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과 교감으로 그린 얼굴들

수없이 많은 연필선이 그려낸 얼굴은 엄숙하고 신성하기까지 하다. 순수한 노동이 깊이 밴 때문이다. 갤러리 담에서 마주하는 김명숙 작가의 17번째 개인전의 얼굴들이다.

이번 전시에는 작가가 만난 이들에 대한 헌정작업이라 할 만큼 작가에게 정신적으로 정서적으로 영향을 준 인물들이 등장한다. 작가의 작업실에 살던 할머니와 길에서 마주친 눈먼 소년, 우포 여행길에서 만난 비구니 스님의 모습들은 작가의 사유에 큰 영향을 미친 사람들이기도 하다. 또한 작가의 화업에 고야, 렘브란트를 비롯해 철학가 바슐라르, 니체. 그리고 신문 사회면에서 마주치는 사람들에 이르기까지 그들의 얼굴이 작가의 미술수업에 끝없는 공부가 됐다.

작가는 자신이 하는 그림이라는 행위가 머리로 혹은 손으로 그려지는 것이 아니라 몸과 정신, 그리고 손이 일치되는 작업이기를 원한다. 이는 동양화의 전신사조(傳神寫照)의 정신과도 일맥상통한다. 단순한 얼굴모습만이 아닌 그 사람이 가진 정신까지도 묘사해내려 하고 있으며 이는 작가가 그림을 통해서 그 사람과의 정신적인 교감을 통해 일체화하려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작가는 “얼굴에는 사는 동안 그들과 함께 살았던 신의 모습이 새겨져 있다”고 말한다.

이번 전시에서 작가는 수많은 연필선의 자국이 만들어낸 빛과 어둠만으로 인물이 가지고 있는 깊은 고뇌와 삶의 진지함을 보여준다. 11월22일부터 12월2일까지 전시.02-738-2745 @hankooki.com



박종진기자 jjpa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