방문해 ‘헬로’공연을 관람할 만큼 그의 팬이다. 조용필이 15년 만에 일본을 방문해 공연을 하는 것만으로 만족한다”고 밝혔다. 교토에서 공연을 관람하기 위해 도쿄를 찾은 마츠모토 씨(여, 42)는 “도쿄 1회 공연이 아쉽기만 하다. 좀 더 자주 일본을 방문해 일본 팬들과의 만남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2시간 동안 23곡을 내달린 조용필. 공연의 마지막 노래는 10월16일 일본에서 발표한 일본어 버전의 ‘헬로’였다. 15년을 기다린 그리고 이제는 새로운 만남을 기약하는 ‘가왕’의 인사로 들렸다. 자리를 뜨지 못하는 팬들을 위해 한국에서와 마찬가지로 ‘그대여’‘여행을 떠나요’등의 앙코르 무대로 작별의 아쉬움을 달랬다.

15년 만의 일본 공연을 성황리에 마친 조용필은 국내 투어를 재개한다. 30일과 12월1일 인천을 시작으로 부산(12월7,8일)을 거쳐 서울(12월13,14일)과 대구(12월21일)에서 앙코르 공연을 이어간다.



도쿄(일본)=김성한기자 wing@sportshankoo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