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누아르 '창수'신곡 '문을 여시오' 300만뷰… 음반·영화 모두 왕성한 활동첫 스릴러 '공모자'이어 첫 누아르 '창수' 히트 예감팬 페이지 통해 소통하며 발전… 팬들의 사랑을 자랑하고 누려라

불혹에 아이돌이 된 남자가 있다. 가수 겸 배우 임창정이다. 그는 최근 제2의 전성기를 맞이했다. 지난 달 발매한 새 싱글은 음원차트에서 롱런했고, 신곡 '문을 여시오' 뮤직비디오는 200만 뷰를 달성했다. 지난해 '공모자들'로 160만 관객을 동원한 데 이어 '창수'(감독 이덕희ㆍ제작 영화사아람)가 28일 개봉했다.

스스로 "어느새 아이돌이 돼 버렸다"고 웃는다. 겨울비가 추적추적 내리던 인터뷰 날에도, 그는 중국에서 한중가요제를 마치고 바삐 날아왔다. 하지만 이미 '톱'을 경험했던 그는 바쁜 나날이 곧 행복이란 것을 잘 알고 있었다. 표정에도 여유가 깃들어 있었고, 그것이 연륜이었다.

'창수'는 연기 인생 23년을 맞이한 임창정의 첫 누아르다. 그럼에도 그가 연기하는 창수가 낯설진 않다. 그동안 그가 그려온 친숙한 우리 이웃의 연장선상이다. 징역살이 대행업자인 창수는 하루하루 별볼일 없이 사는 삼류 건달이지만 나름의 멋과 의리, 순정을 지닌 남자다. 페이소스 진한 그의 연기는 '창수'의 맛과 깊이를 더한다.

▲전작인 '공모자들'은 첫 스릴러, 이번엔 누아르다. '임창정=코미디'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고민의 증거인가.

=일부러 그런 것은 아니다. 내가 나를 변화시키는 게 아니라 주변이 날 변화시키는 것 같다. 나를 어떤 위치에 두고자 하는 대중들의 바람이지 않을까 싶다. 연기는 예나 지금이나 시나리오의 미덕을 지키는 내에서 똑같이 한다. 등장인물들의 직업과 상황이 다를 뿐이다. 주변에서 이미지 변신으로 봐주면 고마울 뿐이다. '공모자들'과 '창수' 이후 여러 시나리오가 들어오고 있다. 감사하다.

▲창수는 내일에 대한 기대 없이 산다. 아름다운 여인 미연(손은서)를 만나면서 인생이 뒤바뀌고 파국으로 치닫는다. 그는 행복한 사람인가 아닌가.

=창수는 행복한 사람이다. 다만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행복은 아니다. 창수의 가치관 안에서 창수는 행복하다. 사실 창수는 일반적인 남자다. 남자들은 누구나 허세와 의리가 있다. 다만 창수는 어수룩하고 돈키호테 같다. 창수는 안장다리로 걷는데, 동네에 그런 형이 있어 흉내를 낸 것이다. 우리는 '동네 바보'라고 생각했는데, 형은 그런 본인이 멋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창수가 그렇지 않았을까 했다. 남자들은 가족을 위해 자식을 위해 참고 산다. 폭발하고 싶은 마음을 억누르고 사는 거다. 창수를 통해 대리만족을 하셨으면 한다

▲직접 각본 감독 주연하는 영화를 기획 중으로 알려졌다. 무슨 내용인가.

=아직 말해줄 수 없다. 장르만 따지면 휴먼 드라마다. 시나리오는 3편 정도 있고, 초고 단계다. 감독을 하겠다는 것은 아니다. 연기나 음악으로 나를 보여줬다면 이번에는 다른 수단으로 영화를 해보겠다는 것이다. 임창정의 향기, 색깔을 담고 싶다. 각본 감독 주연에 제작과 음악까지 하는 사람은 나밖에 없을 거다. 잘한다 싶으면 계속 할 수도 있다. 하지만 해보지도 않고 포기하는 것은 배임 같다. 열심히 사는 것의 연장선상이 아닐까 싶다.

▲소통의 아이콘이 됐다. 팬 페이지를 통해 팬들과 직접 적극적으로 소통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마약보다 무섭다. 한 번 들어가면 못 빠져 나오겠다. 원래 게임을 좋아해 인터넷은 원래 친숙했다. 나에 대해 검색해보곤 하는데 대체로 아군이더라. 내 자신을 객관적으로 보고 싶었다. 우연히 팬 페이지에 들어갔는데 욕 반 칭찬 반이었다. '이것들 봐라' 싶더라. 수긍 가는 부분도 있고, 마치 (김)창렬이가 욕하는 느낌이었다.(웃음) 지켜만 보다 싱글을 발매하며 글을 올리기 시작했다. 팬들의 지적을 통해 내가 발전하는 느낌이다. 나에겐 요즘 시대를 공부할 수 있는 터전이다.

▲이혼이란 개인적 아픔을 겪은 연예인들 다수가 한참 활동을 쉰다. 하지만 오히려 왕성한 활동을 보여주고 다시 대중의 사랑을 받고 있다.

=솔직히 그 이야긴 하고 싶지 않다. 하지만 떳떳하다. 살면서 별일이 다 있지 않나. 요즘엔 더 많이 웃고 싶다. 그래야 더 힘든 일이 생길 때 또 한 번 털고 일어날 수 있다. 언젠가 소감을 말할 기회가 된다면 "여러분들 웃으십시오. 저처럼 좋은 일이 생긴답니다"라고 하고 싶다. 요즘 아이들에게 나는 신인이다. 시쳇말로 '갑툭튀'(갑자기 툭 튀어나오다)다. 활동을 시작하기 전엔 나도 소속사도 반신반의했는데 좋은 반응을 얻었다. 복이 많은 것 같다.

▲롤러코스터 같은 연예계에서 제2의 전성기는 누구나 맞이하기 힘들다. 후배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없나.

=이제 알았지만, 팬들에게 사랑을 받을 때 그걸 자랑하고 누려야 한다고 말해주고 싶다. 나 역시 예전에는 조바심 내면서 스케줄에 묶여서 살았다. 지금은 무대에서 내려오면 '다음 스케줄 가야지'가 아니라 '더 하고 싶다'는 마음이 든다. 대중의 관심을 소중하게 여기며, 하루하루 아끼면서 살아야 한다. 그래야지 잊혀졌을 때 아프지 않을 수 있다. 지나가버리면 못 누리는 것이 한이 될 거다. 영원한 것은 없다. 여유 있게 행복을 누린다면, 그 이후에 더 멋진 삶을 살 수 있고 의연해질 수 있다.

▲음반이면 음반, 영화면 영화. '제2의 전성기'라는 평가다.

=이것 또한 과정이다. 과거가 쌓여서 지금이 있고, 오늘이 쌓여서 미래가 있을 것이다. 이 또한 흘러간다. 죽기 바로 직전의 임창정이 주인공이다. 지금의 나는 그가 기억하는 하나의 과정에 있다. 갈등이 있어야 영화가 재미있듯 인생에도 부침이 있어야 재미있지 않나. 멋있는 할아버지 임창정을 위해, 그가 추억한 거리를 위해 지금 나는 열심히 살면 된다고 생각한다. 내년에는 정규 앨범을 발매하고, 전국 투어 콘서트를 하려고 한다. 담배도 곧 끊을 생각이다. 여태껏 편하게 해왔으니까 이제 노력할 차례다.



김윤지기자 jay