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상으로 본 2013 올해의 발견

남배우 송강호ㆍ이정재 등 풍년…여배우 가뭄속 한효주ㆍ정은채 등 두각

스크린 잔치가 마무리됐다. 부일상ㆍ대종상ㆍ청룡상 그리고 11월 29일 열린 영평상까지, 올 한 해 영화시상식이 끝났다. 이를 종합해 보면 주목할 만한 성과부터 내일이 기대되는 신인까지 올 한해 극장가가 한눈에 들어온다. 영화상으로 본 2013 충무로의 내일을 알아봤다.

▲2013 충무로는… = 남배우 풍년 vs 여배우 가뭄

작품으론 '설국열차'가 우세하다. 8월 개봉해 900만 관객을 모았으며, 지난 10월에는 프랑스에서 개봉해 '취화선'을 제치고 역대 프랑스 개봉 한국영화 중 흥행 1위를 기록했다. 수상 경력도 화려하다. 영평상과 부일상에서 최우수 작품상을, 영평상과 청룡에서 감독상을 수상했다. 이만하면 평단과 관객의 사랑을 고루 받은 작품으로 볼 수 있다.

남배우는 송강호와 황정민으로 압축된다. 송강호는 영평상과 대종상에서, 황정민은 부일상과 청룡에서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다. 송강호는 '설국열차'와 '관상'으로 1,800만 관객을 홀렸으며, 12월에는 신작 '변호인'이 개봉된다. 최근 일부 작품의 부진을 털어내고 '송강호의 해'를 만들었다. 황정민은 '신세계'를 통해 정청이란 인상적인 캐릭터를 선보였다. 청소년관람불가 등급이란 제약에도 '신세계'가 467만 관객을 동원할 수 있는 힘이 됐다.

여배우에선 의견이 갈린다. 여배우가 활약할 수 있는 작품 그 자체의 수가 유난히 적었기 때문이다. 대종상은 '몽타주'의 엄정화에게, 부일상과 청룡상은 '감시자들'의 한효주에게 영평상은 '소원'의 엄지원에게 안겼다.

▲2013 재발견과 발견 = 이정재 vs 여진구

이정재와 여진구는 올해의 발견이다. 이들의 공통점은 스타성과 실력을 고루 갖췄다는 점이다.

이정재는 영평상에서 CJ CGV 스타상, 대종상에서 인기상, 청룡상에서 남우조연상을 수상했다. 배우로서, 스타로서 제2의 전성기를 알린 셈이다. '도둑들'로 다시금 점화된 이정재의 진가는 '신세계'와 '관상'에서 십분 발휘됐다. '신세계'에선 딜레마에 빠진 위장 경찰 자성 역을, '관상'에선 야욕에 불타오르는 수양대군 역을 맡았다. 극도로 예민한 남자 자성은 모성애를 자극했고, 카리스마 넘치는 수양대군은 남성미를 과시했다. 여성 팬들의 마음을 단박에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차기작이 줄이어 있다는 것이 이를 증명한다.

여진구는 이제 아역배우가 아닌 배우로 통한다. 성인배우 못지않게 제 몫을 든든히 해내기 때문이다. 지난해 MBC 드라마 '해를 품은 달'에서 가능성을 보여준 여진구는 '화이-괴물을 삼킨 아이'로 만개했다. 주인공 화이 역을 맡아 깊은 내면연기와 고난도 액션을 무리 없이 소화했다. 김윤석 장현성 조진웅 김성균 등 쟁쟁한 배우들 틈에서 강렬한 존재감을 보여줬다. 현재 출연 중인 케이블채널 tvN 일일 시트콤 '감자별 2013QR3'은 그의 연기 스펙트럼이 상당함을 말해주고 있다.

▲2013 될 성부른 떡잎 =김병우 감독

유난히 30대 신인 감독들의 활약이 돋보였던 해다. 칸국제영화제에서 문병곤 감독이 '세이프'로 단편 부문 황금종려상을 수상했다. 상업영화에서도 마찬가지다. '내가 살인범이다'(270만명)의 정병길 감독, '연애의 온도'(180만명)의 노덕 감독, '숨바꼭질'(560만명)의 허정 감독, '더 테러 라이브'(550만명)의 김병우 감독이 스크린을 수놓았다. 신인인 양우석 감독이 각본 연출을 맡은 '변호인'도 개봉을 앞두고 있다.

수상에선 김병우 감독이 승리를 차지했다. 김병우 감독은 부일상과 청룡상에서 신인감독상을 수상하면서 2관왕에 올랐다. '더 테러 라이브'를 통해 신인 감독 특유의 과감함과 패기를 보여줬다는 평가다. 대종상은 정병길 감독이, 영평상은 허정 감독이 차지했다.

이들은 이미 될 성부른 떡잎이었다. 허정 감독은 2010년 미장센 단편영화제에서'저주의 기간'으로 절대악몽 부문 최우수 작품상을 수상했고, 김병우 감독은 2008년 졸업작품으로 만든 첫 장편 독립영화'리튼'으로 카를로비바리 국제영화제 아시아진흥기구상을 수상했다. 중ㆍ단편을 통해 실력을 갈고 닦았던 것. 제2의 박찬욱 봉준호를 만나게 될 일만 남았다.

▲2013 가뭄에 내린 단비…정은채 vs 박지수

충무로는 여배우 기근을 말한다. 일부에선 이것이 과연 여배우의 잘못인가 반문한다. 남배우 중심 작품들이 기획 제작되고 있는 현실 때문이다. 설령 여배우가 등장한다 해도 노출을 동반한 작품이 부지기수다. IPTV 등 부가수익 시장이 성장한 탓이다.

그런 가운데 '감시자들'의 한효주의 수상은 20대 여배우의 저력을 의미한다. 아울러 '누구의 딸도 아닌 해원'의 정은채와 '마이라띠마'의 박지수는 단비 같은 존재다. 정은채는 영평상과 부일상의 신인여우상을, 박지수는 청룡상의 신인여우상을 수상했다. 작은 규모의 영화에서 끌어올린 대형 신인이란 것이 닮은 꼴이다.

정은채는 홍상수 감독의 새로운 뮤즈로 발탁되며 단박에 떠올랐다. 그는 홍상수 감독의 '누구의 딸도 아닌 해원'으로 각종 국제영화제에 초청되면서 각광받았기 시작했다. 현재 현빈 조정석 등과 함께 '역린' 촬영 중이다.

'마이라띠마'에서 어눌한 한국어 연기를 너무 자연스럽게 선보인 박지수. 그는 11월 22일 청룡영화상 시상식에서 눈물을 뚝뚝 흘리며 수상 소감을 말해 눈길을 끌었다. 그럼에도 힘주어 말한 "대한민국에 힘이 되는 여배우가 되겠다"는 다짐에는 진심이 담겨 있었다.



김윤지기자 j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